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진실

영화 '세번째 살인'에서 다루는 진실에 대해

임다연 | 기사승인 2020/10/13 [14:00]

타인의 진실

영화 '세번째 살인'에서 다루는 진실에 대해

임다연 | 입력 : 2020/10/13 [14:00]

  ▲ '세 번째 살인' 포스터 © 티캐스트


[씨네리와인드|임다연 리뷰어] 영화 속 살생 뒤에는 언제나 다른 생명의 가능성이 열린다다섯 마리의 카나리아가 죽고 한 마리가 살아남았고아버지의 죽음으로 딸은 강간에서 해방되었으며식품 공장의 비리는 수면 위로 드러났다이 가능성은 나아가 타인에 대한 이해에 대한 가능성까지 끄집어 낸다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가능성이라는 단어에는 빈 자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이 빈자리에 개인들은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다변호사 시게모리는 부녀 관계를 투사하고피해자 사키에는 자신을 강간하는 아버지를 집어넣는다이 때 가능성은 더 이상 객관적인 진실과는 무관해진다오히려 희망과 믿음에 더 가까워지지만인물들은 자신들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에 진실이라고 부른다하지만 영화는 마지막에 와서 다시금 진실의 베일을 벗겨낸다사형이라는 닫힌 결말을 마주한 채로 다시 열린 가능성은 이제 관객들을 향한다닿은 줄 알았던 이해와 진실은 애초에 그곳에 있는 것이었을까?

 

영화에서 유의미하게 여겨지는 진실은 이해에 기반한다이 진실은 재판장의 진실과는 구분이 되는 개념인데재판장의 진실은 이들이 말하는 소송경제와 개개인의 이해 관계에 기반하는 개념이다유의미한 진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접견실에 존재한다접견실에서 이루어지는 증언은 법정의 그것과는 다르게 적나라한 이해관계보다 개인의 욕구가 우선된다그러나 보통의 경우 두 장소의 이해관계와 욕구는 일치하기 때문에이전까지 시게모리는 구분된 진실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 채로 의뢰인의 이득만을 추구했다그러나 미스미는 감형이나 무죄 판결보다는 이해와 공감에 욕구가 있는 인물이다영화는 시게모리가 이런 미스미에게 공통된 지점을 발견하면서 비로소 시작된다.

 

 

▲ '세 번째 살인' 스틸컷 © 티캐스트

 

주요 등장인물 세명은 서로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이것은 부녀 관계와 관련이 된 것이기도 하고어떤 문제에 대한 외면과도 연관이 있다먼저 세 인물은 모두 비정상적인 부녀 관계를 가진다시게모리는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인물로딸은 그런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종종 사고를 친다사키에의 아버지는 사키에를 강간한 인물로 그려지고위장 식품을 판 부당한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기도 했다미스미 역시 첫번째 살인 이후 딸과 연을 끊었으며그의 딸은 미스미를 피하며 차라리 그의 죽음을 바란다이처럼 이들의 부녀 관계는 일면 가해자와 부당한 피해자로 이루어져 있다또한 인물들은 모두 어떠한 지점을 외면하고 있다시게모리와 미스미는 가해-피해 구조의 부녀 관계를 외면하고 있다시게모리는 딸의 외로움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딸에게 먼저 전화를 걸지 않고미스미는 딸과 자신 사이의 문제를 방치한다사키에는 가족의 기반이 되었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강간과 불법 행위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인물들은 이러한 공통점으로 엮여 마치 서로에게 공감하고각자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인다그래서 이들은 각자가 느낀 이해에 기반해 자신의 진실을 믿는다.

 

이처럼 마찬가지의 아버지 자리에 있는 시게모리는 사키에를 매개로 미스미에게 공감하고몰입한다그래서 사키에를 대하는 그의 모습은 자신의 딸을 대할 때보다도 어쩌면 더욱 아버지 같다시게모리는 이 공감을 기반으로 살인 동기에 대한 진실을 만든다그것은 심판이다시게모리가 심판으로 진실을 정하고 미스미의 손을 들어줌으로써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다던 사키에의 입은 다시 막힌다그러나 시게모리는 미스미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것은 이 두 인물이 구조적으로 같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고시게모리가 만든 진실의 기반은 이 구조이기 때문이다이 구조에서 딸려오는 구원은 가해자의 구원일 수 밖에 없다몰입에서 비롯된 그의 상상 속에서 그는 미스미가 된다사키에는 그런 자신을 올려다보고재판장에 나와 모닥불 같이 붉은 해를 받은 시게모리는 피를 닦는 제스처를 취한다그러나 몰입과 동질감에서 비롯된 이해와 공감은 필연적으로 불가능하다닮았다고 해서 같은 것은 아닌 것처럼이들이 느낀 이해는 그들이 각자 다른 개인이라는 점을 결여하고 있다.

