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딸들의 기행기, 영화 ‘엄마에게로의 여행’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이 ‘모든 엄마에게’ 바치는 영화

장세영 | 기사입력 2019/05/07 [10:00]

모든 딸들의 기행기, 영화 ‘엄마에게로의 여행’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셀리아 리코 클라베이노 감독이 ‘모든 엄마에게’ 바치는 영화

장세영 | 입력 : 2019/05/07 [10:00]

 

▲ 영화 '엄마에게로의 여행' 포스터    

 

 가족보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즐겁고,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도 친구들과 보내고 싶어 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나만의 공간도 좀 필요하고, 부모님의 통금 시간 이야기는 지겹다. 인간이라는 인물이 으레 그렇지만, 머리 좀 컸다 싶으면 밖으로 나돌아 다니고 싶어 한다. 모두들 그러한 때가 이미 있었거나, 혹은 아직도 그런 때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주인공 레오노르도 엄마에게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자신을 걱정할 엄마가 신경 쓰인다. 에스트레야는 딸이 떠나길 원하지 않지만, 마냥 자신의 곁에 머무르게 할 순 없다. 영화는 이렇듯 두 모녀 사이의 복잡하고 미묘한 순간들에 집중한다. 두려움이 있지만 다른 것을 해보고 싶은 딸의 마음과 서운하면서도 기다리게 되는 엄마의 마음 사이에 카메라를 세우고 두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따라, 움직임을 따라 그들의 현재와 감정의 시간을 그려낸다.

 

▲ 영화 스틸컷    

 

 스페인을 벗어나고 싶어 하던 레오노르는 돈도 벌고 영어도 배울  있는 좋은 일자리를 찾았다며, 암마가  일자리를 위한 자신의 영국행을 허락해주길 바란다.  에스트레야가 딸의 성급한 생각에 단호하게 no 외치며 그들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지만,  싸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엄마가 딸에게 져줄 것임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레오노르는 영국의 흐린 날씨를 걱정한 엄마가   방수 부츠를 신고 런던으로 떠난다. 스페인에도, 한국에도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엄마는 특히  그렇다.

 

 딸이 영국으로 떠난 후에도 에스트레야의 하루는 딸을 위주로 돌아간다.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는지, 두꺼운 옷가지가 필요하진 않은지, 밥은 거르지 않고 먹는지 등을 걱정하며 아침부터 밤까지 딸의 전화를 기다린다. 샤워 중에도 뛰쳐나와 전화를 받는다. 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인생이고, 엄마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또한 딸의 인생이다.

 

 거실 탁자의 난로에서 불이 옮겨붙는 작은 화재가 있었다. 새벽에 홀로 큰일을 치를 뻔한 에스트레야는 놀라고 불안한 마음에 영국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걸지만 레오노르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전화를 끊어버린다. 모든 딸들은 이 장면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앞에선 볼 수 없었던 엄마의 약한 모습’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엄마를 떠나 낯선 타지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딸도 많은 불안감을 느끼겠지만, 딸을 그 낯선 곳으로 떠나보낸 엄마의 불안감은 못 해도 그의 배는 될 것이다. 딸에 대한 걱정도 해야 하고 그 불안감을 가득 안고 있는 나 자신도 돌봐야 하니까. 그렇다고 그 불안감을 먼 곳에서 맘고생 하고 있을 딸에게 내비칠 수도 없을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딸들은 스크린을 통해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쉬는 날을 틈타 잠시 집으로 돌아온 레오노르는 사실 영국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일도 맞지 않는다며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내비친다. 또 이렇게 그만둬버리는 것이냐며 에스트레야가 레오노르를 나무라지만, 사실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다시 악기를 배우는 것이었다며 눈물 흘리는 딸을 엄마는 외면할 수가 없다. 에스트레야는 음악 학원을 다니자고 말하지만 레오노르는 ‘좋은 음악 학원은 비싸다’며 너무나 현실적인 말과 함께 다음 날 영국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나지만, 레오노르가 결국엔 삭막한 런던 생활에 잘 적응하게 될지, 포기하고 스페인으로 돌아올지, 혹은 정말로 악기를 다시 배우게 될지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레오노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길을 가게 되어도 에스트레야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딸의 새로운 길을 응원할 것이라는 점이다. 엄마는 그저 딸이 어떤 길을 가든 그것이 너무 험한 길이 아니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 영화 스틸컷    

 

 셀리아 리코 클라벨리노 감독은 이렇듯 드라마틱 하지 않은 서사 속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누구에게나 엄마가 있다. 이것은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그것을 가지고 모두가 공감하는 특별한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얼마나 큰 능력인가? 영화는 에스트레야와 레오노르의 이야기를 그려내지만 결국 모든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평범한 딸인 필자 또한 영화에 공감하고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엄마 예찬’같이 보일 수 있지만 이 글은 영화 ‘엄마에게로의 여행’ 리뷰가 맞다.) 셀리아 리코 클라벨리노 감독은 ‘이 영화를 모든 엄마들에게 바칩니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이 영화를, 자신의 엄마에게 측은지심 한 번은 분명히 느껴봤을 모든 딸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씨네리와인드 장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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