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받기를 포기한 이들의 삶, 모두가 사랑을 갈망하진 않는다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어둑한 새벽'

한재훈 | 기사입력 2019/05/08 [00:00]

사랑 받기를 포기한 이들의 삶, 모두가 사랑을 갈망하진 않는다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어둑한 새벽'

한재훈 | 입력 : 2019/05/08 [00:00]



도대체 이 여자애는 뭘까. 영화 초반 유우카를 보며 드는 생각이었다. 필자의 시각으로는 전혀 삶의 낙이라고는 있을 수 없는 여자 주인공인데,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다 내려놓은 듯 하면서도 나름 낙천적으로 살고 있으니. 

 

작년 제천국제영화제에서 ‘침묵이여 안녕’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감독님께는 죄송하지만, 기대를 하고 봐서 더 그랬겠지만 지금껏 영화제에서 봤던 작품 중 매우 실망한 영화 중 하나였다. 좋은 소재에 기법적으로도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망작이라는 것이 확 와닿는 작품이었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어둑한 새벽’이라는 작품도 기대를 하고 본 작품인데, 영화가 초반부에 시작되면서 앞서 언급한 ‘침묵이여 안녕’이라는 작품의 루트를 따라가지는 않을까 심히 염려스러웠다.

 

다행히 ‘어둑한 새벽’은 나름 괜찮은 영화였다. 어두운 분위기의 청춘 영화인 ‘어둑한 새벽’은 어두운 현실을 살고 있는 청춘 3명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두 명의 여자 주인공과 한 명의 남자 주인공. 이들은 사랑하기를 포기한 이들이고, 사랑받기를 포기한 이들이다.

 

방학을 앞둔 날, 선생 얼굴에 스테플러를 던졌고 칩이 찍혀 피가 뚝뚝 떨어진다. 그럼에도 아무 말 못하고 나오는 교사는 무능하고, 무기력하다.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이면서, 동시에 여자 주인공 유우카와 주기적으로 은밀한 관계를 맺는 아주 ‘무기력한’ 인물이다. 그리고 또 다른 여자 주인공 사키는 말이 없는, 아버지에게서 인정 받지 못하는 딸이다. 남자 주인공은 삶의 목표를 찾지 못하는 그 자리에 머물러만 있는 무기력한, 혹은 우울한 인물이다.

 

 



 

세 인물의 공통점은 방향성이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며,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없기에 심히 무기력한 인물들이다. 그나마 유카는 날라리처럼 살기라도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진실된 ‘사랑’을 느끼지도 못하고 겉으로 포장만 된 사랑을 받고 진실된 사랑을 느껴보지 못했다. 또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가족과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보통 서로 싸운다고 사이가 안 좋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싸움으로 인해 사이가 안 좋은 것이 아닌 친밀감이 없거나, 혹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진실된 사랑을 하지 못한다. 

 

인간관계에 문제 있는 이들은 왜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고 ‘사랑 받는’ 것을 포기한 걸까. “나를 안아보지 않을래?”라고 묻는 유우카는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남과 성관계를 맺을 때 ‘목을 졸라달라’고 말하는 유카는 자신의 방향성과 삶의 목표가 상실되어 버렸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카는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대가로 ‘폭죽’ 혹은 ‘불꽃(하나비)’를 요구한다. 그리고 해가 진 후 옥상에서 코우, 사키와 함께 불꽃놀이를 한다. 어두운 저녁을 환하게 비추는 ‘불꽃놀이’는 이들의 상황과 대비되어 불안함과 애처로움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터지는 불꽃 아래 서 있는 그들이 빛나지 못했던 이유는 그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지도 못하는데, 남을 사랑할 여유는 더더욱 없을테니. 창백한 찰나를 가로막던 천사의 모습을 보았던 넌 예전처럼 날 수 있을까?

 

60분 러닝타임을 갖고 있는 영화, 그래서 느꼈던 건 40분도 안 되는 시간에 금방, 그리고 뜬금없이 끝나버린 듯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인상적이었고 가깝게 다가왔던 이유는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 나와 비슷한 삶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애초에 누군가를 사랑하기를 포기했던,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껴주기를 포기하는 삶을 선택한 나로서는 영화 속 캐릭터들이 마치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이번 삶에서 꼭 누군가를 사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다른 이들에 비해 행복하지 못할 수는 있겠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받고 있는 관객들은 영화 속 캐릭터를 통해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음에 조금이나마 행복함을 느꼈으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불꽃놀이’보다 분명 더 예쁘고 아름다울테니까.

 

[씨네리와인드 한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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