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비행을 소개하며

지브리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

백유진 | 기사승인 2020/10/15 [10:00]

나의 첫 비행을 소개하며

지브리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

백유진 | 입력 : 2020/10/15 [10:00]

 

  ▲ '마녀 매달부 키키' 포스터 © (주) 스마일이엔티

 

[씨네리와인드|백유진 리뷰어] 그게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아름다운 글,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 삶과 맞닿아있는 어떠한 문화, 예술들.. 이런 것들을 보거나 접할 때 나는 내가 남들보다 유독 감수성이 풍부하고 잘 감동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하는구나, 그렇담 나는 앞으로 무엇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느끼는 것들이 많다 보니 그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은 너무나 당연했다. 거창하게는 아니고, 짤막하게 끄적거리거나 지인들에게 말로 내 감상을 늘어놓는 일들이 서서히 쌓여갔지만 이 글 쓰는 일이 본격적인 일상이 된 건 올해 여름부터였다. 운 좋게도 <씨네리와인드>를 포함한 여러 매체에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정기적으로 글 쓰는 일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나로서는 큰 모험이었다. 열세살이 된 꼬마 마녀 키키처럼, 이제 막 빗자루를 타고 날아오른 것이다.’

 

키키도 자기가 가진 유일한 재주, ‘빗자루로 하늘을 나는 능력으로 막 배달 일을 시작했다. 키키가 속한 마녀 공동체에서는 열세 살이 되면 부모 곁을 떠나 다른 마을로 독립을 해야 하는 관습이 있다. 키키의 어머니는 약 제조술로, 오는 길에 만난 다른 마녀는 점을 치는 능력으로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마을에서 사람들이 환영해 줄 것으로만 생각했던 키키는 곧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진 재주라곤 빗자루 타는 능력밖에 없는데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면서 이대로 평생 핫케이크만 먹으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될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자기의 능력을 펼친 일, 하늘을 날아 배달 일을 맡게 되었을 때 키키는 뛸듯이 기뻐한다.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키키의 이 말에 왜 그리도 마음이 미어지던지..

 

글 쓰는 일이 쓸모 있을까?’ 내적 성장이야 그렇다 쳐도, 앞으로의 경제적 활동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지금 하는 일이 내게 어떤 필요가 있을까? 세상에서 쓸모 있는 인간이 되는 길을 아등바등 찾아다녔다. 심지어 나는 글 쓰는 걸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니 자기의 능력으로 돈을 벌게 된 키키가 내심 부러울 정도였다. 

 

그러다가 점점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한탄하거나 그럴듯하게 흉내 내는 글을 쓰기도 했다. 키키가 남들과 비교하기 시작할 때,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을 나는 마법이 사라졌던 것처럼 나에게도 비슷한 시기가 찾아왔다.

 

현실적인 걱정 하나 없었을 땐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게 자기가 가진 큰 자랑이자 기쁨이었지만 지금은 나는 법조차 잊어버렸다는 키키. 그런 키키에게 화가인 친구 우르슬라가 말해준다. “남들과 비교하며 흉내 내고 있었단 걸 알게 되었을 때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어. 그리고 이전보다 그림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 키키는 이후 당연하게다시 하늘로 날아오른다. 물론 빳빳한 새 솔 빗자루가 아직 몸에 익지 않고 여전히 어설프지만 그래도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간다.

 

글 쓰는 게 돈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시간가는 줄 모르게 완전히 몰두해있다. 키키가 자신감 없이 축 처져있다가도 금세 빗자루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처럼, 나도 이 시간만큼은 잠시 하늘로 날아오른다.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확신이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글을 쓰면서 점점 에 대해 알아간다. 나는 문화예술, 그중에서도 특히 영화와 문학을 좋아하며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글에 관련된 일로 곁가지를 치며 여러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나중에 번역을 하게 되진 않을까 하며 영어를 공부하고, 출판계 포트폴리오를 틈틈이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활동들 중에서 가장 주를 이루는 건 역시나 글쓰기.

 

내가 하고 있는 이 여러 도전들이 어쩌면, 키키처럼 한 가지 재주에 몰두하다 영영 날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서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내가 키키만큼 용감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글을 쓰며 알게 된 건, 지금 책과 글에 관련된 이 일들이 내게 무척이나 행복하다는 것. 그거면 되지 않을까?

 

아직 부족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빗자루를 타고 배달 일을 나간다. 그래서 부모님께 안심하라는 키키의 편지도, 마을 사람들과 잘 지내는 키키의 모습도, 하늘 위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이 소녀의 비행에 마음이 울컥한다안녕 키키, 나도 잘 지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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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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