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만든 숲에서 나누는 따뜻한 '이야기'

[서평] 권준형 시인, '이야기'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0/13 [10:00]

시가 만든 숲에서 나누는 따뜻한 '이야기'

[서평] 권준형 시인, '이야기'

김준모 | 입력 : 2020/10/13 [10:00]

 

▲ '이야기' 표지  © 하모니북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도시에 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소리와 말과 글속에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위층의 층간소음과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차와 오토바이, 반려견이 짖는 소리는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걸 방해한다. 그뿐인가. 매일 울리는 메신저와 SNS의 소리, 중요한 소식이라며 뜨는 나와는 거리가 먼 뉴스기사는 하루를 의미 없이 바쁘게 만든다.

 

자연을 담은 시를 선보여 온 시인, 권준형의 신간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이 본 자연의 모습을 시에 투영한다. 이 시집에는 반복되는 이미지가 많다. , 바람, , , 나무 등 푸른 이미지가 떠오른다. 색채 역시 이와 연관된다. 초록색과 파란색을 주 색채로 삼으면서 하얀색을 더한다. 때문에 밤의 어두운 이미지에도 고독이나 슬픔보다는 아련함이 피어오른다.

 

시인과 함께 숲속을 거닐며 자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을 주는 이 작품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자연을 말한다. 첫 번째는 풍경이다. 그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말하며 잠시나마 하늘을 올려보거나 나무를 쳐다볼 수 있는 쉼표의 시간을 마련한다. 두 번째는 사색이다. 자화상, 여인의 초상, 너의 이름으로, 아름다운 시절, 이방인 등의 시는 자연 속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시도한다.

 

바쁜 도시 속에 매몰되어 가는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미지 대신 자연을 통한 힐링을 선사한다. 때문에 시의 구성은 이미지가 중점이 된다. 이미지가 중점이 되다 보니 서사로 많은 분량을 잡아먹지 않는다. 간결한 문체 속에 마무리에 찍은 온점이 풍경을 바라보며 서로가 느낀 감정을 짧게 주고받은 뒤 힐링의 시간을 갖는 기분이다. 시에서는 여백도 표현이 된다. 그 하얀 공간은 여운을 남긴다.

 

때로는 긴 말보다 짧은 몇 마디가 깊은 위로를 주기도 한다. 장영희 교수의 수필 괜찮아는 몸이 아팠던 화자가 어린 시절 엿장수에게 받은 위로를 말한다. 엿장수가 엿 두 개를 내밀며 괜찮아라고 한 한 마디에서 화자는 세상 그 어떤 말보다 강한 따뜻함을 느꼈다. 길고 장황한 말보다 짧은 몇 마디가 더 강하게 마음을 파고들 때가 있다. 언어에는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고, 그 의미는 화자의 해석과 상황이 만날 때 더 극적인 힘을 얻는다.

 

이야기는 바쁜 일상에 쉼표를 선물하는 작품이다. 우리가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아름다움에 위로와 위안을 얻는 거처럼, 짧은 시 한 편 한 편이 모여 거대한 숲을 형성한다. 이 숲속에서 시인이 내민 손을 잡고 거닐다 보면 어둔 밤에도 두려움보다 빛나는 별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것이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을 보는 듯한 순수하고 섬세한 감성이 묻어나는 시집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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