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이 그려낸 제3차 세계대전의 모습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9/09 [16:09]

‘테넷’이 그려낸 제3차 세계대전의 모습

김준모 | 입력 : 2020/09/09 [16:09]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1968년 작인 혹성탈출은 유인원이 인류의 미래가 되어버린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2673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16개월 우주를 떠돈 테일러와 그 일행이 불시착으로 한 행성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유인원이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인류와 자연환경이 비슷한 또 다른 행성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이곳이 지구다. 인류는 서로를 향한 증오와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고 핵전쟁을 벌인 것이다.

 

지구의 시간은 우주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인터스텔라에서 인류의 생존을 걸고 우주로 떠났던 쿠퍼는 지구로 돌아와 어느새 성인이 되어있는 딸을 만난다. ‘혹성탈출속 테일러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구가 핵전쟁으로 멸망한 후, 그 자리를 말을 할 수 있게 된 유인원들이 대신하게 된 걸 보게 된다. 인류가 여러 유인원 종에서 시작된 거처럼 태초의 단계로 돌아간 것이다. 그는 이 사실에 절규한다.

 

매드맥스’ ‘일라이등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그린 작품들의 공통점은 폐허가 되어버린 인류다. 이 폐허의 이유는 핵전쟁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등의 영화는 인류의 멸망은 핵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1950~70년대는 냉전의 시대였고 미국과 소련이 핵을 통해 서로를 견제할 때였다. 특히 1962,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며 냉전은 최고조에 달했고 실제 핵전쟁의 가능성이 언급됐다.

 

▲ '테넷'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핵전쟁은 흔히 제3차 세계대전으로 표현된다. 한 국가가 핵을 터뜨리면 다른 국가들 역시 이해관계에 의해 핵을 발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그 결과는 전 인류의 멸망이다. 그래서 매드맥스일라이처럼 소수의 인류가 폐허 속에서 살아가는 배경이 형성된다. ‘테넷은 이런 제3차 세계대전의 개념을 시간으로 바꿨다. 이 개념 속에서 미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표현됐던 세계는 과거와 미래의 대립으로 변화한다.

 

테넷의 핵심적인 개념인 인버전이다. 이 인버전은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이동할 수 있으며, 과거의 시점에서 미래에서 온 사람은 거꾸로 시간이 흐르는 걸 경험하게 된다. 미래 사람들은 이 인버전을 통해 과거의 인물인 사토르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사토르는 현재의 인류를 모두 멸종시키려 한다. 자신이 가질 수 없으면 파괴해 버리는 성격의 그는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두자 세상도 함께 사라지길 원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사람들은 왜 현재의 인류를 멸망시키려 드는 걸까.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빙하기에 접어든 인류가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인 설국열차 속에서 계층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꼬리칸의 사람들은 빈민처럼 살아가는 반면, 머리칸 사람들은 상류계층의 삶을 누린다. 꼬리칸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켜 머리칸을 향해가는 과정은 인류의 발전을 보는 듯하다. 횃불에서 시작되어 총까지 상징적인 장치를 통해 이를 표현한다.

 

▲ '설국열차' 컨셉아트  © CJ 엔터테인먼트

 

작품에서 인류가 빙하기에 접어든 이유는 환경문제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했던 인류는 실수로 스스로 냉각기를 만들어버린다. ‘혹성탈출처럼 초창기로 돌아가 버렸다. 이런 환경에서 인류는 생존할 수 없다. 그들은 열차 안에 전 인류를 품는다. 노아의 방주가 그랬듯이. 노아는 신의 음성을 들었기에 홍수가 끝날 것이란 걸 알았지만, 인류는 반대다. 언제 이 재난이 끝날지 알 수 없다. 영화는 희망을 주지만 그 희망은 반쪽이다.

 

테넷의 미래 인류 역시 환경문제로 인해 과거의 인류를 멸망시키고자 한다. 그들이 사라진다면 더 깨끗한 환경과 풍부한 자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인류의 생산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바뀌면서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지금도 도시에는 간판과 네온사인으로 인해 우주에서 바라봐도 밝은 불빛을 내며, 대형마트는 밤마다 팔리지 않은 식품은 폐기처분을 해야 하기에 할인을 진행한다.

 

수많은 자원이 생산되고 버려지며 자원은 고갈된다. 인류는 너무 많은 수를 유지하고 너무 많은 소비를 반복한다. 때문에 지구가 스스로를 자정작용 할 수 있는 환경은 점점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영화 낙인의 경우도 미래의 인류가 자원과 환경을 지켜내기 위해 과거와의 소통을 시도한다. 그들은 미래의 의학기술을 조건으로 사회지도층과 협상을 시도한다.

