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돼야 하니까

'the show must go on'의 철학이 담긴 영화들

임채은 | 기사승인 2020/09/16 [10:52]

쇼는 계속돼야 하니까

'the show must go on'의 철학이 담긴 영화들

임채은 | 입력 : 2020/09/16 [10:52]

[씨네리와인드|임채은 리뷰어]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 The Killing Of A Chinese Bookie, 1976, 존 카사베츠

코즈모 비텔리(벤 가자라)는 클럽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그는 가수와 댄서를 무대로 내보내기 전 자부심 넘치는 말투로 자신이 쇼의 연출가라 소개한다. 매일 관객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코즈모는 바에서 만난 여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나는 황금빛 인생을 산다며 자신은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가 만든 크레이지 홀스 웨스트클럽이 업계 최정상에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온다. 꾸준히 해온 도박 빚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쌓인 것이다. 처음에 그는 도박 빚을 종이쪼가리라고 말하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클럽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지금까지 번 돈을 모두 다시 클럽에 투자했을 만큼 자신의 사업장을 애정하는 사장이다. 코즈모는 결국 사업장을 지키기 위해 빚을 탕감해주는 대신 청부 살인을 해달라는 제안도 승낙하고 만다.

 

 

▲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 스틸컷  © Faces Distribution

 

코즈모의 목표물은 한 중국인이다. 중국인을 처리하러 가는 길, 살인을 앞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가까이 있는 공중전화로 클럽에 전화를 건다. 그의 관심은 지금 클럽에서 어떤 노래가 나오는지가 전부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와 이야기가 잘 통하지 않자 직접 노래를 불러가며 이 노래가 맞냐고 물어본다. 직접 부르는 것도 통하지 않자 무대 소품까지 이야기하며 답을 얻으려 한다.

 

중국인의 집에 침입한 코즈모는 망설임없이 목표물을 향해 총을 쏜다.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나온 부하들에게도 총을 쏜다. 그리고는 황급히 혼란 속에서 빠져나온다. 도망치는 와중에 총상을 입은 그는 클럽의 가수이자 자신의 애인인 레이첼(아지지 조하리)의 집에 간다.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레이첼을 보자마자 말한다. “왜 클럽에 안 갔어? 쇼는 계속돼야 하잖아.”

 

코즈모는 총상을 입은 채로 클럽에 간다. 다시 박수를 받으며 동료들 앞에, 사람들 앞에 선다. 어쩌면 작별인사라고도 할 수 있는 연설을 한다. 그는 자신에 대해, 쇼에 대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애정이 담겨있다.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노래처럼, 그가 클럽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줄 수 있었던 것은 사랑뿐이었다. 그가 없어도 쇼는 계속돼야 하니까.

 

 

미국 독립영화의 발전을 이끈 감독 존 카사베츠는 코즈모의 입을 빌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한다. ‘어떻게든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자신이 없어도 어떻게든 영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어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영화가 하나 있다. 흥겨운 재즈가 유행하던 시기, 살인은 곧 쇼가 되고 감옥이 무대가 된 상황을 그린 <시카고>(2002).

 

<시카고> Chicago, 2002, 롭 마셜

아찔한 도시 시카고에서는 스타도 아찔하다.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이는 다름 아닌 범죄자 벨마(캐서린 제타 존스). 자신의 남자 자신의 여동생이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한 그녀는 고민할 것 없이 둘다 죽여버려 교도소에 수감됐다. 벨마는 변호사 빌리 플린(리차드 기어)와 함께 하나의 쇼 비즈니스인 재판을 치밀하게 기획하고 연출한다.

 

 

▲ '시카고' 스틸컷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하지만 벨마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남편을 살인한 새로운 스타 록시(르네 젤위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록시는 벨마와 라이벌 구도를 그리며 재판장이라는 무대를 장악한다. 벨마의 인기가 그랬듯, 록시의 인기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가건물에 불과하다. 가수가 되어 무대에서 노래하길 꿈꾸던 록시도 새로 나타난 이에게 인기를 물려준다.

 

록시와 벨마는 수감 생활 끝에 진짜 무대에서 만나 듀엣으로 노래한다. 예전처럼 온 세상이 주목하는스타가 아닐지라도 그들은 자신만의 무대를 꾸민다. 귀를 간지럽히는 드럼 하이햇(hi-hat) 소리와 트램펄린처럼 통통 튀어오르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그들의 쇼는 계속된다.(The 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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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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