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AF|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절망을 조명하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상영작] '트루 노스' / True North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0/25 [08:47]

BIAF|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절망을 조명하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상영작] '트루 노스' / True North

김준모 | 입력 : 2020/10/25 [08:47]

▲ '트루 노스' 스틸컷  ©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대한민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북한의 도발과 평화무드, 통일에 대한 가능성은 피로와 희망을 동시에 유발한다. 그런데 이런 관계 속에서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 있다. 바로 북한의 인권문제다. 북한은 강력한 연좌제로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 중이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외부에 알리거나 탈북을 시도하면 그 가족을 재판 없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낸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국내에서 강하게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평화무드 때문이다. 북한에 대해 국민정서가 반감을 지니게 되면 관계개선에 위험을 겪는다. 북한의 현 정권이 유지되고 그들이 협상의 대상인 한 인권문제라는 약점은 최대한 건드려서는 안 될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이 영화, ‘트루 노스의 이번 BIAF2020 공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인권문제에 있어서는 성역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정치와 인권은 다른 영역이다.

 

작품은 캐나다 벤쿠버에서 탈북자의 연설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북한에 대해 말한다. 요한의 가족은 일본에서 북한으로 왔다. 정확한 설명은 등장하지 않지만 재일교포의 경우 조총련계 학교를 졸업한 후 국적을 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버지가 북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심각한 인권문제를 경험한 아버지는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이 문제를 외부에 알리고자 한다.

 

▲ '트루 노스' 스틸컷  ©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리고 며칠 후, 요한의 집에 군인이 들이닥친다. 그들은 요한과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을 잡아 정치범 수용소로 데려간다. 그곳에는 탈북 등을 이유로 연좌제로 잡혀온 사람들이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끔찍할 정도로 가혹한 노동과 적은 배급량, 무차별로 가해지는 폭력은 적나라하게 북한의 인권문제를 보여준다. 이는 기존 다큐멘터리가 다룰 수 없었던 문제를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으로 담아낸다.

 

수많은 외국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카메라에 담고자 했으나 그 시도는 쉽지 않았다. 철저하게 감시를 당하는 건 물론 조사할 수 있는 영역에 한계가 있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위성사진으로 찍은 수용소의 사진을 통해 상상력을 더해 만든 이야기는 영상으로 보니 참으로 처참하다. 일본의 시미즈 한 에이지 감독은 이런 자극을 통해 외면하고 싶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똑바로 바라보게 만든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정권의 유지와 연관되어 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후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정권은 군부의 힘을 통해 강하게 국민을 통제하고 있다. 수용소의 군부는 남한의 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흔히 말하는 삐라로 넘어온 드라마나 음악방송을 보며 수용소의 여성들을 노리개로 삼는다. 평범한 인민에게는 외국 문물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정치범으로 취급하는 반면, 자신들을 이를 즐기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 '트루 노스' 스틸컷  ©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이런 이중성은 북한정권 유지의 핵심이다. 군부는 지배층을 형성하고 아래의 인민은 피지배계층이 된다. 과거 전제군주제와 같은 강한 권력형태다. 한 마디로 신분제 사회나 다름이 없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이런 구조에 대한 의문의 제기다. 지배계층이 행사하는 권력을 막는 행동이기에 북한은 참을 수 없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북한과 평화무드를 말할 때 인권문제는 매번 뒷전을 향했다.

 

이런 상황에서 요한은 점점 잔혹해진다. 남을 밀고하고 괴롭히는 게 자신들의 가족이 사는 방법이라 여긴다. 외부에서 그들을 도와줄 존재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더 악랄해지고 잔혹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어머니와 여동생은 배려와 공생을 택한다. 자신이 먹을 걸 줄여 남을 도와주고, 아픈 사람을 먼저 챙긴다. 그들의 이런 사랑은 어둠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이 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한이 수용소에서 겪는 아픔과 이를 이겨내고자 하는 과정은 자극을 통해 긴장감을 더한다. 여기에 우리와 가깝지만 소재에 있어 오락적인 측면으로 소비되는 북한의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특별함을 더한다. 인권문제는 정치와 결부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 문제를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하나의 동포인 우리가 통일이란 과업을 이유로 외면한다면 이는 완벽한 평화를 이야기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팀
rlqpsfkxm@cinerewind.com

Read More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