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어떻게 '마녀사냥'을 이끌어 냈나

[서평] 다카기 아키미쓰, '법정의 마녀'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9/09 [11:29]

시대는 어떻게 '마녀사냥'을 이끌어 냈나

[서평] 다카기 아키미쓰, '법정의 마녀'

김준모 | 입력 : 2020/09/09 [11:29]

 

▲ '법정의 마녀' 표지  © 엘렉시르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문신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다카기 아키미쓰는 요코미조 세이시와 함께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다. 그가 자신이 창조한 변호사 캐릭터 햐쿠타니 센이치로를 주연으로 내세운 법정의 마녀는 사회가 지닌 혼란과 편견을 한 여성을 통해 이야기한다. 엘러리 퀸의 ‘Y의 비극이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비뚤어진 집처럼 망가진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적인 문제를 깊게 파고들어 간다.

 

햐쿠타니 센이치로는 어느 날 묘한 제안을 받는다. 가와세 산업의 사장인 가와세 유조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며 이와 관련된 유언장과 혹 발생할 사건을 센이치로에게 부탁한다. 이 기묘한 부탁을 받은 센이치로는 가와세 가의 주치의인 모리나가 박사와 변호사인 키쿠코 부인과 함께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는다. 그 자리에서 유조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센이치로는 사건을 은폐시키려 했던 부인 아야코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유조가 유언으로 남긴 자료에 아야코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내용이 남아있었다는 점, 사건 당시 아야코가 집안의 체면을 이유로 사건을 은폐시키려 했다는 점, 유조의 자식들이 모두 아야코를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점과 경찰이 그녀의 자백을 받았다는 점으로 아야코가 범인으로 사건은 끝나는 거처럼 진행된다. 센이치로는 무엇보다 마치 마녀 같은 미소를 지닌 아야코에게서 섬뜩함을 느낀다.

 

하지만 아야코의 불륜 대상으로 지목된 화가 안도 센키치의 적극적인 무죄 주장과 가와세 가문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 시라사카 다카시의 얼굴에서 아야코의 표정을 읽은 센이치로는 자신의 생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왜 그는 아야코를 의심했을까. 이 의심의 원천은 편견이다. 유조는 세 번이나 결혼을 했을 만큼 여성 편력이 심한 남성이다. 아야코는 술집 여자로 유조의 두 번째 부인이 수상한 죽음을 맞이한 뒤 이 집에 들어왔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유조의 배다른 자식 세 명과 형제의 죽음 후 유산을 독차지한 뒤 받아들인 조카까지 머무는 집안의 분위기는 어둠과 긴장감이 흐른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없는 이들을 묶어두는 건 돈이다. 이런 집안의 분위기는 아야코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게 만든다. 그녀의 미소가 음흉하고 음탕하며 교활하게 느껴진다. 분위기란 건 그 사람이 아닌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

 

상대를 바라보는 마음. 창이 지저분하면 바깥의 풍경이 찬란하더라도 더럽게 보인다. 신부와 아야코의 미소는 같지만, 누군가는 주를 섬기고 사랑을 전파한다는 이유로 천사의 미소가 되고, 누구는 비밀을 간직한 어두운 가문의 세 번째 부인이란 점에서 마녀의 미소로 보인다. 주변에서 이 재판이 승산이 없다고 여긴 이유는 이런 편견 때문이다. 센이치로는 편견을 걷어내면서 아야코를 향한 마녀사냥을 멈추고자 한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사회의 마녀사냥은 전후 일본이란 배경과 대화 중 모리나가 박사나 내뱉는 말로 다소 불편하게 읽힐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모리나가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잔혹함을 말하며 일본은 그러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생체실험을 자행한 731 부대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몰랐다는 식으로 언급한다. 이 지점에 약간 과한 해석을 보태자면 마녀사냥의 대상을 일본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이 아시아 전역과 전쟁을 펼치며 내세웠던 주장은 근대화다. 아시아 국가들의 근대화를 위해 일본이 도움을 주고자 했다는 게 침략의 명분이다. 신부가 사랑과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단이란 이유로 탄압을 당하는 거처럼, 일본은 아시아의 근대화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노력했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원자폭탄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마녀사냥의 의도로 읽힐 수 있다.

 

이런 해석은 아무래도 다카기 아키미쓰가 사회파 작가라는 점에서 더 느껴지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사회파 작가는 이야기에 깊은 사회적인 의미를 담는다. 그 주장의 옮고 그름과는 별개로 사회가 지닌 모습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 역시 전후 일본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과 가와세 가문의 기형적인 모양이 전후 일본의 빈곤한 상황에서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태평양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법정물에 담았다는 생각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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