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7억 명의 트루먼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를 영화 <서치>와 함께 고찰

김세은 | 기사승인 2020/10/05 [10:19]

우리는 27억 명의 트루먼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를 영화 <서치>와 함께 고찰

김세은 | 입력 : 2020/10/05 [10:19]

 

▲ <소셜 딜레마> 포스터  © 넷플릭스

 

[씨네리와인드|김세은 리뷰어]  아침에 눈을 뜨면 듣는 알람 소리부터, 자기 전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스케줄 정리까지. 현대인은 스마트폰 없이 삶을 영위할 수 없다. 그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우리는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SNS로부터 알람을 받으면 심장이 두근거리며, 내용이 궁금해지고, 결국엔 스마트폰으로 손이 간다. 마약이랑 무엇이 다른가? 계속해서 생각나고, 하고 싶고, 끊을 수 없다. 이 모든 인간의 병적인 심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고착화됐다. SNS의 비즈니스모델은 이런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 알고리즘을 통해 탄생했고, 이것이 지금 현대인의 정신적 피해를 넘어서 이 세상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넷플릭스 신작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는 우리에게 SNS가 세상의 종말을 가져오리라 경고한다.

 

▲ <소셜 딜레마> 스틸컷  © 넷플릭스

 

사람들을 유저(User)’라고 부르는 곳은, SNS와 마약상 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지 않아도, 우리는 온라인 세상에서 죽지 않는다. 온라인 세상의 AI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접속하라며 푸시 알람을 띄운다.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는가, 알고 보면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는 것이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클릭하고,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AI는 우리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된다. 우리의 정보를 학습한 AI는 점점 우리의 흥미를 끌기에 최적화되고, 우리는 그 유혹에 넘어가 세뇌되고 만다.

 

 <소셜 딜레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몸을 담가봤던 사람들이 이러한 비즈니스모델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형식과, SNS로 조종당하는 평범한 가족의 드라마 형식이 공재한다. 두 가지 형식을 교차 편집하는 신선한 방식으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드라마 부분은 필자로 하여금 영화 <서치>의 여러 장면에 다다르게 했다.

 

▲ <서치> 스틸컷  © 소니 픽쳐스

 

영화 <서치>와의 교차점, ‘소통의 부재, 익명성, 자극

 <서치>는 갑자기 사라진 딸 마고의 행방을 찾기 위해 그녀의 노트북과 SNS 계정을 이용하여 추리를 하는 아버지 데이빗의 이야기다. 마고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 때의 감정은 어땠는지 누구를 만났는지를 모두 그녀의 SNS와 인터넷 계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심지어는 마고의 실종 사고를 해결해낼 수 있었다. 모든 단서가 그녀의 인터넷 활동에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SNS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TV이후 최초로 전 국민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초등학생들에게 유투브의 파급력이 엄청나다. 그들은 유투버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검색을 할 때도 구글이나 네이버가 아닌 유투브를 사용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현실 세계와 인터넷 세계, 다중 실재 내에서 살면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인터넷에 기록한다.

 

▲ <서치> 스틸컷  © 소니 픽쳐스

 

여기서소통의 부재가 발생한다. 이렇게 변화한 생활양식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점점 피상적으로 변해왔다. 마고의 SNS상 친구들은 모두 마고와 가까운 관계가 아니었고, 그런 친구가 100명은 족히 넘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인간관계를 나누고 있기까지 했다. 온라인 세계가 존재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많은 인간관계를 나누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그 세계 속 관계는 겉보기 식일 뿐이다. 가령 SNS 상에서 서로 팔로우 하지만 소통은 그저 좋아요가 전부이다. 혹은 좋아요를 위해서 관계를 맺는 데 집착하는 경우도 생긴다. 오히려 진정한 의미의 소통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서치> 스틸컷  © 소니 픽쳐스

 

소통의 부재로 인한 익명성의 폐해또한 이어진다.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고 관계를 맺는 데 피곤함을 느낀다. 그러면서 자극적인 것만 찾고 위선적인 짓을 일삼는다. 영화 <서치>에선 이러한 현실을 아버지인 데이빗이 범인이라고 몰아간다든지, 마고의 차가 찍힌 사진을 공포 사진으로 소비하는 등으로 보여줬다.

 

▲ <소셜 딜레마> 스틸컷  © 넷플릭스

 

실제 이런 피해들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소셜 딜레마> 또한 여과 없이 드러낸다. 사람들은 인터넷 상의 피상적인 관계들에게서 오는 관심을 통해 자신의 자신감을 채우고, 남들의 최상의 상태를 드러내는 포스트들을 자신의 현재 처지와 비교하며 자존감을 잃는다. 가족들과는 소통이 단절되고, 곁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이 몰려온다. 이로 인해 피폐해진 정신 상태로, 우리는 SNS에 더욱이 쉽게 휘둘리는 상태가 된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인터넷 세상에 떠도는 건강하지 못한 정보들에 휘둘리고 세뇌 당한다. 자극적인 것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자신의 극단적 사상을 따르도록 만들기 위한 프로파간다를 전파하거나 하는 등의 정보들에 말이다.

 

세상의 붕괴

 특히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상황에서 이로 인한 폐해가 잘 드러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미국에서 락스를 먹으면 코로나바이러스의 면역력을 갖출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SNS상 퍼졌다. 실제로 이를 마셔 사망에 이르는 사람들이 다수 생겼다. 이는 명백히 SNS 상에서 퍼진 루머를 그대로 믿고 실행에 옮겨 나타난 비극적인 사건이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는 현 정부가 만들어낸 사기극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 가지 않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일어나는데, 이는 모두 SNS로 인한 영향이다.

 

사람들은 SNS 때문에 스스로 사고할 능력을 잃고 있다. 각종 루머, 음모 등을 보면 심장이 뛰고, 충격을 받고, 알고리즘으로 인해 비슷한 내용이 반복해서 뜨며, 자연스럽게 편향된 사고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소셜 딜레마>에선 이로 인해 인류가 쌓아온 민주주의가 붕괴할 것이며, 기후변화도 궁극적으로 막을 수 없게 되고, 극단적으로 분리되어 대화조차 하지도 않는 기이한 정치 형태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 <소셜 딜레마> 스틸컷  © 넷플릭스

 

이 모든 것은 현재진행중이며, 조속히 SNS의 어두운 면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이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가장 좋은 것은 SNS를 끊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당장에 SNS를 멀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미 SNS는 거대한 마켓이 되어 버렸고, 트렌드는 모두 그곳에서 오고 간다. 우리는 이러한 가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이러한 알고리즘을 만든 개발자들조차도 본인이 세뇌당하고 있는지 판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어떠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다각적으로 바라보고 본인만의 입장을 관철해보는 시도를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이 다큐를 만든, 알고리즘을 통해 운영이 되고 있는 넷플릭스도 점점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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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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