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전주: '보물섬'과 함께 하는 여름의 따뜻한 일상 이야기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보물섬'/ 기욤 브락 감독

강준혁 | 기사입력 2019/05/08 [10:03]

뉴트로 전주: '보물섬'과 함께 하는 여름의 따뜻한 일상 이야기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보물섬'/ 기욤 브락 감독

강준혁 | 입력 : 2019/05/08 [10:03]

▲ 영화 '보물섬' 스틸컷.     © 전주국제영화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20주년을 맞이하여 특별 기획 프로그램으로써 ‘뉴트로 전주’를 편성하였다. ‘뉴(new)’와 ‘레트로(retro)’를 합성한 ‘뉴트로(Newtro)’라 함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영예로운 과거를 회고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희망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지난 20년 동안 전주국제영화제와 비전을 공유해왔던 총 20명의 작가들이 엄격한 기준 아래 선별되어 프로그램에 초청되었다. 제임스 베닝, 드니 코테, 기요르기 폴피, 벤자민 나이스타트, 박정범, 김희정, 장우진, 알렉스 로스 페리, 카븐, 가스통 솔니키, 도밍가 소토마요르 카스티요, 피터 보 라프문드, 홍형숙, 고봉수, 정형석, 전규환 등이 바로 그 영예의 주인공들이다. 이로써, 현대영화 형식의 다채로운 분화, 대안적인 목소리 또는 숨겨진 활동을 드러내 온 전주국제영화제는 지금까지 인연을 맺어온 신뢰할 만한 작가들과 단단하게 결속함을 도모하고자 한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7월 이야기’에 이어 ‘뉴트로 전주’에 초청된 기욤 브락 감독의 영화 ‘보물섬’은 그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며 전주국제영화제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 앞장선다 할 수 있다. 본 영화는 어느 여름날, 파리의 교외에 자리한 휴양지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과 휴식을 그려내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해변과 더불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숨겨진 장소들이 즐비한 ‘동심의 왕국’을 살펴보는 여정은 관객들로 하여금 잊었던 모험과 일탈을 떠올리기 충분하다. 등장인물들의 면면도 다채롭다. 나이와 입장료 때문에 휴양지로의 출입이 금지되어 전전긍긍하는 소년들과, 일보다는 추파를 던지는 데 주력하는 보안 요원들, 그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매력을 즐거워하는 여성 손님들부터 아프가니스탄 이민자의 이야기, 기니 출신의 정치적 난민, 지나간 삶을 그리워하는 노인의 소회까지 각각의 인물들이 휴양지 속에서 잠시나마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다. 기욤 브락 감독은 이와 같은 다성악적 구성이 어느 하나 무시되는 일 없도록 하는 영리한 편집 아래 훌륭한 기록을 남기는 데 성공하였다.

 

또한, 기욤 브락 감독 영화 특유의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결합’이 본 영화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영화 ‘보물섬’은 관찰자의 시점을 넘어 영화 속 인물들의 일상적인 대화와 인터뷰를 자연스럽게 녹여내었는데, 확실히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의 형식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픽션 안에 다큐멘터리적인 터치, 다큐멘터리 안에 픽션의 인상이 살아나도록 하는 교환본’이 다시금 선을 보인 것이다. 물론 기욤 브락 감독은 본 영화가 전면적으로 다큐멘터리기에 이전 영화들에 비해 픽션의 요소가 상당히 줄었으며 또한 사전에 쓰인 대본이 없었음을 강조하였지만, 이와 같은 두 장르의 애매모호한 구분법은 관객들로 하여금 본 영화에 대한 매력을 더욱 크게 느끼고 즐거워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 된다.

 

 

 

▲ 5월 4일 '보물섬' GV.     © 강준혁

 

또한, ‘보물섬’은 한국의 유명 음악감독 정용진이 영화 제작에 합류한 것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4일 영화가 끝난 후 장병완 프로그래머의 진행 아래 이루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기욤 브락 감독은 “음악만큼은 프랑스인 이외의 작가에게 맡기고 싶었다”며, 고유한 프랑스적 언어가 아닌 인간적·보편적 감성을 전달하고 싶었기에 자신이 많은 영향을 받은 홍상수 감독과 많은 작업을 같이 한 정용진 감독을 선택했다 말했다. 곧, 본 작품의 배경이 되는 휴양지라는 섬은 프랑스를 넘어 ‘세계의 축소판’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욤 브락 감독의 선택은 매우 타당해 보인다. 한편, 이 영화에는 크게 2가지의 음악이 사용되고 있다. ‘낮’과 ‘밤’의 대비가 바로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유쾌하고 활기찬 이미지와 더불어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음악과 잘 어우러진다. 후자의 경우, 보다 고요함을 강조하며 영화에 비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전자에 비해 더욱 차분하게 진행된다. 그리나 이 두 배치되는 이미지는 자연스레 하나의 음악으로 이어지며 “각각의 다른 사람들을 파생적으로 폭발시키는 것이 아닌 이음새 있게 하는 것”이 강조된다. 정용진 감독은 자신이 이 영화를 받았을 때 “자막 없이 포스터와 대사만 받았지만, 그럼에도 보편적 정서에 대한 희망을 가지며” 본 영화에 대한 작업을 이루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욤 브락 감독은 뒤이은 코멘트에서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며 힘들고 거친 삶으로 묘사되는 ‘교외 지역’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붙이는 것이 아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입장을 설명하고자 애썼다고 말했다. 또한, 그 아름다운 휴양지라는 공간 속에서 인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 즉 “폭염으로 시작하여 폭우로 끝나는, 하나의 여름이라는 그 계절을 내가 살았구나”라는 것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다만 영화 상영 내내 별다른 웃음을 자아내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프랑스식 유머가 제대로 와 닿지 않았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였다.

 

영화 ‘보물섬’은 동명의 소설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나는 보물에 대해 모른다”라는 코멘트로 시작하여, 먼 거리를 걸은 끝에 언덕의 정상 위에 오른 두 흑인 아이가 다음 휴가를 기약하며 즐거워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여름 휴양지에 도달한 일상 속 사람들의 이야기는 결국 저마다의 가슴 속에 보물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기욤 브락 감독은 그 증명을 본 영화에서 너무나도 섬세하고, 즐겁게 전달하고 있다. 앞으로 기욤 브락 감독의 영화가 국내에 더욱 꾸준하게 소개되어 그의 섬세한 재능이 세간에 널리 알려지길 기대해본다.

 

[씨네리와인드 강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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