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가사를 노래한 순간, 진짜 '세상'을 만나다

[프리뷰] '안녕까지 30분' / 10월 1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0/13 [11:00]

'나'라는 가사를 노래한 순간, 진짜 '세상'을 만나다

[프리뷰] '안녕까지 30분' / 10월 1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10/13 [11:00]

 

▲ '안녕까지 30분'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감동을 준다. 첫 번째는 꿈이고 두 번째는 기억이다. 음악, 그 중에서도 노래는 내가 내 이야기를 내 목소리로 들려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나 희망이 주된 가사의 내용이 된다. 이런 가사의 메시지는 가슴 뛰는 힐링의 의미를 전한다. 음악은 동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같은 기억을 전해주기도 한다. 같은 음악을 듣고 자랐다는 건 같은 감성과 추억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6세의 사운드트랙이란 영화를 보면 주인공 소년은 매년 가장 많이들은 노래들을 모아 CD를 굽는다. CD 한 장 한 장이 그의 앨범이 되는 것이다.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른다는 건 꿈을 말하고 기억을 간직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음악영화에는 성장의 서사가 담기고 꿈을 향한 열정과 갈망을 품고 있다. ‘안녕까지 30은 여기에 현실과 판타지라는 두 가지 요소를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카세트테이프가 재생되는 30분 동안만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다룬 이 작품은 리얼 월드판타지 월드의 미묘한 구분을 통해 청춘의 삶을 말한다. 귀신인 아키가 추구하는 삶은 판타지 월드 같고, 그에게 몸을 양보하게 생긴 소타는 리얼 월드에 살고 있는 거 같지만, 그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일수록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세상을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진중한 질문을 발견하게 된다.

 

▲ '안녕까지 30분'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리얼 월드에 사는 다포세대, 소타

 

소타는 요즘 현실을 대표하는 다포세대 청년이다. 그는 대학졸업을 앞두고 취업준비로 분주하다. 면접장에 들어선 그는 자신에 대한 소개로 친구가 없어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할 일을 잘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주변에 친구는커녕 애인도 없다. 오로지 취업이란 목표를 위해 꿈도, 연애도 다 포기한 인생이다. 그런 그의 앞에 아키가 나타난다. 1년 전 사고로 죽은 밴드 에콜의 보컬 아키의 영혼은 소타의 눈에만 보인다.

 

소타가 우연히 주은 낡은 카세트테이프는 아키의 것으로 그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다. 이 테이프가 재생되는 동안, 아키는 소타의 몸으로 들어와 그가 된다. 소타는 아키의 존재를 껄끄러워하다, 이내 그와 협력한다. 면접 준비를 철저히 했다 생각했는데 자꾸 떨어지는 자신에게 한계를 느낀 것이다. 면접 동안 아키가 소타의 몸에 들어와 대신 면접을 봐주는 조건으로 소타는 해체된 밴드 에콜의 멤버들을 찾아가 다시 공연을 주도한다.

 

멤버들은 아키의 영혼이 들어온 소타의 뛰어난 노래실력과 그의 리더십에 다시 그룹을 결성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소타는 고민을 한다. 사실 아키가 완벽하게 노래를 해낼 수 있었던 건 소타의 음악적 재능이 컸다. 소타는 스스로 음악을 제작하고 피아노도 칠 수 있을 만큼 음악에 소질이 있지만, 음악은 취미이자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해서는 돈을 벌면서 남들처럼 살 수 없다고 여긴다.

 

그가 점점 밴드와 가까워질수록, 아키를 사랑하는 카나가 자신과 가까워질수록 고민을 겪는다. 무엇보다 카세트테이프를 켤 때마다 조금씩 새 소리가 녹음되고 아키의 영혼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소타를 더 곤란하게 만든다. 그는 자신이 아키가 되는 걸 두려워한다. 아키가 사라지면 그의 삶을 자신이 대신 살아줘야만 될 거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판타지 월드에 빠지면 리얼 월드로 돌아갈 수 없다 여기는 소타는 갈등을 겪는다.

 

▲ '안녕까지 30분'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판타지 월드에 사는 낭만 보컬, 아키

 

아키의 등장 장면은 소타와 다르다. 다수의 사람들과 면접장 의자에 앉아 딱딱한 표정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소타와 달리, 아키는 공연을 보기 위해 가던 중 운명의 여인 카나를 발견한다. 칸나를 더 바라보기 위해 달리는 아키의 모습은 낭만 그 자체다. 아키에게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육체가 죽어버린 상황에서도 해체된 밴드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소타의 몸을 이용한다. 몇 번이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여기는 게 아키다.

 

세상에 두드리면 열리지 않을 문이 없다는 아키의 말처럼 그는 밴드를 다시 하나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미 유령이 된 상황에서도 오직 밴드를 위해 소타와 협상을 벌이는 아키의 모습은 몸도 정신도 판타지 월드에 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아키가 현실이라 할 수 있는 면접을 대신 봐준다? 이 설정은 어딘가 오류 같지만, 아키야 말로 진정한 리얼 월드를 살아가고 있음을 작품은 보여준다.

 

카나를 비롯한 밴드 멤버들은 아키가 죽은 뒤 다양한 일에 매달린다. 하지만 그 어떤 일에서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판타지 월드가 아닐까. 그들은 소타의 몸에 들어간 아키를 통해서야 웃음을 얻고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는다. 이들을 리얼 월드로 다시 이끈 건 아키이다.

 

▲ '안녕까지 30분'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우리의 세상은 지금, 여기에 있다

 

카나는 책장의 책을 다 꺼내 창밖에 펼쳐둔다. 그 과정에 대해 책이 햇빛을 보게 하는 것이라 말한다. 1년에 한 번이라도 책을 펼쳐주지 않으면 책은 평생을 책장이란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이를 꿈에 비유하자면 소타는 평생을 자신의 꿈을 펼치지 않고 책장에 둔 것이다. 한 번이라도 펼쳐서 책의 내용을 본다면 그 내용에 반할 수 있고,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책을 책장 안에만 가둔다면 그런 발견은 이뤄지지 않는다.

 

노래를 부른다는 건 자신이란 책을 세상에 펼치는 것이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소타는 자신을 숨기려고만 했다. 성실한 사람, 일만 하는 사람, 내 앞에 서 있는 면접관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으로만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면접관들이 원한 건 주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비전을 지닌 아키 같은 판타지 월드를 가장한 리얼 월드에 사는 사람이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무엇이 실체고 무엇이 허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삶의 모습은 이분법이 완벽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빛나는 것들 사이에서 진짜를 발견하는 건 행복이다. 현대의 청춘들에게 전해주는 인상적인 메시지는 물론, 영화의 내용을 담은 가사로 감성을 더하는 OST와 이를 직접 부른 두 배우의 목소리는 음악영화가 주는 재미를 더한다.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로맨스 역시 감정을 자극하는 관람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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