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에서 영화 다시보기

영화 '김씨 표류기'가 건네는 촉각

임다연 | 기사승인 2020/10/21 [13:34]

코로나 속에서 영화 다시보기

영화 '김씨 표류기'가 건네는 촉각

임다연 | 입력 : 2020/10/21 [13:34]

 ▲ '김씨 표류기' 포스터 © 시네마서비스

 

[씨네리와인드|임다연 리뷰어] 


코로나가 도래하면서 우리가 가장 먼저 잃은 것은 ‘촉각이다사물과혹은 타인과의 접촉을 잃음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몸에 온전히 고립되었다재미있게도 코로나 이전 시기에 우리가 자발적으로 만든 온라인 세계 역시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다온라인 시대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SNS를 살펴보면이것이야 말로 고립의 극치를 달린다우리가 SNS에 올리는 글들은 누군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립되어 혼자 이야기하는 독백일 뿐이고대화로써존재하지 않는다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불특정 누군가에게 한 독백을 그저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그렇게 마주친 타인의 삶 한 조각은물성이 없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다우리는 이것으로 타인의 삶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짐작만 할 수 있다존재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분위기나 촉각과는 달리텍스트와 이미지는 평면적이고 조작의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이것을 (스스로 이용하기도 하면서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타인이 제시하는 그의 삶을 우리는 보고 인지하지만 신뢰하지는 않는다현실과 SNS 프레임 안의 세상을 구분 짓는 데 우리는 이미 너무 익숙하다.

 

아날로그가 다시 돌아오고 있는 데에는 이 촉각성이 한 몫 할 것이다. mp3 파일 대신 우리는 CD나 카세트, LP를 사고 물성과 그것을 듣는 시간과 듣기 위해조작하는 시간을 얻는다. jpg 파일로 사진을 곧바로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필름을 기다리고, e-book 대신 종이책을 고집한다인간이 사물을 온전히 느끼는데는 촉각성이 필요하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인간은 각자의 내부에서 외부의 무언가와 닿으면서 살아야 한다사물이든사람이든우리는 무언가와 닿지않을 때 허전함을 느끼고고립되었다고 느끼며외로워진다.

 

영화는 어떤 곳에도 닿아 있지 않은 두 인물을 보여준다남자 김씨는 수많은 사람이 사는 서울에 있으면서도 어느 곳에도 붙어있지 못한다연애도 취직도 어느 것 하나 그의 곁에 붙어있지 않고그 또한 그런 세상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세상에서 허우적거리는 그의 모습은 물에 빠져 잡을 것 없이 허우적거리는 그의 모습과 꼭 닮아있다그가 바라보는 63빌딩과 도시는 구획된 공간이다그래서 밤의 서울은 자로잰 듯한 어둠과 빛으로 이루어져 있다빛이 어느 한 지점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퍼져나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방을 비추는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그 때문에 구역 바깥에 있는 남자 ‘김씨에게 그 빛은 닿지 않는다

 

여자 김씨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이루어진 인물이다그녀는 싸이월드’ 속 데이터로 사람들과 소통하며그녀의 모든 모습들은 그것들을통해 가짜로 꾸며진 모습이다그녀와 타인이 닿는 통로는 오로지 한 줄의 짧은 댓글들 뿐이다정작 온라인 세상 밖의 그녀는 문 밖의 어머니와 문자로 대화를 나누고완충제에 둘러싸여 잠을 청한다그녀는 작은 방과 뽁뽁이에 둘러싸여 있어어떤 사물이나 충격도 그녀에게 닿을 수 없다참으로 악순환적인 굴레인데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소속감을 위해 자아를 꾸며내고다시 꾸며낸 자아 때문에 고립될 수 밖에없다기반 없는 신뢰 위에 그녀는 닿지도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붕 떠있다.

 

▲ '김씨 표류기' 스틸컷  © 시네마서비스

 

이런 여자 김씨와 남자 김씨는 서로의 외부로 서로에게 닿는다여자 김씨는 남자 김씨가 바라보는 도시 안의 존재이고남자 김씨는 여자 김씨가 두려워하는 바깥의 인물이다그럼에도 여자 김씨는 남자 김씨를 뷰파인더를 통해 보고 그것을 종이에 출력하여 벽에 붙이고글자를 출력해서 편지를 보낸다남자 김씨는 여자 김씨를 유리병을 통해 느끼고답장은 흙 바닥에 나뭇가지로 쓴다타인의 존재가 서로에게 촉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오늘날 아날로그가 물성으로 돌아오는 것처럼이들은 서로를 촉각으로 느끼며 인간과 세상그리고 그 곳에서 자신의 자리에 대한 감각을 되찾는다.

 

모토로라 폴더폰을 쓰는 이 영화는 되찾는 촉각을 매개로 다시 오늘날 스마트폰를 들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 우리에게 돌아온다각자의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봐야 하고둘의 경계는 철저하며모든 의미의 외부를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 놓여있는 오늘날의 사람들은 비밀 임무처럼 집 밖으로 향하는 여자 김씨의 모습과 무인도에 홀로 남은 남자 김씨의 모습과 닮아있다타인과 닿을 수 있는 통로가 강제적으로 온라인으로 한정된 지금의 시대는어쩌면 온라인 세계가 도래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김씨가 많은 시기일 것이다과거에 우리와 닿아 있었던 타인과 더 이상 닿을 수 없고우리가 파묻혀 살아가던 일상에서 끄집어내졌다우리는 더 이상 그것들의 온전한 물성을 즐길 수 없다앞으로도 한 동안은 그럴 것이다한국에서 가장 흔한 성인 김씨는 그래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표류를 하고 있던 우리 김씨들은 전례 없는 이 시국에 조난 당했다.

 

그렇다고 해서 완충제를 두르고 물 속에 잠길 필요는 없다고 영화는 말한다그 때의 그런 상황에도우리의 이런 상황에도 손을 뻗으면 분명 닿는 것이 있을테니까주인공 김씨들은 당신은 누구냐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찾았지만현재의 우리는 우리가 이전에 누렸던 일상을 반추해봄으로써 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일상을 되찾는 그 날까지, ‘하우 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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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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