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범죄장르의 조합, 원작의 매력을 스크린에 옮긴 '라플라스의 미녀'

[프리뷰] 영화 '라플라스의 미녀' / 5월 9일 개봉예정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5/07 [14:53]

과학과 범죄장르의 조합, 원작의 매력을 스크린에 옮긴 '라플라스의 미녀'

[프리뷰] 영화 '라플라스의 미녀' / 5월 9일 개봉예정

김준모 | 입력 : 2019/05/07 [14:53]

 



 

히가시노 게이고는 1958년생의 일본을 대표하는 장르 문학 작가로,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추리소설로 유명한 그의 작품은 수많은 독자에게 때론 추리의 묘미를, 때론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감동을 주며 마음을 사로잡았다. 독특한 반전을 선보이는 작품(<악의> <용의자 X의 헌신>)부터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공허한 십자가> <브루투스의 심장>), 여기에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감동까지(<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인어가 잠든 집>) 다양한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그런 히가시노 게이고가 지난 2015년,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작품이 <라플라스의 마녀>다. 

  

불가사의한 사망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과 라플라스 이론 등 물리학과 수리학의 난제들과 뇌 의학의 세계에 SF적 상상력과 범죄에 얽힌 가족사를 담아내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게임, 만화, 소설 등을 영화화해 온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메가폰을 쥔 <라플라스의 마녀>는 원작의 매력을 스크린에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 <라플라스의 마녀> 스틸컷.     © (주)영화사 빅

 

유명 온천 휴양지에서 60대 영화 제작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사인은 황화수소 중독. 대학교수 아오에는 사건에 관한 자문 역을 맡아 현장을 방문하고 지형적 특성을 통한 단순 사고사가 가능성이 높음을 이야기한다. 사방이 뚫려 있는 지형의 특성상 일정한 순간에 황화수소가 늘어나는 시점을 예측해 살인을 저지르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나카오카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이라 의심한다. 과학적인 근거를 최우선에 두는 아오에와 달리 나카오카는 인간관계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한다. 

  

얼마 뒤, 또 다른 온천 휴양지에서 무명 영화배우가 똑같은 황화수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아오에 교수는 나카오카 형사의 가설하에 살인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이 가설은 현대의 수학 공식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수치들을 모두 계산 가능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에 의해서만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기에 아오에와 나카오카는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 <라플라스의 마녀> 스틸컷.     © (주)영화사 빅

 

그런 아오에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난다. 첫 번째 사망 사건 현장에서 만난 소녀는 스스로를 '라플라스의 마녀'라고 칭하며 살인의 가능성을 예고한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세 명의 캐릭터 아오에와 나카오카 그리고 소녀 우하라는 확실한 캐릭터성으로 극에 재미를 더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소설을 쓸 때 영화화될 것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쓴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캐릭터 하나하나가 지니는 색깔이 분명하고 사건이 명확하게 드러나 읽어나가는 재미를 부여한다. 

  

사건에서는 과학적인 입증을 최우선에 두고, 학문에 있어서는 철저한 스타일로 현실에서는 어수룩한 매력을 선보이는 아오에와 모든 우연은 관계에서 비롯된 운명이라 여기는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나카오카, 미스터리한 매력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에 호기심을 더하는 우하라의 존재감은 흥미를 유발한다. 여기에 <라플라스의 마녀>만이 지닌 매력이라 할 수 있는 과학이 의미하는 이성과 가족과 사랑이 의미하는 감성이 조화를 이룬 스토리는 드라마적인 동력을 보여준다.

 

▲ <라플라스의 마녀> 스틸컷.     © (주)영화사 빅

 

지형적으로 황화수소가 모이기 힘든 장소에서 발생한 의문의 사망 사고는 과학적인 추리의 매력을 준다. 미지의 영역을 풀어낸 천재의 살인인지, 아니면 우연한 사고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마녀라는 신비의 존재가 저지른 마법인지 하는 궁금증이 추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런 이성의 영역의 바탕에는 감성의 영역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드라마의 매력이 있다. 나카오카가 발견한 사망한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인 천재 영화감독 아마카스의 이야기는 극에 감성적인 매력을 더해준다. 

  

그는 과거에 황화수소로 자살을 시도한 딸 때문에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경험했다. 이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아들의 존재와 은둔생활을 택한 그의 존재는 사건과 어느 지점에서 연관이 되어 있는지, 그들의 존재는 과연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하는 궁금증과 영화와 같은 비극을 경험한 천재 감독의 심리와 기억을 잃어버린 아들의 존재가 주는 감정적인 아픔이 수학과 과학의 영역을 다뤄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극에 윤활유의 역할을 해준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탄생시킨 하나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다양한 시리즈의 생산이 가능한 세계관을 이 작품을 통해 탄생시켰다. 영화는 방대하고 복잡할 수 있는 세계관을 과학이 주는 호기심과 범죄 장르가 지닌 미스터리의 매력을 통해 흥미롭게 담아냈다. 영화를 관람한 후 올 1월에 발매된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 <마력의 태동>을 읽어보면 세계관의 매력에 더욱 흠뻑 젖어 들 수 있을 것이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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