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와 사운드의 어긋남,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의 탄생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교환일기>-소통과 교류 그리고 해석의 차이에 대해서

이지은 | 기사입력 2019/05/07 [10:15]

이미지와 사운드의 어긋남,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의 탄생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교환일기>-소통과 교류 그리고 해석의 차이에 대해서

이지은 | 입력 : 2019/05/07 [10:15]

▲ 네이버 <교환일기> 포스터     © 이지은

 

 올해 스무 번째 봄을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작년에 비해 더 다양해진 프로그램들로 관객들을 맞이했다. 특히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에서 유난히 다큐멘터리가 적었던 지난해와 달리 다채로운 색깔의 다양한 다큐멘터리들이 출품되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중 한국과 일본의 두 아티스트가 공동으로 연출해 화제가 되었던 작품인 교환일기 5 CGV 전주고사에서 상영되었고 영화 상영 이후에는 임흥순 감독과 모모세 아야 감독이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의 시간을 가졌다.

 본래 일기라는 것은 자신의 가장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생각과 감정이 담긴다. 따라서 소통과 교류가 주 목적이 된다고 볼 수는 없는데 그와 다르게 교환일기는 일기의 성격을 지닌 동시에 타인과의 교류와 소통을 의도한다. 그런 이유에서 상대방과 일종의 연결됨을 느끼고 그런 친밀감 때문에 우리는 재미를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은 마치 편지 같기도 하지만 또 편지와는 확실히 구분되는 일종의 놀이라고 생각되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SNS를 통해 이러한 양상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자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 네트워크에 노출시키면서(포스팅, 공유) 댓글, 하트 혹은 좋아요와 같은 기능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이는 직접 손으로 일기를 주고 받으며 쓰는 것은 아니지만 소통의 면에서 교환일기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환일기라는 영화의 소재에 더 반가움을 느낀 것 일수도 있는데 임흥순 감독과 모모세 아야의 교환 일기는 교환일기의 형식을 띄고 있으면서도 색다른 점들이 너무 많아서 그 익숙함을 단번에 낯선 느낌으로 바꾸어 놓은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 네이버 스틸컷     © 이지은

 

 교환일기 <위로공단>을 연출한 한국의 임흥순 감독과 영상 아티스트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일본의 모모세 아야가 공동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에 걸쳐 진행된 협업 프로젝트로 두 작가가 서로가 촬영한 영상을 교환, 편집 후 각자의 시선으로 자유롭게 내레이션을 입히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주로 아이폰으로 촬영된 교환 일기는 한국 일본의 예술가들 사이에 일어나는 교환을 매개로 한다는 점 외에도 소통과 교류 그리고 해석의 차이에 대한 사고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가진다. 

  먼저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이미지와 사운드, 즉 영상과 내레이션의 어긋남이다. 처음에 영화의 시작과 함께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었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인데 가령 팔딱거리는 물고기의 영상에 전혀 관련이 없는 내레이션이 흘러 나온다던가 미술관 벽은 왜 하얗게 칠하는 것일까라는 내레이션에 무관한 이미지들이 보여지는 것과 같은 장면들이 있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세월호 집회, 퀴어 축제, 동일본대지진 그리고 아베 정권 시위 등 사회적인 이슈를 보여주는 영상들이 많이 담겼는데 이런 영상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이미지와 내레이션이 항상 어긋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모모세 아야 작가가 에드가 앨런 포의 검은고양이와 아내의 시체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뒤이어 무덤과 묘비를 촬영한 영상에 영원히 이름이 새겨지지 않는 묘비와 같은 내레이션이 흘러 나오는 것은 두 가지 요소가 중첩되는 경우에 해당됐다. 하지만 불일치의 부분이 더 많다고 느껴졌고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내레이션은 내레이션 대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마치 멀티스크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와 같은 실험적인 설정은 영화에 더 집중하게 하게 하는 동시에 생소하고 어색한 느낌을 주었는데 서사 없이 흘러가는 영상들과 그에 연결되지 않는 내레이션은 그 동안 봐왔던 통상적인 다큐멘터리나 영화와는 확실히 달랐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보통의 경우에 촬영하는 사람과 내레이터가 일치하는 반면에 교환일기는 상대방이 찍어 보낸 영상과 그 소재를 바탕으로 수령자가 내레이션을 입히는 구조로 연출되었기 때문에 더 색다르게 느껴진 것 같다. 일본의 풍경이 담긴 영상에 임흥순 감독님의 목소리(한국어)가 흘러나오고 한국의 풍경이 담긴 영상에는 모모세 아야 작가의 목소리(일본어)가 흘러 나오는 것이 그와 같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상의 낯선 구축 방법뿐만 아니라 내레이션(일기)의 내용들도 단편적이면서 또 문학적이고 개인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관객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점들이 존재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영화를 볼 당시에 맥락 없는 일련의 장면들 그리고 시각적인 요소와 청각적인 요소간의 어긋남으로 인해 그 전 장면을 기억하기 쉽지 않았고 각각의 장면에 담긴 의미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면서 혼란이 왔었다. 하지만 능동적으로 작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관객들이 스스로 각자의 방법으로 해석하고 곱씹게 된다는 점에서 그것만의 매력을 찾을 수도 있었다.

▲ GV 현장     © 이지은

 

 영화 상영 이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다양한 질문이 오갔다. ‘교환일기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 임흥순 감독은 2015년 한일국교화정상화 50주년을 기념으로 공동 전시를 하게 되었을 때 색다른 것을 시도해보고자 모모세 아야 감독에게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고 답했고 일상의 풍경들, 다른 작업 과정에서 산출된 이미지들 그리고 해외 전시나 영화제에서 찍었던 일종의 영상 부스러기나 조각들로 영상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 동안 얘기하고 싶지만 얘기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담았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아직도 마주하기 힘든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이미지를 모모세 작가에게 보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모모세 아야 작가 또한 일본에서 본인의 일상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것들을 영상에 담았는데 여성이라는 점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일기의 낭독이 기억에 남는다.

 두 사람의 작업 과정은 조금 달랐는데 모모세 작가가 이미 존재한 일기들에 영상들을 편집해 붙인 반면에 임흥순 감독은 모모세 작가가 보낸 영상들을 토대로 즉흥적으로 일기를 작성했다는 점이었다. 두 작가는 이번 협업 작업을 하면서 자신이 찍은 영상들이 상대방에 의해서 스스로의 생각과 다르게 해석 되었을 때 큰 매력과 흥미를 느꼈고 결과물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자면 영화 속 전철에서 조는 남자가 나오는데 그는 모모세 작가의 파트너로 개인적으로 그를 잘 아는 그녀의 입장에서 임흥순 감독이 그 영상을 전혀 다르게 표현 한 게 정말 재미있었다고 했다. 영화의 화질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폰으로 촬영되었다는 점이 놀라웠는데 모모세 작가의 의도대로 스마트폰만이 가진 독특한 질감이 잘 드러났다. 그녀는 거대한 카메라가 찍히는 대상에 착취의 느낌을 줄 수도 있는 반면에 스마트폰은 비교적 친근감 있게 현장성을 가지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교환일기는 신선한 연출법으로 관객들에게 소통과 교류 그리고 해석의 차이에 대한 은유적인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새로운 관점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끄는 이 독특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2탄을 기대해본다.

[씨네리와인드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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