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지만 깊은 파동을 남기는 수면 위 '돌멩이' 처럼

[프리뷰] '돌멩이' / 10월 1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0/07 [11:20]

잔잔하지만 깊은 파동을 남기는 수면 위 '돌멩이' 처럼

[프리뷰] '돌멩이' / 10월 1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10/07 [11:20]

 

▲ '돌멩이' 스틸컷  © (주)리틀빅픽처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호수 위로 떨어진 돌은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이 파동은 커다란 호수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 잠시 물결이 일어날 뿐이다. 하지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는 속담처럼 한 번 일렁인 호수는 다시 잠잠해지더라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돌멩이는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망가진 일상을 살게 된 네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연기로 소문난 세 배우와 신예 전채은은 인상적인 앙상블을 선보인다.

 

석구는 30대의 나이에 8살 정도의 지능을 지니고 있다. 일찍 부모를 잃은 석구지만 다정한 마을 이웃들과 절친한 친구들, 철구를 돌봐주는 노신부 덕에 정미소를 운영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 석구의 삶에 한 소녀가 껴든다. 쉼터에서 생활하는 가출 소녀 은지는 마을 잔치에서 소매치기로 오해를 받고, 석구는 그런 은지의 마음을 풀어준다.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가 된다.

 

▲ '돌멩이' 스틸컷  © (주)리틀빅픽처스

 

이 둘의 관계를 마을 사람마다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쉼터의 김선생은 불안을 지닌다.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는 석구가 그 욕망을 은지에게 품을까 걱정이다. 반면 노신부는 석구가 자신과 맞는 친구를 찾아 기쁘다. 석구의 친구들은 모두 나이가 들어 현실적으로 변해 표면적인 예의로 석구를 대하는 반면, 은지는 진심으로 석구를 좋아해준다. 이런 김선생과 노신부의 시각 차이는 그릇된 선의와 잘못된 믿음을 이끌어 낸다.

 

비가 내리던 날, 은지는 사고를 당하고 석구는 걱정되는 마음에 은지를 감싼다. 그 모습이 김선생 눈에는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석구의 삶은 변하게 된다. 김선생은 은지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석구를 몰아세운다. 은지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석구의 내면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김선생의 직업과도 연관이 있다. 쉼터로 오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가족 내에서 문제를 겪고 있다.

 

부모가 부모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도망치듯 쉼터로 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김선생은 아이는 믿어도 어른은 믿지 않는다. 은지를 향한 김선생의 선의는 석구의 삶을 망가뜨리는 그릇된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노신부는 석구를 향한 믿음을 보인다. 지상의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을 통해 구원을 얻은 거처럼, 노신부에게는 석구가 예수와 같은 존재다. 때문에 석구를 향한 믿음을 버리지 못한다.

 

▲ '돌멩이' 스틸컷  © (주)리틀빅픽처스

 

이 믿음은 사회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잘못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린 와중에도 노신부는 이런 믿음을 이어가며 사회적인 비난에 직면한다. 송윤아와 김의성, 두 배우는 김선생과 노신부를 연기하며 각자가 지닌 신념을 관객이 느낄 수 있게끔 심도 높게 표현한다. 여기에 석구 역의 김대명은 순수한 석구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은지 역의 전채은 역시 김대명과 좋은 호흡을 선보인다.

 

배우들이 작품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면, 연출적인 측면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의 장면에는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담겨야 한다. 전개, 의미, 감성. 이야기를 이끌어 가거나, 어떠한 의미를 전달하거나, 감성을 이끌어낼 줄 있어야 한다. 영화가 편집에 오랜 공을 들이는 건 이런 장면 하나하나를 골라내고 조립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돌멩이에는 다소 의아한 장면과 표현들이 다수 존재한다.

 

갑자기 마을의 배경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석구의 행동이 감정을 자아내기보다는 순간에 어울리지 않는 선택을 보여줄 때가 있다. 이는 예상을 뛰어넘는 독특함을 보여주지만 몰입의 측면에서 볼 때는 아쉬움을 남긴다. 정석적인 연출만 따라가도 힘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기분이다. 여기에 배우의 호흡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장면도 존재한다.

 

▲ '돌멩이' 스틸컷  © (주)리틀빅픽처스

 

노신부가 김선생의 사무실을 찾아가는 장면이 대표적인데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은 다소 연극 같은 분위기를 내는 건 물론 미적지근하게 감정의 가닥을 남긴다. 현실에서의 만남이라면 모르겠지만 영화라면 이 장면에서 어떤 감정이나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아쉽게도 이 의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며 흥미로운 설정에 비해 연출적인 측면에서 약간의 어색함을 남긴다.

 

돌멩이는 믿음과 선택의 문제를 다룬다. 인간의 삶은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결정된다. 이 선택 하나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길을 조립한다. 하지만 석구가 호수에 날리는 물수제비처럼 잔잔한 파동 하나는 믿음과 선택을 흔든다. 내일이면 다시 일상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게끔 말이다. 가까이서 보면 소년 같은 마음을 지닌 청년과 소녀의 슬픔을 자아내는 우정 이야기지만 멀리 보면 삶이 지닌 양태를 조명하는 시선이 인상을 남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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