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서는 안 될 역사의 기록을 찾아서

[서평] 강상우, '김군을 찾아서'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9/10 [15:22]

잊혀서는 안 될 역사의 기록을 찾아서

[서평] 강상우, '김군을 찾아서'

김준모 | 입력 : 2020/09/10 [15:22]

▲ '김군을 찾아서' 표지     ©후마티나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지난 7월 개봉한 이조훈 감독의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기록의 중요성을 말한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진입한 군부대는 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하지만 당시 이 사실은 수많은 증인에 피해자, 사건 후의 사진이 있음에도 여전히 확실한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바로 발포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없다는 게 이유다. 그 이유로 전두환을 비롯한 당시 군부의 인사들은 사건을 부인하고 있다.

 

이 작품이 말하는 사라진 4시간은 그 집단 발포의 현장이다. 당시 광주에 있었던 기자들은 목숨이 위험했기에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들은 누군가 사진을 찍었을 것이라 여겼고,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경험한 진실이기에 묻힐 수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 한 장의 사진이 없기에 진실은 부정을 당한다. 이조훈 감독이 다큐멘터리 이후에도 자료들을 유튜브를 통해 올리겠다고 말한 이유는 이 자료 하나하나가 후대에 증거로 남기 때문이다.

 

서울독립영화제와 들꽃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군1광수로 불리는 김군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의 감독인 강상우는 도서 김군을 찾아서를 통해 그 기록을 알리고 감기고자 한다. 그는 자신이 찾은 기록과 목소리를 기록한 인터뷰를 이 책에 담았다. 사진의 촬영 장소와 시간대별 거리 정보, 그날의 날씨, 촬영 순간의 정황까지를 반영한 14K 사진을 통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도판 자료를 통해 5.18연구서로 손색이 없는 결과물을 완성했다.

 

1광수로 불리는 김군은 누구이기에 감독은 그를 찾고자한 걸까. 20156, 보수 논객 지만원은 대구에서 5.18 진실 보고회 기자회견을 열고 5.18 북한특수군 개입설의 결정적 증거를 언론에 공개한다. 그 증거는 영상분석가가 19805월 광주 사진과 20105월 평양 사진 속 얼굴의 평면 대칭과 음영, 등고선 분석을 통해 이들이 동일 인물임을 밝혀냈다는 주장이다. 그는 처음 찾아낸 북한군 이름을 광수라 지칭해 이들을 제1광수, 2광수로 명명했다.

 

이 주장은 전문가들의 의견과 당시 사진 속 주인공들에 의해 거짓으로 판명 나고 지만원은 고소를 당한다.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우리나라 법의 특성상 고소를 한 원고가 범죄사실을 소명해야 한다. 30년 전 사진의 인물이 자신이라는 걸 밝히는 건 그 당시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만원이 제1광수라 지목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한 인상을 지닌 시민군인 그의 정체를 아무도 모른다.

 

이에 강상우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이 제1광수가 누군지에 대해 추적한다. 당시 광주에 있던 이들은 그를 김군으로 부른다. 명확한 이름은 모르고 성이 김씨라는 것만 안다. 당시 시민군은 생명이 위험한 상황과 혹 붙잡히면 고문을 당할 수도 있었기에 서로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거나 통성명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김군으로 기억된다. 감독은 취재를 통해 당시 광주에 있었던 이름 없는 수많은 김군을 만난다.

 

이 작품은 광주의 역사를 미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5.18이란 역사의 거대한 사건 안에서 한 개인에 집중하고 그를 찾기 위해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을 만난다. 때문에 거대한 역사에는 담길 수 없었던 이야기가 이 책에는 있다. ‘왜 김군이 광수가 되어야 했나가 아닌 왜 김군이 김군이 되었나 했나이다. 강상우 감독은 김군의 정체를 넝마주이라 추측한다. 넝마주이는 폐품 등을 주워 모으는 일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오늘날 양아치란 의미로 쓰인 단어다.

 

당시 총을 들고 시민군 활동에 앞장섰던 이들은 넝마주이였다. 하지만 역사는 이들을 기록하지 않는다. 사회의 하류층이자 불온한 존재로 여겨졌던 이들의 존재가 5.18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저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한 서술에 주의를 기울인다. 자칫 잘못했다간 의미 있는 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며 본래의 의도를 곡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김군의 존재를 알아가는 과정은 어두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파헤치는 순간이다. 당시 넝마주이들이 모여 살던 원지교, 이들을 모았던 자활근로대와 무등갱생원은 사회의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박정희 정권 하에서의 급격한 경제성장은 그 이면에 수많은 빈민을 낳았고, 이들을 감추고자 하나의 시설에 모았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않았음은 당시 시민군의 대처에서 나타난다.

 

무장한 시민군이 나타나면서 당시 광주 시민들은 너도 나도 총기로 무장했다. 문제는 초등학생도 총을 들었다는 점이다. 이에 시민군은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했다. 원로들은 대학생들 중심으로 시민군이 조직되길 원했다. 언제까지 피나는 대립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거친 넝마주이보다는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었으면 했고, 이는 처음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넝마주이들에겐 상처로 다가왔다.

 

강상우 감독은 이 책을 통해 김군이란 개인의 이야기로 5.18민주화운동의 미시사를 담아낸다. 시민군 내부의 이야기를 통해 거대한 기류보다는 세세한 바람에 초점을 맞춘다. 태풍은 바람 하나하나가 뭉쳐서 생겨난다. 그 태풍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왜 김군은 1광수가 되어야 했는지, 이름이 아닌 김군으로 불려야했는지를 보여준다. 김군의 정체는 개인 한 명 한 명에 주목할 때 조각이 합쳐서 하나의 얼굴로 탄생한다.

 

김군을 찾아서는 다큐멘터리가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강상우 감독은 기록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광주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기록은 후대에 전하는 메시지다. 누군가의 기록이 있다면 사건은 왜곡이나 곡해를 겪지 않는다. 감독은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30년 전 기억을 품고 있는 광주의 김군들을 통해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기록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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