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거장 임권택 감독과 그의 ‘짝코’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짝코’ 리뷰

유지민 | 기사입력 2019/05/08 [10:00]

살아있는 거장 임권택 감독과 그의 ‘짝코’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짝코’ 리뷰

유지민 | 입력 : 2019/05/08 [10:00]

▲ 임권택 감독의 모습     © 네이버 이미지


2002년, 칸은 동쪽에서 온 이름 모를 남자가 만든 영화에 새로운 호기심과 뜨거운 박수를 기꺼이 보냈다. 당시 임권택 감독은 ‘취화선’(2002)이란 작품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고, 이를 통해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영화의 정체성을 널리 알린 바 있다. 사실 임권택 감독은 칸 영화제 수상을 떠나 이미 국내에선 손에 꼽히는 최고의 감독 중 한명으로 수많은 작품을 보유하고 있던 거장이었다.

 

이번 제 20회 JIFF는 ‘스페셜 포커스’를 진행하여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가 지니는 동안 충분히 조명 받지 못했거나 이미 알려진 작품이더라도 재차 언급해야 마땅할, 영화사적으로 귀한 가치를 지니는 영화들을 상영한다. 특히 이 중 임권택의 ‘짝코’는 역사의 현실을 응시하는 한국적 리얼리즘이 무엇인지 역설함으로써 그가 왜 거장인지, 한국 영화의 원천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자 수작이다.

 

 

▲ 영화 '짝코' 스틸컷     © 네이버 이미지

 

‘짝코’는 1950년대 한국 전쟁 시기, 남한측 빨치산 토벌 대장이었던 송기열과 북한측 빨치산이었던 짝코의 일생에 걸친 추적과 도피의 삶을 담았다. 전투경찰 송기열은 악명 높던 백공산, 일명 짝코를 체포해 압송하던 도중 실수로 놓치고 만다. 이 일로 인해 송기열은 군인에서 제명당하고 불명예로 인한 파멸로 치닫기 시작한다. 그는이것을 원인으로 처자식과 재산을 잃고 30년을 짝코를 추적하는데 모든 걸 쏟는다. 지리산에서 시작된 그들의 쫓고 쫓기는 여정은 대한민국 곳곳을 관통한다. 서울의 참혹한 갱생원에서 두 주인공이 재회하는 것으로 시작해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전개되는 이 한국적 로드무비이자 거대한 역사극은 두 남자의 치졸한 도주극으로 시작해 인간 존재의 허망함으로 마무리된다.

 

송기열은 남한의 국군으로써 자신을 움직이고 조종하는 거대한 정치적, 이념적 구조는 알지 못한 채 비극의 원인을 오직 짝코에게 돌리며 평생을 쫓아다녔다. 그는 그저 반공주의에 복종만 하면 되는 전쟁 체제에 익숙해진 작고 작은 소시민 중 하나였으며, 혼자서는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할 수 없는 사회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렸다. 짝코 또한 송기열의 끈질긴 추격에 질려 다른 이들을 속이며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 인생을 택했다. 이념에 따라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자신의 과거는 세월의 야속함 속에 묻어버린 채, 아픈 몸이 어서 빨리 사라지기만을 바라며 사회구조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둘은 그들 자신도 의식한지 못한 채 이데올로기의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 자신과 가족의 삶까지 망치게 된다.

 

 

▲ 제 20회 전주 국제 영화제 시네마 클래스의 임권택 감독 모습     © 유지민 개인촬영


임권택 감독은 지난 5월 4일 전주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짝코 - 시네마 클래스’에서 “분단으로 인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고 광기에 휩싸이게 되는 인물 유형들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짝코’는 삶을 다양하게 보지 못하는 송기열과 백공산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분단과 이념의 억압이 사람이 생각하는 행위를 막고 제어하며 이를 통해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참극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40년 전 만들어진 작품이다보니, 기술적 한계로 인해 카메라 촬영기법이나 편집구도가 매끄럽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코는 한국 전쟁 이후 30년이 지났던 시점에서 고찰해볼 수 있었던 깊은 역사의식과 거시적 구조로 인해 고통받는 나약한 개인들을 현재의 우리에게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적으로나 영화적으로나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임권택 감독은 시네마 토크에서 “지금 보니 고쳐야 할 점이 한두개가 아니다. 치기 어렸던 자신의 과거다.” 라고 밝혔지만, 그는 증오와 슬픔을 동시에 가진 주인공들을 묘사함으로써 비참한 인간존재의 필연성뿐만 아니라, 이념의 허무성까지 고발한 대감독이자 한국 영화의 거장임에는 틀림없다.

 

제 20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러닝타임 103분, 장르 드라마/스릴러/범죄

 

[씨네리와인드 유지민]

 

▲ 영화 '짝코' 포스터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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