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의 충격적인 변신, 그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다

[프리뷰] '소리도 없이' / 10월 1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0/09 [15:03]

유아인의 충격적인 변신, 그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다

[프리뷰] '소리도 없이' / 10월 15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10/09 [15:03]

 

▲ '소리도 없이' 포스터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행복과 불행은 양립한다. 불행이 있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고, 행복을 경험해야 불행의 감정을 알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은 충격을 줬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는 그저 국가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말로 자신을 변호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소리도 없이의 도입부는 이런 사유의 부족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태인과 창복은 트럭으로 계란 장사를 하다 돌아온다. 이때 트럭 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잠을 자는 태인의 모습은 웃음을 유발한다. 이 웃음은 우스꽝스런 우비를 입는 창복의 모습에서 더 터진다. 절정은 이들이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일이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시체 수습을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일은 범죄 느와르처럼 어둡거나 긴장감이 넘치지 않는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손님 대하듯 일을 처리하는 사무적인 모습은 기괴하게 느껴진다. 범죄 조직 실장 용석이나 유괴 일을 하는 집단은 일을 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창복의 말에 하다 보면 다 하게 된다고 한다. 이들은 마치 기계처럼 일한다. 스마일 페이스 콤플렉스에 빠진 아르바이트생처럼 의무적으로 미소를 보이고 형식적인 말을 주고받는다. 영화의 건조하면서 유머러스한 분위기는 블랙코미디의 색깔을 진하게 푼다.

 

▲ '소리도 없이' 스틸컷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태인과 창복은 용석의 부탁을 받고 11살 아이 초희를 억지로 떠맡게 된다. 두 사람에게 유괴는 익숙한 일이 아니다. 태인이 초희를 그의 집으로 데려가라는 말에 짜증을 내는 장면이나 창복이 유괴에 가담하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은 기계 같이 익숙한 일에서 벗어났을 때 느끼는 당황과 초조를 보여준다. 말을 하지 못하는 태인과 절름발이인 창복은 사회에서 도태된 이들이다.

 

태인 역의 유아인은 역할을 위해 외형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삭발을 하고 살을 찌운 그의 모습은 마치 유인원을 보는 듯하다. 이런 생각은 초희가 태인의 집에 가는 장면에서 잘 나타난다. 태인의 집 안은 옷이 어지럽게 바닥에 흩어져 있다. 그 안에서 나온 태인의 동생은 배고프다고 칭얼거리고, 밥을 먹고 다시 잠을 잔다. 이들의 모습은 식사와 수면만 반복하는 짐승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사회에서 도태된 태인은 외형적인 모습과 함께 말을 할 수 없다는 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물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태인의 모습은 재미와 기괴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런 태인의 변화는 초희에게서 온다. 초희가 태인의 동생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집을 정리하면서 태인은 초희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 친절하고 사려 깊은 초희는 오둠만 가득했던 태인의 집을 밝게 만든다.

 

▲ '소리도 없이' 스틸컷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태인은 초희를 통해 행복이란 걸 알게 된다. 초희와 함께 웃고, 초희가 자신을 의지하려 하면 할수록 태인은 그 행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 작품이 행복의 측면에서 멈췄다면 사유는 한 방향에서 끝났을 것이다. 초희는 첫 등장에서 토끼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가면은 얼굴을 가린다. 가면 아래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초희는 태인에게서 사유를 이끌어내지만, 행복의 사유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초희란 캐릭터는 감정을 이입하는 대상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초희에게 감정을 더 이입했다면 현명하게 보일 테지만, 태인에 더 감정이 이입되어 있다면 영악하게 느껴질 것이다. 초희의 모든 행동은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다. 태인의 동생에게 잘 해주는 것도, 얼굴에 미소를 보이는 것도, 심지어 밤중에 화장실에 가는 것도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이런 초희의 캐릭터는 보통의 어린아이들과 다르다.

 

아이들이 자신이 유괴당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울음만 터뜨리는 반면 초희는 탈출을 위해 가면을 쓸 줄 안다. 유괴상황 당시 초희의 아버지는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돈을 깎으려는 시도를 한다. 이는 초희가 집에서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초희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에서 생존을 위해 어른들에게 잘 하는 법을 익혀야 했고, 이런 성향이 유괴상황에서 나타난 것이다.

 

▲ '소리도 없이' 스틸컷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런 초희의 가면을 쓴 모습은 태인에게 착각을 통한 사유를 일으킨다. 창복이 주는 일을 돈을 매개로 실행하기만 했던 태인은 그 결과와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가난한 집안사정, 부모의 부재, 종교로 덜어지는 죄책감 등 태인의 사유를 방해했던 요소들은 초희에 의해 사라진다. 하지만 이 사유가 행복만을 가져오진 않는다. 행복을 알게 된 사람은 불행의 이면도 경험하게 된다. 가끔은 행복을 몰랐으면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큰 불행이 올 때도 있다.

 

이런 태인의 모습은 '행복한 라짜로'의 라짜로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 작품의 주인공 라짜로는 신분제가 존재하는 농경사회에서는 행복하게 산다. 비록 일은 많고 신분도 낮지만 귀족의 아들 탄크레디와 우정을 쌓고 남을 돕는 데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현대의 자본주의 중심의 민주주의 사회로 왔을 때 그는 불행을 느낀다. 돈이 없는 마을 사람들은 자유 대신 사회의 최빈층으로 떨어지고, 탄크레디 역시 돈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초희를 만나기 전까지 태인은 짐승 같은 삶을 살았다. 창복이 주는 일을 하고, 주는 돈을 받으며, 먹고 자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초희를 만나 새로운 삶을 알게 되면서 인간의 삶을 꿈꾸는 사유를 경험하게 된다. 태인의 욕망을 표현하는 옷인 양복의 검은 색처럼, 영화가 더 많은 어둠을 보여줄수록 관객들은 더 깊게 블랙코미디의 색에 젖어든다. 독특함 속에 깊은 주제의식을 담아낸 이 영화는 올해 가장 큰 폭발력을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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