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회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 발표, NETPAC 상의 영광을 안은 '수확'은 어떤 영화?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수확'/ 미쇼 안타제 감독

강준혁 | 기사입력 2019/05/09 [10:15]

제 20회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 발표, NETPAC 상의 영광을 안은 '수확'은 어떤 영화?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수확'/ 미쇼 안타제 감독

강준혁 | 입력 : 2019/05/09 [10:15]

▲ 제 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비경쟁부문 수상자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페이스북

 

5월 8일(수) 제 20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수상작이 모두 발표되었다. 가장 큰 영예로서, 국제경쟁 부문에서 이반 마르코비치·우린펑 감독의 ‘내일부터 나는’이 대상을 수상하였다. 이반 마르코비치의 첫 번째 픽션 영화인 ‘내일부터 나는’은 건물관리인으로 일하는 남자가 그의 룸메이트와 이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이야기라고 할 만한 것의 전부이지만, 인물이 놓인 상황을 진술하는 세팅을 세밀한 프레이밍과 인상적인 카메라 구도로 처리함으로써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 작품상으로 엘베시우 마링스 주니어의 ‘안식처’가, 심사위원특별상으로써 카빅 능 감독의 ‘지난밤 너의 미소’가 각각 영광을 안았다. 

 

한국경쟁 부문에서는 김솔·이지형 감독의 ‘흩어진 밤’이 대상을 수상하였다. 본 작품에서 이혼이라는 분열의 위기에 빠진 가족의 막내로써 어린아이의 불안함과 고통을 잘 표현한 아역배우 문승아가 올해 신설된 배우상을 수상하면서 ‘흩어진 밤’은 2관왕의 영예를 얻었다. 한편 난민문제와 서핑이라는 소재를 영리하게 결합한 최창환 감독의 ‘파도를 걷는 소년’ 은 주연을 맡은 곽민규가 배우상을 수상하였고, 그와 더불어 심사위원의 특별언급까지 얻어내었다. 이외에도 CGV 아트하우스상의 배급지원상에는 정다운 감독의 ‘이타미 준의 바다’가, 창작지원상에는 정승오 감독의 ‘이장’이 선정되어 1천만 원 가량의 상금을 수여받게 되었다. 

 

한국단편경쟁에서는 전국체전에 나가기를 갈망하지만 불법체류자라는 현실에 좌절하는 고교 레슬링 선수의 이야기를 담은 이상환 감독의 ‘파테르’가 대상(KAFA상)을 수상하였다. 감독상에는 ‘레오’의 이덕찬 감독이, 심사위원특별상에는 이우동 감독의 ‘병(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비경쟁부문의 다큐멘터리상에는 김병기 감독의 ‘삽질’이 선정되었다.

 

▲ 영화 '수확' 스틸컷.     © 전주국제영화제

 

한편 지난 4년 간 연이어 국내 영화의 몫으로 돌아갔던 ‘NETPAC 상’(이하 넷팩 상)에 조지아 출신의 감독 미쇼 안타제의 ‘수확’이 새로이 영예를 얻게 되어 눈길을 끈다. 본 상은 아시아 영화 진흥 기구 상으로써, 비경쟁부문 상영작 중 우수한 아시아 영화 1편을 선정하여 부여하는 상이다. 본 상은 1990년 국제기구로 설립된 아시아 영화 진흥기구의 노력 아래 아시아영화의 강조와 배급, 그리고 상영의 확대를 주요한 목표로 삼아 시상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우 2007년 이래 본 상에 대한 시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5년 이래 국내 영화가 넷팩 상을 수상해 왔지만(2015년 ‘해에게서 소년에게’, 2016년 ‘자백’, 2017년 ‘이중섭의 눈’, 2018년 ‘여중생 A’) 5년 만에 해외 작품이 수상에 성공했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인다.

 

미쇼 안타제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인 ‘수확’은 감독의 고향 조지아에서 암호 화폐를 채굴하는 현장을 탐방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출발한 작품이다. 이를 통해 본 작품은 인간의 노력이 집대성된 ‘기술’의 측면과 그와는 별개로 ‘자연’이라는 이미지와 풍경을 끊임없이 교차시키며 양측의 관계를 탐구하고자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암호 화폐’였을까. 본디 조지아라는 나라를 언급하게 된다면, 아시아의 최서단 코카서스 산맥에 위치하여 화이트 와인과 풍요로운 농작물로 유명한 휴양지로서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암호 화폐라는 소재는 대체 조지아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놀랍게도, ‘수확’은 조지아가 세계 2위의 암호 화폐 채굴 국가라는 것을 밝히는 것으로 본격적인 오프닝을 알린다. 그야말로 ‘기술의 수확’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조지아는 암호 화폐의 채굴 현장을 살펴보기 위한 프로젝트의 배경으로 적격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예전에는 와인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이들이었지만, 이들은 이제 날카로운 소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컴퓨터와 채굴 하드웨어를 매만지며 암호 화폐 시장을 분석하기 위해 눈빛을 번득인다. 이후 끊임없이 전파되는 ‘소음의 이미지’는 인간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기술’과 연결되며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공사장에서 사용되는 전동 사다리의 거친 소음, 청년들이 이리저리 조종하며 날려대는 드론의 시끄러운 웅얼거림, 밭을 일구기 위해 사용되는 드릴의 진동…이와 같은 모습들은 분명 인간이 일구어 낸 기술의 발전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 영화 '수확' 스틸컷.     © 전주국제영화제

 

그러나 이 영화에는 ‘기술’에 의한 수확만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조지아의 사람들은 여전히 고기를 도축하고, 소의 젖을 짜며, 언덕에 올라 과거를 추억하고 잡담을 재잘대며 이전처럼 자연으로부터의 수확을 지속한다. 한편으로, 모든 것을 씻어낼 것 만 같은 빗줄기는 천둥과 번개를 소환하며 웅장한 ‘자연적 소음’을 소환한다. 사람에 따라 자연적 소음이라는 이미지는 기계적 소음에 비해 안도감을 주며 오히려 편안하고 부드러운 소리라는 긍정적 환상까지 가지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그러한 편안함에서 그치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지금까지 언급한 소음의 이미지는 하나의 장소에서 번갈아 이루어지며 완벽한 대비를 이루어낸다. 낡은 집에서 이루어지는 화폐 채굴의 끼익거리는 소음이 지난 후에는, 집을 빼앗겨 성이 난 벌들의 붕붕거림으로 소음이 이어지는 식이다. 이와 같은 이음새 있는 변주는 ‘자연’과 ‘기술’이 과거로부터 미래를 오가며 연속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결코 구분할 필요가 없음을 일깨우는 것과 같다. 곧, 본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수확’이라는 주제를 음성적 이미지를 통해 하나로 통일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달리 해서 보면, 거슬리기만 했던 암호 화폐 채굴 과정의 소음도 그렇게까지 불편하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다. 영화 종반부 슬로우 모션을 사용하여 채굴의 전체적인 시‧공간적 체험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 이를 증명한다.

 

영화 ‘수확’은 인물들의 대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오롯이 기계와 자연의 합창에 주목한다. 70분 동안 이어지는 영화의 변주곡은 분명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고, 그랬기에 또한 넷팩 상을 거머쥐기에 충분했다고 할 수 있겠다. 미쇼 안타제 감독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하여 훌륭한 첫 발을 내딛었다. 그가 뛰어난 재능을 계속해서 발휘하여 앞으로도 더욱 좋은 작품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씨네리와인드 강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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