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인생을 찾아가는 여정

[프리뷰]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 9월 23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9/16 [13:16]

나를 위한 인생을 찾아가는 여정

[프리뷰]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 9월 23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9/16 [13:16]

▲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포스터  ©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주)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한 사회에는 그 사회가 원하는 기준이란 게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을 만날 때면 공부 잘 하니?’라고 물어보는 건 학생이라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공부를 안 하는 학생은 본분을 망각하거나 사회적 범주에서 벗어난 존재로 여겨진다. 일본 작가 료 아사이의 소설 누구에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수학이나 체육을 못하면 그냥 못하는 건데 왜 취업을 못하면 패배자로 인식되는 걸까

 

어른이라면 누구나 일을 하고 있어야 하고 어떤 사회적인 위치에 올라야 한다는 것도 사회가 만든 기준이다. 우리는 이런 기준을 따르기 위해 노력한다. 뒤처진 패배자로 인식되고 싶지 않아서다.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는 코믹한 제목과는 다르게 진중하면서 따뜻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살과 관련된 이야기라기보다는 다양성을 주제로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네 명의 주인공은 사회적인 기준과 시선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주인공 장잉주안은 세상에서 먹는 게 가장 좋다. 유치원에서 영양사로 일하는 그녀는 100kg이 넘는 몸무게 때문에 원생들한테 공룡 쌤이라 불린다. 뚱뚱한 덩치 때문에 버스에서는 자리를 양보하려고 해도 그냥 앉으라고 원성을 듣고, 마트에서는 혐오스런 시선을 받는다. 길거리에서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유치원 원장이자 어머니인 린은 살을 빼는 조건으로 유치원 식단을 마음대로 짤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스틸컷  ©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주)

 

이에 장잉주안은 다이어트 센터를 찾는다. 그곳은 장잉주안처럼 살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이곳 원장에 의해 죄인처럼 여겨진다. 원장은 살을 빼려는 이유로 취업을 말하는 한 회원의 말에 동의한다. 다른 회원이 싼 값이라면 자신을 써줄 것이라 하자 원장은 싸게 보이고 싶으냐며 반문한다. 그는 회원들의 눈을 감게 하고 몇 분 뒤 옆사람의 얼굴을 보게 한다. 타인의 모습을 통해 자신에게 염증을 품게 만들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장잉주안은 오히려 상처를 받는다. 이전에는 무기력함만 느꼈던 그녀지만, 학원에 다니면서 자신이 큰 잘못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진다. 다이어트 센터의 예쁘고 마른 모델은 그녀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공포의 존재다. 모델의 환영은 장잉주안을 따라다니며 심리적인 압박을 준다. 그런 장잉주안은 두 사람을 만나 자신답게 사는 것의 아름다움과 그 한계를 느낀다.

 

택배기사인 우는 장잉주안에게 처음으로 호감을 보인 남자다. 큰 키에 훈훈한 미소를 지닌 그는 장잉주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다. 어린 시절 별명이 흑돼지였다는 그의 말은 이 남자라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만든다. 장잉주안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며 살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우의 모습은 힘을 준다. 보이는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게 멋진 일이라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스틸컷  ©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주)

 

이런 장잉주안의 기대는 배신을 당한다. 알고 보니 우는 그녀가 만든 음식을 집에 가는 길에 죄다 토해낸다. 어린 시절 뚱뚱하단 이유로 놀림을 당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우는 남들에게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은 사람이다. 사회적 편견과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그런 시선에 갇혀 있다. 우의 정체를 안 순간, 장잉주안은 낙담하게 된다.

 

장잉주안이 일하는 유치원의 원생인 샤오위는 남자아이지만 여자 옷을 입는 걸 좋아한다. 겉보기에는 성실한 모범생이지만 사실은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 엄마에게도 말 못할 고민을 지닌 샤오위를 장잉주안은 돕기로 결정한다. 여자 옷을 입고 화장을 한 샤오위는 장잉주안과 함께 거리를 산책한다. 자신에 대한 당당함을 샤오위가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장잉주안에게 있다.

 

뚱뚱하고 싶은 사람은 뚱뚱하고, 여자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은 여자처럼 보이면 된다. 사회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살아간다. 모든 사람이 기준에 맞춰 표준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장잉주안은 자신은 그럴 수 없음을 안다. 그래서 샤오위 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갔으면 한다. 장잉주안이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주변의 시선과 어머니 린에게 있다. 린은 딸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스틸컷  ©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주)

 

장잉주안과 달리 고령의 나이에도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린은 영양사가 뚱뚱하면 학부모들이 싫어할 것이라 여긴다. 식단이 기름질 것이란 편견을 가질 우려 때문이다. 린은 심지어 유치원 소개 팜플렛에서 식단 파트에 딸의 얼굴을 빼버린다. 장잉주안이 스스로에게 당당해질 수 없는 건 옆에서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줘야 할 엄마의 시선 때문이다. 딸과 엄마는 그들도 모르게 냉전을 가졌던 것이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다이어트의 여정을 다룬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회적인 편견과 두려움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보인다. 장잉주안도, 우도, 샤오위도 사회적인 시선과 기준에 맞춰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자신을 숨기고 바꾸려고 한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게 아닌, 옆 사람의 얼굴과 시선에 초점을 맞춘다. 공동체의 기준에서 멀어지는 게 두려워 스스로를 바꾸게 되면 진정한 자신을 잃게 된다.

 

타인의 얼굴을 보자. 그 사람이 행복해 보이는 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을 바라보지 않는다. 자기가 인생의 주인공인데 남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다양성의 가치는 나다움을 추구하는 데에서 온다. 세상이 모두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여행과 만남은 특별함을 지니지 못할 것이다. 삶이 특별한 건 나라는 주인공이 써 내려가는 이야기라는 점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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