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찬란하게 빛나는 ‘남과 여’

[프리뷰]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 / 10월 1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0/08 [14:00]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는 ‘남과 여’

[프리뷰]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 / 10월 1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10/08 [14:00]

 

▲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 메인 포스터     ©(주)팝엔터테인먼트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1966년 작 남과 여는 로맨스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다. 배우자를 잃은 두 남녀가 죄책감 속에서 감정적인 교감을 시도하는 이 작품은 섬세한 감성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기억의 교차, 360도 키스 장면과 레스토랑 고백 장면, 전보로 사랑을 말하는 장면 등 수많은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무엇보다 여전히 회자되는 프란시스 레이의 OST는 이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로 칸 영화제 최연소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끌로드 를르슈 감독은 이후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연출력을 인정받아 왔다. 어느덧 80대가 되어버린 노감독은 마지막으로 이 두 커플, -루이와 안느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은 노년이 된 두 주인공의 만남을 보여준다. 무려 반세기가 지난 현재, -루이 역의 장-루이 트린티냥과 안느 역의 아누크 에메는 여전한 감성으로 그 당시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 스틸컷     ©(주)팝엔터테인먼트

 

꿈속에 사는 남자, -루이

 

잘 나가는 카레이서였던 장-루이는 이제 혼자 걷기도 힘든 노년이 되어 요양시설에서 지낸다. 그는 치매를 앓고 있어 자신의 아들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아버지가 걱정됐던 앙트완은 수소문을 통해 안느를 찾는다. 얼마 안 남은 아버지의 시간에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다. 안느를 만난 장-루이는 그녀를 기억한다. 그녀의 눈빛부터 머리를 넘기는 모습까지 전부.

 

다만 눈앞에 있는 여자가 안느라는 건 모른다. 그는 그저 50년도 더 전에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꿈을 많이 꾼다고 말한다. 그의 꿈은 50년 전, ‘남과 여의 장면들이다. 이 장면에 추가된 게 안느와의 환상이다. 현재의 안느와 함께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다니는 장면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 번째는 카레이서였던 과거에 대한 환상이고, 두 번째는 안느와의 행복했던 과거다.

 

이는 그의 과거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안느와의 기억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기억의 끝이 매번 총을 쏘는 장면이란 점은 극단적인 결말을 통해 꿈 그리고 환상임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루이가 눈앞의 안느에게 과거 안느와의 추억을 말하는 장면은 남과 여의 명장면과 어우러져 관객과 함께 과거를 추억하는 아련한 시간을 선사한다. 특히 사랑을 고백하는 전보를 받고 안느를 만나기 위해 거리를 질주했던 기억을 말하는 장면은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레이싱 경주보다 더 빠르게 도로를 질주했다는 그는 당시의 그 거리 하나하나를 기억하며 벅차올랐던 사랑의 감정을 되살린다. 의사는 장-루이의 기억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현재의 기억만 하지 못할 뿐 과거의 기억은 뚜렷하다는 답을 한다. 그 과거의 기억들이 전부 안느와 나눈 대화와 관련된 것을 안 순간,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진하고 긴 여운을 남기는지 보여주며 감정을 자극한다.

 

▲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 스틸컷     ©(주)팝엔터테인먼트

 

현재를 사는 여자, 안느

 

안느 역시 장-루이와 만나며 과거를 회상한다. 그녀는 전화로 장-루이를 찾고, 그에게 사랑한다는 전보를 보냈다. 이 전보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안느의 마음 속에는 스턴트맨인 남편에 대한 감정이 깊게 박혀 있었다. 새로운 사랑이 다가왔지만 그 사랑에 죄책감을 느꼈던 것이다. -루이의 기억은 그렇다. 안느의 그 감정이 자신을 밀어냈다고 그는 생각한다.

 

반면 안느는 장-루이의 바람기를 이유로 든다. 잘 나가는 카레이서였던 장-루이는 차 못지않게 여자도 쫓아다녔다. 누구의 기억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고, 영화는 장면을 통해 그들의 단편을 보여줄 뿐이다. 확실한 건 안느는 다시 장-루이를 만나며 그를 향한 감정이 남아있음을 확인했단 것이다. 안느는 장-루이의 아들 앙트완과 자신의 딸 프랑수아즈가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과거를 떠올린다.

 

어쩌면 우리가 남매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앙트완의 말에 미세한 표정 변화를 보이는 안느의 얼굴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리의 미래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말을 하는 듯하다. 과거 두 사람이 정사를 나누는 아름다운 장면 이후에 죽은 남편에 대한 죄책감을 말하는 안느의 모습은 여전히 그때처럼 자신은 과거란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 과거를 잊지 못하는 성격이 안느의 현재다.

 

안느는 장-루이처럼 꿈속에서 살지 않는다. 수의사로 일하며 가게를 운영하고, 딸과 손녀와 함께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안느는 안느다. 그래서 장-루이를 보는 순간, 마치 어제와 같은 현재를 느낀다. 오랜 시간이 지나 그를 만났지만, 자신의 눈을 보고 여전히 안느란 여자를 기억하는 장-루이에게 감정이 피어남을 알게 된다.

 

▲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 스틸컷     ©(주)팝엔터테인먼트

 

여전히 찬란한, 사랑의 기억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남과 여와 비슷한 기법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상영 시간의 절반 정도는 남과 여의 장면이 차지한다. 이런 점 때문에 다소 아쉬움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지나친 추억팔이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표현이 더 와 닿는 지점이 있었다. 오랜 세월 후 다시 만난 두 남녀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써 나간다는 점은 오히려 판타지라고 본다.

 

나이가 들면 현재보다는 과거를 더 회상하고, 동적이기보다는 정적으로 변한다. 그저 장-루이와 안느가 함께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 두 사람 사이에는 대사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 오고 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이 감정을 위해서는 남과 여의 장면은 꼭 필요했다고 본다. 그때의 두 사람은 과거에서 죄책감을 느꼈다면, 현재는 그때의 과거에서 아련한 사랑의 감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노년의 사랑은 석양과 같다. 점점 그 빛을 잃어가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의 일부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들의 사랑은 많은 부분을 감췄을 뿐, 여전히 찬란한 빛을 품고 있다. 가슴을 뛰게 만드는 OST와 변함없는 눈빛으로 사랑을 속삭이는 두 주인공의 감성, 과거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가져온 끌로드 를르슈 감독의 연출은 여전히가슴 한 편에 진한 사랑의 향기를 품게 만드는 마법을 선사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rlqpsfkxm@cinerewind.com

Read More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