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전하는 젊은 예술가, 레이 레이 감독의 기대되는 행보 (Jeonju IFF)

[Interview] '숨 가쁜 동물들' 레이 레이 감독 인터뷰

안지영 | 기사입력 2019/05/09 [10:22]

[인터뷰] 도전하는 젊은 예술가, 레이 레이 감독의 기대되는 행보 (Jeonju IFF)

[Interview] '숨 가쁜 동물들' 레이 레이 감독 인터뷰

안지영 | 입력 : 2019/05/09 [10:22]

레이 레이 (LEI Lei; 雷磊) 감독이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 초청작인 <숨 가쁜 동물들>은 1970년대 이후 중국의 격동기와 그 시대를 살아가던 민중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어머니와 했던 인터뷰의 녹취록에 그가 수집한 사진과 영상을 더하여 만들었다. 이러한 방식은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와 흡사하지만, 여기에 애니메이션과 실험적인 영상기법들을 더하고, 의도적으로 개연성을 희석한 서사를 취함으로써 작품은 관습적인 영화의 형태를 벗어난다. 레이 레이 감독과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관객들은 이를 난해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지난 5월 6일, 레이 레이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작품 활동과 이번 영화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   레이레이 감독  © 바이두


레이 레이 감독은 중국 난창 출신의 예술가이다. 칭화대 미술학부 애니메이션 석사학위를 받은 후 애니메이터뿐만 아니라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Cal Arts)에서 실험 애니메이션을 가르치고 있다. <숨 가쁜 동물들> 이전까지는 애니메이션 작품에 주력했으며, 2010년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단편상을 수상하고, 2013년 네덜란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단편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레이 레이 감독에게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은 마치 일기를 쓰는 것과 같다. 일상에 대한 영감이나 특정한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주제 삼아 작품을 기획한다고 답변했다. 기획이 끝나면 영화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자료를 수집한 후에 제작에 착수한다고 한다. 마치 일기를 쓸 때 영감이 떠오르면 관련된 생각을 정리해서 종이 위에 옮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환경, 사랑, 정체성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소재들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작업이 가능하고 이러한 작업을 하는 이유는 본인이 독립영화 감독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작품을 창작하다 보니 그가 가진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게 된다. <숨 가쁜 동물들>의 경우 영화의 소재 자체가 중국과 관련되어 있고, 전작에도 중국의 건축양식이나 ‘마작’과 같은 문화적 요소가 등장한다. 그는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배경을 돌아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경향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책 디자이너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옛날 사진이나 자료를 수집해서 이를 활용하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도 하나의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숨 가쁜 동물들> 스틸컷     © 네이버영화

 

그의 창작 방식은 일상적이고 회고에 기반을 두지만, 영화 자체는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 비관습적인 형식을 취한다. <숨 가쁜 동물들>의 배경에는 녹취록에 담긴 어머니의 음성과 함께 지지직거리는 테이프 소리와 아이의 목소리, 마찰음 등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이는 모두 그가 녹음한 음성들인데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본인은 전문적인 음향 디자이너가 아니어서 음향 작업이 어려웠지만, 사용된 음성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기에 작업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숨 가쁜 동물>에는 애니메이션이 삽입됐다. 잡지에서 잘라낸 듯한 이미지가 유령처럼 움직이는 형태이다. 그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기술을 활용하고 싶기도 했고 오래된 사진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삽입했다고 답변했다. 태국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Apichatpong Weerasethakul) 감독이 역사적 사건을 전달하기 위해 유령 같은 이미지를 자주 사용하는데, 이에 영감을 받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숨 가쁜 동물>은 영화적 요소 간의 개연성이 희미하다. 녹취록의 내용과 영상의 이미지는 일치하지 않으며, 이미지와 음성의 연관성도 뚜렷하지 않다. 심지어 녹취록의 내용조차도 중간에 편집된 부분이 많아서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 이에 관해 레이 레이 감독은 영화적 요소 간의 새로운 관계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오늘날에는 새로운 이미지와 이야기가 충분히 많으므로 새로운 것을 다시 창조하는 것보다는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 이미지와 음성 사이, 이미지와 관객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요소 간에 모순을 두고, 관객이 이를 자유롭게 해석하도록 의도했다고 한다.

 

이러한 실험적인 방식은 독립영화 감독으로서 어떠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오늘날 관객들은 관람하기 편안하고 이해가 잘 되는 영화를 찾는 경향이 있는데, 그는 독립영화 감독으로서 이러한 현상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본인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는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겼다. 영화는 일방적인 전달이라기보다는 소통의 과정이며, 그 과정에 있을 수 있는 무관심이나 무지, 불편함 등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관객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예술이기 때문에 이러한 소통의 과정에 관객들을 초대하고 싶을 뿐이라며 의견을 밝혔다. 

 

레이 레이 감독은 앞으로도 여러 방면에서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젊은 예술가라면 위험한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전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이를 감수할 만한 용기가 있다면 분명히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애니메이터나, 영화감독, 교수 등의 타이틀에 신경 쓰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던 아녜스 바르다 (Agnes Varda) 감독의 행보를 보며 그녀는 예술가로서의 자유를 찾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동안 영화제에 초대되고, 사진전시회에 참가하고, 박물관에서도 작업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이렇게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것이 재미있고, 이를 즐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자신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며, 어느 날 VR (Virtual Reality; 가상현실)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끝마쳤다. 

 

▲ This is Love     © Vimeo

▲ This is Love     © Vimeo


레이 레이 감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그의 전작인 “This is Love (这个念头是爱)”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양한 색채와 감각적인 음악이 어우러진 애니메이션이다. 그 역시 2010년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고, 본인이 직접 음악 작업에 참여하며 신경 쓴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이 보기 좋을 것 같다며 이를 추천했다. 그의 Vimeo 계정(https://vimeo.com/user1260672)에서 “This is Love” 외에 다른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안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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