 

 

  ▲ '세 번째 살인' 스틸컷 © 티캐스트

 

유대는 접촉으로 형상화 된다미스미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식은 손을 맞잡는 접촉이고절박해진 시게모리는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유리벽에 손을 댄다그러나 이들의 접촉은 상이한 의미를 가진다미스미는 접촉을 통한 이해와 공감그것에서 비롯된 믿음을 욕망한다그래서 그는 시게모리가 자신을 믿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그가 증언을 번복하는 이유 또한 이것과 연관되어 있다증언을 바꾸는 것은 마치 시게모리를 시험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종내에는 믿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데이것은 그가 하는 증언의 원래 의미와 완전히 상반되어 있다믿음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 증언인데믿음이 선행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증언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이처럼 그는 무엇보다 믿음에 우선적으로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그래서 시게모리가 자신을 믿었다고 생각했을 때그는 시게모리의 손을 잡는다그러나 믿음에 대한 질문의 시게모리의 대답은 알았다였다영화에서 줄곧 시게모리는 마치 직업병과 같은 그의 성격을 드러낸다그가 하는 질문들은 이미 정한 답 안에 머무른다일어난 일을 이해하고 파악하려고 하기보다 확인을 받는 질문이 대부분이다애초에 시게모리는 스스로를 장님과 코끼리에서 코끼리가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장님을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이와 같은 맥락에서 시게모리의 접촉은 단일한 답을 얻고그가 원하는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그래서 미스미의 이야기를 그는 알았다는 대답으로공통점에 기반하여 자신이 구축한 진실의 틀에 맞기 때문에 수용한 것이다.

 

이들의 불협화음은 빛과 그림자로 보다 가시적으로 드러난다영화에서 종종 시게모리는 손을 들어 빛을 어루만진다하지만 그가 온전한 빛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어쩌다 내리쬐는 햇빛 속에 있더라도 이내 손을 들어 스스로 그림자를 만든다이처럼 그는 영화에서 어두운 색감의 옷을 입고화면의 어두운 부분에 위치하며그가 나오는 대부분의 야외 장면은 흐린 날씨이다이에 반해 미스미는 시게모리가 어루만지는 빛으로 형상화 된다접견실에서도 미스미는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앉아있고같은 빛에 눈을 찡그리는 시게모리에 반해 미스미는 빛을 올려다본다빛과 그림자는 형체가 없기 때문에마치 미스미와 시게모리처럼 닿을 수는 있어도 만지지는 못한다그래서 이들이 서로를 이해했다고 생각했을 때 빛은 미스미의 손에그림자는 미스미의 얼굴에 드리워지지만결국 온전한 접촉은 불가능한 것이다마지막 장면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는 시게모리의 얼굴에 다시금 빛이 드리우지만이내 구름이 지고 그는 다시 어둠 속에 남는다.

 

  ▲ '세 번째 살인' 포스터 © 티캐스트

 

이들은 명백히 닮았다카메라 역시 착각을 위해 움직인다둘은 같은 구도로 접견실에 들어오고카메라가 옷을 보여주기 전까지 관객은 앉은 것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그러나 이들이 같지 않다는 것은 이제 누구보다 잘 안다이들은 2시간에 걸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서로에게 온전히 닿아 있었던 적이 몇 번이나 되었을까이들은 유리벽에 갇힌 채로 소통하고유리벽에 비춰진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가깝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스미는 재판의 판결이 나고 한 마리의 새를 풀어 날리는 동작을 한다그것은 다시 가능성이다그에겐 이해의 실현이라는 가능성이었을지 몰라도그것을 보는 관객에게는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다. 120분이라는 시간 동안 영화에 나온 살인 사건은 모두 명확한 진상 규명이 없다이해 관계 속에서 진실 없이 진실을 논하고 있는 이 영화의 제목인 세 번째 살인은 그 때문에 그 주어가 모호하다미스미가 스스로를 죽임으로써 세 번째 살인이 완성된 것인지아니면 법조계로 나타나는 원리에 의해서 진실도 진실도 없이 살해 당한 세 번째 살인인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진실은 언제나 개인의 것이고그마저도 입이 막혀 말할 수 없다외면하고 있던 실마리들을 앞으로 끌어와 카메라에 들이대고, ‘진실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영화는 그 자체로 가능성이다. 2시간 동안 이 가능성을 목격한 관객은 시게모리와 마찬가지로빛은 아닐지라도 새가 날아간 하늘을 바라본다목격한 진실로 무엇을 하고 생각할 것인지는 관객에게 달렸다가능성은 또 다른 가능성을 낳고수많은 여지를 만들어 주고서 영화는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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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다연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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