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단어 앞에 우주인을 붙이다

[프리뷰] '프록시마 프로젝트' / 10월 15일 개봉 예정

임채은 | 기사승인 2020/10/14 [15:00]

엄마라는 단어 앞에 우주인을 붙이다

[프리뷰] '프록시마 프로젝트' / 10월 15일 개봉 예정

임채은 | 입력 : 2020/10/14 [15:00]

[씨네리와인드|임채은 리뷰어] 좋은 엄마이자 좋은 우주인일 수는 없을까? '프록시마 프로젝트'는 이 물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영화다. 아이가 태어나면 여성들은 보통 육아나 일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양육의 고통에서 한 발 벗어나는 예술가나 하던 일까지 그만두고 육아에만 전념하는 주부처럼. 하지만 우주 비행사 사라(에바 그린)는 우주로 향하는 고통스러운 과정 속에서도 딸 스텔라(젤리 불랑르멜) 생각을 그치지 않는다.

 

프록시마프로젝트의 우주 비행사로 선발된 사라는 별거 중인 남편이자 천체 물리학자인 토마스(라스 아이딩어)에게 스텔라를 맡긴다. 평소 육아는 사라가 전담하고 있었고 토마스는 가끔 만나는 아이와의 약속도 여러 번 미루고 아이가 수학을 못하는지도 몰랐던 무심한 아빠였다. “내가 못 봐주겠다고 하면 우주에 안 갈 거냐고 위협하기도 하지만, 결국 사라가 스타 시티로 훈련받으러 가는 동안부터 육아를 맡는다.

 

 

▲ '프록시마 프로젝트' 포스터     ©영화사 진진

 

 

우주복을 입으며 엄마에서 잠시 로그아웃

사라는 지구를 떠나기 위해 스텔라의 곁을 떠났고 엄마와 딸은 처음으로 헤어지게 된다. 스타 시티에 입성한 사라는 영상통화로 스텔라와 소통한다. 7G 중력 훈련처럼 구토가 나오는 힘겨운 상황을 겪으면서도 틈날 때마다 딸에게 연락한다. 하지만 시간을 늘 모자라다. 어느 날은 훈련 일정이 갑자기 바뀌어 스텔라와의 약속을 미루기도 한다. 스텔라는 그런 엄마에게 화를 내며 가버리라고 소리치고 다른 사람과 있는 게 더 좋다고 사라의 마음을 난도질한다.

 

한편 우주로 함께 가게 될 동료들은 처음에 사라를 자신과 대등한 우주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줄 프랑스 여자 혹은 훈련 강도를 낮춰줘야 하는 여자로 생각할 뿐이다. 강도 높은 훈련이 시작되고 사라는 엄마에서 로그아웃하는 순간은 전부 우주 비행사로 본분을 다한다. 뒤쳐지는 것 하나없이 가상 미션도 성공적으로 완수한 사라는 우주인 동료로 인정받기 시작한다.

 

우주인의 이야기가 아닌 여성 직업인에 관한 이야기

'프록시마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우주비행사를 내세운 영화들과는 다른 노선을 취한다. '인터스텔라'처럼 장엄한 우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래비티'처럼 망망대해처럼 끝없이 펼쳐진 암흑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퍼스트 맨'처럼 우주로 향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쫓는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는 사실 우주 영화라기보다 우주 비행을 업으로 삼는 여성 직업인에 관한 영화에 가깝다. 그래서 아이를 돌보는 평범한 회사원의 모습이 사라에게 겹쳐 보이기도 한다.

 

 

▲ '프록시마 프로젝트'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사라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는 동안 스텔라는 팔을 삐끗해 깁스를 한다. 영상 통화로 스텔라의 모습을 보며 속상해한다. 이런 사라에게서 아이가 다쳤을 때 상사의 눈치를 보며 회사에서 나오는 엄마가 보이고, 승진을 포기하며 육아에 전념할까 고민하는 여성도 보인다. 삐끗하면 자신을 대신할 사람이 많은 직장처럼 스타시티에서도 사라를 대신할 우주인들이 항시 대기 중이다. 사라가 하나라도 부격적 판정을 받는다면, 엄마 역할에만 매진한다면 바로 교체할 수 있도록 말이다.

 

팀을 이끄는 마이크(맷 딜런)는 훈련하랴 아이를 신경쓰랴 고생하며 다크 서클이 한껏 내려온 사라에게 말한다. “완벽한 우주인은 있을 수 없고 완벽한 엄마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어서 한 쪽에 에너지를 쏟는 만큼 다른 쪽에 에너지를 쏟을 수 없다. 사라는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저울질로 갈팡질팡하며 나아간다. 무엇이 옳다고도, 무엇이 그르다고도 할 수 없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사라의 성공적인 우주행과 스텔라와의 원만한 관계를 응원하게 된다. 사라가 무엇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감독 앨리스 위노코는 '프록시마 프로젝트'를 해방과 화해의 영화라 정의하고, “사라는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앞에 놓여 있던 개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정을 끝마치죠. 자신의 죄책감을 이겨내요라 설명했다.

 

겹겹이 쌓아 올린 페스츄리처럼 섬세한 에바 그린의 내면 연기를 볼 수 있는 '프록시마 프로젝트'는 101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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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은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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