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제주도 푸른바다에서 펼쳐지는 찬란한 로맨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빛나는 순간' / Everglow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0/22 [09:56]

BIFF|제주도 푸른바다에서 펼쳐지는 찬란한 로맨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빛나는 순간' / Everglow

김준모 | 입력 : 2020/10/22 [09:56]

 

▲ '빛나는 순간' 포스터  © 명필름 / 웬에버스튜디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빛나는 순간의 줄거리를 미리 읽은 관객은 그 짧은 한 줄의 내용을 이리 상상할 것이다. , 제주 최고의 해녀 진옥을 취재하러 간 PD 경훈이 처음에 까칠한 진옥의 마음을 풀고 결국 촬영에 성공하겠구나. 중간에 고난이 있겠지만 잘 이겨내고 특별한 우정을 만들겠구나. 이 특별한 우정을 특별한 사랑으로 적었구나 하고 말이다. 이 상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그래서 더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 낸다.

 

제주해녀 진옥은 한 번도 방송에 출연한 적 없는 특별한 존재다. 최고의 해녀 진옥을 촬영하기 위해 서울에서는 다큐멘터리 PD 경훈을 제주도로 보낸다. 사글사글한 성격에 훈훈한 미소를 지닌 경훈은 해녀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하지만 까칠한 진옥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경훈이 마을에 젊은 처녀인 설희를 만나는 순간, 관객들은 감동은 진옥과 로맨스는 설희와 만들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이송희일 감독의 연출부에서 활동한 경력과 다수의 퀴어영화를 만든 소준문 감독은 독특한 로맨스를 시도한다. 퀴어의 가치는 다양성에 있다. 다양성은 특정 형태의 사랑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모든 사랑에 가치를 부여한다.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 토드 헤인즈 감독의 캐롤이 각각 동성애의 벽을 깨며 국내에서 회자되는 거처럼 이 작품 역시 그런 시도를 선보인다.

 

▲ '빛나는 순간' 스틸컷  © 명필름 / 웬에버스튜디오

 

역사 속에서 여성에게 가해진 차별을 모은 클로딘느 사게르의 못생긴 여자의 역사란 책은 한때 프랑스 영화계를 뒤흔든 사건에 대해 말한다. 노년의 여자와 젊은 남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가 개봉하자 평단과 관객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중년 또는 노년 남성과 젊은 여성의 사랑을 다룬 작품은 사회적인 논란이 되지 않는 반면, 이 영화는 소재 하나만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을 꼬집는다.

 

작품 안에서도 이런 관계에 대한 시선이 담긴다. 진옥과 경훈의 관계에 대해 역겹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영화를 대중이 어떻게 인식할지를 토로한다. 때문에 소준문 감독은 장면적인 측면에 있어 자극을 최대한 자제한다. 대신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을 담으며 두 사람의 로맨스에 생기와 화사함을 더하는데 주력한다. 여기에 두 배우의 연기는 예기치 못한 달달한 순간들을 연출해낸다.

 

대한민국 방송 3사 대상을 수상한 대배우 고두심은 70살의 나이에 사랑에 빠지는 진옥의 소녀감성을 설레게 표현한다. 하이라이트는 경훈의 무릎에 머리를 대는 장면이다. 여느 연인처럼 귀를 정돈해주는 이 장면에서 진옥은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준다. 과장되지 않으면서 감정의 포인트를 살려내는 고두심표 연기의 진가에 감탄하게 만든다.

 

▲ '빛나는 순간' 스틸컷  © 명필름 / 웬에버스튜디오

 

한때 국민연하남으로 불리며 누나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지현우는 30대 후반의 나이에 다시 한 번 연하남의 매력을 선보인다. 까칠한 진옥 앞에서 사글사글하게 대하는 건 물론 부드러운 미소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착하고 건실하며 따뜻한 마음을 지닌 그는 아무리 미워하려고 애를 써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연하남의 대표적인 배우였던 만큼 연상 파트너와의 연기에서 본인의 매력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감독은 두 사람의 관계를 완벽한 로맨스로 포장하지 않는다. 이 선택이 부담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제주와 바다에 관한 이야기에 로맨스는 표현의 수단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 선택은 작품이 지닌 풍미와 깊이를 더한다. 진옥과 경훈의 관계는 불꽃처럼 튀는 연인보다는 서로의 아픔을 안아주는 힐링의 모습을 보여준다. 진옥은 제주 4.3사건 당시의 아픔과 본인이 지닌 슬픔을 카메라 앞에서 토해낸다.

 

▲ '빛나는 순간' 스틸컷  © 명필름 / 웬에버스튜디오

 

경훈이 보여준 따뜻함에 마음을 연 진옥의 진심을 경훈은 받아준다. 경훈 역시 마음 속 응어리진 고통을 진옥에게 말하며 그 품안에서 눈물을 흘린다. 진옥과 경훈의 고통이 공통적으로 바다에 있다는 점, 그럼에도 두 사람이 다시 바다를 향했다는 점은 바다가 지닌 운명론적인 세계관을 보여준다. 바다가 고통을 주어도 그 아름다움과 거대한 자연의 기류는 결국 인간을 다시 바다로 부르게 된다.

 

이 영화가 보여준 파격적인 로맨스가 다소 거북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앞서 ‘69의 논란 때처럼 평점테러와 무분별적인 비난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보여주는 제주라는 공간이 지닌 힐링의 힘과 이에 기반을 둔 두 사람의 사랑은 따뜻한 감성을 전한다. 소재에 있어서는 강하지만 그 표현은 아름답고 눈이 부시다. 파격보다는 특별함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작품의 로맨스는 극장 안에서 빛나는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 상영일자 ◆ 

2020/10/25 10:30 영화의전당 중극장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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