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열 받네’ 이유 없는 분노의 질주가 무서울 때

[프리뷰] '언힌지드' / 10월 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9/29 [13:58]

‘어? 열 받네’ 이유 없는 분노의 질주가 무서울 때

[프리뷰] '언힌지드' / 10월 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9/29 [13:58]

▲ '언힌지드' 포스터  © (주)누리픽쳐스 , (주)영화특별시SMC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최근 인터넷 뉴스란을 장식하는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소식이 묻지마 범죄다. 별다른 원한관계나 계기 없이 상대에게 폭행을 휘두르고 살인을 저지르며 불안을 유발한다. 상대의 말 한 마디, 상황 하나가 분노를 유발해 극단적인 선택을 택하게끔 만든다. 해외에서는 이와 관련된 극심한 범죄가 보복운전인 듯싶다. 올해 초 공개된 데스 체이싱을 비롯해 이 작품, ‘언힌지드등 보복운전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언힌지드는 보복운전의 원인을 사회적인 불안과 답답함에서 찾는다. 작품은 대놓고 도입부에서 미국의 극심한 교통체증과 실업률, 이에 따른 분노범죄를 뉴스로 묶어 보여주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것임을 알린다.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슬픔와 울분을 풀지 못한 이들은 타인을 분풀이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름이 나오지 않는 작품의 주인공 더 맨역시 마찬가지다.(이후 서술은 남자로 하겠다.)

 

그는 사회적인 약자라 칭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중간관리인으로 일하던 그는 해고당한 후 다시 한 달간 일을 하다 해고당하게 된다. 해고의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그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어쩌면 본인이 자초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낙인찍힌 그는 내면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품게 된다. 이 분노는 아내의 이혼소송으로 터지게 된다.

 

▲ '언힌지드' 스틸컷  © (주)누리픽쳐스 , (주)영화특별시SMC

 

그 불똥을 맞게 된 건 레이첼이다. 레이첼은 불운한 상황에 놓여 있다. 남편과는 이혼소송 중이고, 어머니는 몸이 아파 시설을 향했으며, 경제적인 문제로 동생 커플과 한 집에서 지내게 된다. 매일 그녀를 괴롭히는 건 아들 카일을 데려다 주는 등굣길의 교통체증이다. 이 답답한 러시아워 속에서 그녀는 점점 짜증이 오른다. 이 짜증의 절정은 미용 예약을 했던 단골손님이 지각을 이유로 취소를 하면서다.

 

이때 레이첼의 마음에도 이유 모를 분노가 피어올랐을 것이다.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지? 왜 이렇게 세상에 사람은 많고 차도 많아서 내 앞길을 꽉 막아놓느냐고! 그래서 남자의 차가 파란불에도 움직이지 않자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을 것이다. 이후 남자는 레이첼에게 기회를 준다. 자신이 파란불에도 안 움직인 걸 사과할 테니 레이첼도 거칠게 경적을 울린 걸 사과하란 것이다. 하지만 불만으로 가득 찬 레이첼의 마음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 '언힌지드' 스틸컷  © (주)누리픽쳐스 , (주)영화특별시SMC

 

이때부터 영화는 쉴 틈 없이 펼쳐지는 레이첼을 향한 남자의 분노를 보여준다. 보복운전을 시작한 남자는 주유소까지 레이첼을 쫓아온다. 그녀의 스마트폰을 훔쳐 친구와 가족에게 해를 끼치고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남자는 우리가 언제가 처할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현대사회는 CCTV와 블랙박스, 과학수사로 인해 범죄의 위험이 다소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의 밑바닥에 놓인 이들에게 처벌은 두려운 게 아니다.

 

글래디에이터의 섹시한 검투사와 로빈 후드에서 정의의 용사 로빈 후드를 연기했던 러셀 크로우는 살을 잔뜩 찌우고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을 통해 외형적으로 공포를 유발한다. 그의 거대한 덩치는 공권력이 멀어졌을 때 생명을 위협받을 만한 위압감을 주며, 다소 지저분한 행색은 사회적인 굴레에서 벗어난 낙오자의 분노를 표출한다. 그는 영리하고 강한 악당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1시간 30분 남짓한 시간을 스트레이트로 진행하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막장이다. 남자는 체포될 두려움 없이 사람을 차로 치고 방화를 저지르고 살인을 한다. 심지어 몸이 다쳐도 진통제를 대량복용하고 복수를 이어간다. 한 마디로 오늘만 산다. 만약 도입부에 레이첼과 남자의 다툼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레이첼이 무슨 죽은 죄를 짓거나 오랜 가문의 원수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만큼 매섭고 격렬하다.

 

▲ '언힌지드' 스틸컷  © (주)누리픽쳐스 , (주)영화특별시SMC

 

이런 강렬함과 별개로 영화 자체는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 크다. 스릴러의 측면에서는 꽤나 만족할 스릴감을 준다. 쉴 틈 없이 몰아치며 이유 없는 복수를 이루고자 하는 분노의 질주가 진정한 악마를 만난 기분이다. 몰아치는 힘은 좋지만 영리하게 관객을 조이는 능력은 부족하다. 레이첼의 행동은 다소 관객을 답답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 피해자의 캐릭터를 보이며, 경찰은 다소 무능하게 등장한다.

 

여기에 나름 머리를 굴린 후반부는 다소 단조로운 구성으로 극적인 느낌을 살리지 못한다. 영리하기 보다는 우직한 스릴러로 이 우직함에 반한다면 만족하겠지만 아니라면 김빠진 탄산음료를 마시는 기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러셀 크로우의 강렬한 악역 연기와 강하게 몰아치는 천하장사 같은 영화의 힘은 레이첼은 물론 관객들도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을 만큼 스릴감 하나만큼은 일품이라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rlqpsfkxm@cinerewind.com

Read More

  • 도배방지 이미지

언힌지드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