그 자신이 이야기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

정다원 | 기사승인 2020/09/09 [11:25]

그 자신이 이야기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

정다원 | 입력 : 2020/09/09 [11:25]

▲ 영화 '빅 피쉬' 스틸컷. © Sony Pictures Entertainment

 

[씨네리와인드|정다원 리뷰어] 우리의 현실은 객관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늘 자신만의 관점을 부여하고, 판단하고, 감정을 느끼고, 기억 속에 남긴다. 그러한 기억은 아주 유연한 것이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그렇게 판타지는 우리의 의식, 혹은 무의식에서 숨 쉰다. 키가 유별나게 큰 친구는 외로운 거인이 되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시간은 이상한 식물과 벌레들로 가득 찬 길이 된다.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는 판타지 영화이다. 또 영화의 주인공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의 삶 자체가 판타지이다. 영화는 아들인 윌 블룸이 아버지의 모험담을 추적하며 진행된다. 병원을 마구 휘저었던 그의 출생부터, 뭐든지 월등했던 청소년기, 수상쩍은 서커스단에서 일한 이야기, 이후의 로맨스와 모험까지, 평범함을 넘어 상식적이지 않은 것들을 평생토록 겪었다고 말하는 아버지가 아들은 못마땅하기만 하고 결국 둘의 사이는 멀어지게 된다. 그러던 중 에드워드의 병이 악화하였다는 소식에 윌은 에드워드를 찾아간다.

 

아버지, 제가 있는 동안 이야기 좀 해주세요. 전 모든 일의 실상을 알고 싶어요.’

 

빅 피쉬인가

 

에드워드는 본인의 성장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3년을 꼬박 침대에 누워있었다고 말한다. 이때 침대에서 읽은 금붕어에 관한 문구, 작은 그릇에 놓으면 계속 작은 상태이지만, 더 많은 공간을 주면 두 배, 서너 배로도 자랄 것이다.’ 에드워드는 스스로 더 큰 물고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성장 속도가 어떠했건, 그에게 고향 마을은 작은 그릇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더 큰 그릇을 위해 에드워드는 마을의 골칫거리인 거인 칼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자처해서 험하고 위험한 길을 걷던 에드워드는 유령마을에 도착한다. 걱정도, 근심도 없는 그곳은 모든 이가 맨발로 지내는 지상낙원 같은 곳이었다. ‘맨발로 다닐 수 있는 그곳은 어떤 장애물도, 날카로운 것도 없이 안전하고 편안하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더 안전한 곳을 찾고자 떠난 것이 아니다. 안주하기 위해 일부러 험한 길을 택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떠난다. 신발이 없으면, 발이 더 아프면 된다.

 

▲ 영화 '빅 피쉬' 스틸컷.  © Sony Pictures Entertainment

 

그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유령마을의 호수에는 사람마다 보는 모습이 다른, 절대 잡을 수 없는 물고기가 있다. 에드워드는 그 물고기를 여성으로 보게 된다. 아마 물고기의 이름은 욕망이지 않을까? 유령마을을 떠난 에드워드는 지금의 아내, 산드라에게 첫눈에 반한다.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을 잡고자, 에드워드는 서커스단에서 힘든일을 도맡아 하며 산드라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결국 결혼에 성공하고, 에드워드는 진정한 사랑에 도착한다.

 

영업사원으로 이름을 떨치고, 멋진 집을 구하고, 가족을 꾸린 그는 이제 침대에서 꼼짝할 수 없는 노인이 되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계속해서 더 큰 물고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결국 그는 마지막 꿈을 아들 윌에게 부탁한다.

 

내가 어떻게 죽는지 알려다오

 

판타지인가

 

세계와 타자에 대해 새롭고도 엉뚱한 인식과 초현실의 상상력이 더해져 판타지는 시작된다. 팀 버튼은 판타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감독이다. 그는 그만의 기괴한 상상력과 몽환적인 이미지를 영상 안에서 마음껏 펼쳐낸다. 그의 판타지 안에서, 그리고 영화 속 에드워드의 판타지 안에서 사람들은 괴물이 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생김새가 남다른 이들은 서커스 단원으로 이름을 떨치고, 유리 눈알을 갖고 있던 마녀는 가장 소중한 충고를 전한다. 현실 속에서는 모두가 죽음 앞에 하염없이 슬퍼하겠지만, 판타지 속에서는 기뻐하며 작별 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윌은 에드워드에게 그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들 슬픈 기색 하나 없이 그저 만난 걸 기뻐하며 작별 인사를 해요. 아버진 원래 모습이 돼요. 아주 큰 물고기요

 

이렇게 판타지는 사랑받는다.

 

▲ 영화 '빅 피쉬' 스틸컷.  © Sony Pictures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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