 

▲ '어벤져스' 시리즈의 빌런 타노스  © CJ 엔터테인먼트

 

협상 테이블에 모인 세계 주요 기구의 멤버들은 불치병으로 고통 받는 그들 가족을 치료해 줄 수 있다는 미래의 요구에 마음이 움직인다. 미래가 이런 협상조건을 내건 이유는 그들이 무엇 때문에 위기에 봉착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인류의 발전한 의학기술은 인구의 과포화를 가져오고 있다. 인구가 많다보니 그만큼 생산되는 자원은 많고 파괴되는 환경도 늘어난다. 인류에게는 오래 살고 싶은 욕망과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

 

때문에 어벤져스시리즈의 빌런 타노스는 그 확고한 철학과 우주 전체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 빌런이 된다. 그는 우주에 너무나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어 환경이 파괴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그는 인피니티 스톤이란 돌을 건틀렛이란 장치에 모은다. 이 돌을 모두 모으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7개의 드래곤볼을 모두 모으면 용신이 나타나 소원을 이뤄준다는 것과 같은 장치다.

 

타노스의 소원은 인류 절반의 소멸이다. 그는 그 대상이 자신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여긴다. 그 길만이 은하계 전체가 사는 방법이라 여긴다. ‘테넷에서의 미래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에서는 할아버지 패러독스를 가져와 영화의 의도가 지닌 약점을 상쇄시킨다. 과거의 인류가 없어지면 미래의 인류도 없어지는 게 대다수의 생각이다. 한 개인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 자신의 아버지가 태어나기 전 할아버지를 죽인다면 자신도 사라지는 게 보통의 생각이다. 자신을 낳아줄 아버지가 없어지니 말이다.

 

▲ '테넷' 스틸컷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대사를 통해 과거의 인류가 사라져도 현재의 인류가 살아있을 수 있음을 언급한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꼭 이어져있다는 보장도 없고, 과거의 시간을 바탕으로 평행우주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지구는 과거 인류의 멸종으로 자정작용을 통해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미래의 인류가 이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 어찌 생각하면 미래 인류는 이런 가능성에 기대를 걸 만큼 끔찍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코로나19로 인해 나가서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진 현재에 집안에만 있는 것으로 우울증과 답답함을 호소하게 된다. 그런데 공기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탁해지고, 물은 비싼 값을 내야 될 만큼 오염되었으며, 대규모 사막화가 진행되어 살아갈 공간마저 줄어든다면 그 미래는 어떤 영화도 그려내지 못할 희망 없는 지옥 그 자체일 것이다. 어쩌면 현재의 인류는 미래의 인류와 현재도 싸우고 있을지 모른다.

 

미래를 살아갈 이들은 보장받지 못할 환경과 자원을 바라봐야 한다. 일자리와 경기부양의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 놀란은 이 점을 제3차 세계대전의 진행으로 보았을 것이다. 작품 속 사토르는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듯 알고리즘을 모은다. 그와 타노스의 목적은 같다. 환경을 위한 인류의 희생. 넓게 보자면 미래 인류의 생존을 위한 현재 인류의 희생을 의미한다.

 

냉전의 시대가 끝난 현재 핵전쟁은 더는 흥미로운 소재가 아니다. 프랑스 영화 울프 콜이 보여주는 거처럼 현대사회는 핵 매커니즘을 통해 핵전쟁을 통제하고 있다. 각 국가는 상대국이 핵을 지녔다는 걸 알기에 함부로 상대를 공격할 수 없다. 칼이 100개가 있다 하더라도 상대가 지닌 칼 하나에 찔리면 죽을 수 있다. 인도가 파키스탄을 함부로 공격할 수 없는 이유도 파키스탄이 핵보유국이란 점에서 비롯된다.

 

이런 핵 매커니즘 속에서 핵전쟁은 통제된다. 문제는 통제가 되지 않는 환경이다. 환경파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인류는 미래세대를 생각하지 않는 자원의 낭비를 보여준다. 미래세대가 맞이하게 될 끔찍한 디스토피아를 테넷은 시간을 통해 그려낸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흑역사를 지우고 싶은 개인의 욕망처럼 환경과 자원을 파괴한 미래의 인류를 지우고 싶은 인류의 열망을 표현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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