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미래라면 '현재'에 집중을

일상, 아카이빙 #01

정지원 | 기사승인 2020/11/03 [14:00]

예측할 수 없는 미래라면 '현재'에 집중을

일상, 아카이빙 #01

정지원 | 입력 : 2020/11/03 [14:00]

[씨네리와인드|정지원 리뷰어] 나는 항상 한 발 앞선 미래를 생각하며 살았다. 아득하고 추상적인 미래까지는 아니고 다가올 가까운 미래에 초점을 맞춘 채로 현재를 살았다. 예를 들어보자면 지금은 시월 말이지만 이전의 나였으면 11월 중순의 계획들을 생각하며 앞으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하며 살았을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순간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위해 보내야 하는 시간으로 여겼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계획을 세우는 건 칭찬받을 만한 삶의 태도 아니냐며 말이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이제 겨우 2학년인 내가 졸업 학기와 졸업 이후의 취업을 생각하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학을 갔다 오면 일 년 정도는 휴학해야겠지. 그러면 나는 남들보다 졸업이 일 년 뒤처지는데 내가 과연 바로 취업을 할 수는 있을까? 그럼 남들보다 내가 얼마 더 뒤처지는 걸까?’라는 생각을 한다든가 말이다. 항상 다가올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완벽한 계획을 짜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고심했다. 정작 나는 지금 휴학을 앞둔 학생도, 취업을 앞둔 학생도, 졸업을 앞둔 학생도 아닌 지금의 나인데 말이다.

 

▲ @Pixabay,Gerd Altmann  © 정지원

 

다가올 가까운 미래 속 나와 앞으로 먼 미래 속 내가 아닌 지금의 나를 깨달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 오래된 생각의 습관을 한순간에 고치게 되는 일이 있었다. 바로 코로나 19의 재확산이었다. 덕분이라고 써야 할까 잠시 고민을 하긴 했으나, 붙이지 않기로 한다. 몇 달만 더 조심하면 일상이 돌아오겠다는 기대와 낙관이 무너져내리는 걸 바라보았다.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죽을 때까지 영원할 줄 알았던 일상은 과거의 일이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모여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술 게임을 하고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야외 페스티벌에서 사람들과 부대껴서 무대를 보며 환호도 하고 연말이면 다 같이 오랜만에 얼굴 보는 친구들과 모여서 밤새도록 놀던 하루하루가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위험한 일이 되었다. 초창기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가 종식되면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이제는 예전의 세계로 돌아가기엔 너무 오래 지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마저 영원할 수 없다면, 세상에 영원한 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지금도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 시간을 잡을 수 없고 이 순간도 현재는 흘러가고 있다. 타이밍을 재고, 기회를 포기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지나가고 있는데, 이 시간을 다가올 미래를 위해서만 보내고 있다니. 너무 아깝지 않은가. 거기다 코로나로 인해 당장 다가올 미래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계획이라는 걸 세울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살 게 되었다. 쉽게 말하자면 현재에 충실하게 살고 있다.

 

전에는 과거를 그리워하고 미래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내가 당장 하고 싶은 거나 오래도록 생각만 해왔던 것이 있으면 전보다 훨씬 쉽게 결정하고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글쓰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글은 항상 혼자서만 써온 탓에 전문가인 누군가에게 배워 조금 더 매끄럽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남은 시간은 많기에, 지금 당장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느껴 다음에 배울 거라고 미루곤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학업이 아닌 다른 취미를 스스로 찾아 배워본 적이 없어서 신청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미룬 것도 있다.

 

그런데 다음이라는 게 확실하지 않게 느껴지는 지금 내가 더 미룰 이유는 없었다. 앞으로도 배우고 싶은 게 있고 여유만 있다면 주저앉고 도전해볼 생각이다. 내가 현재를 보지 못하고 미래만을 생각하게 했던 그 플랜들은 이미 급변하는 세상 덕에 쓸 수 없어진 지 오래다.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촘촘히 쌓아둔 계획에 따르기보다는 현재 내가 끌리는 데에 집중하고자 한다.

 

놓쳐버린 기회나 틀에 맞추며 보낸 시간이 아쉽긴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잡을 수는 없으니 흘러가는 대로 아쉬워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와 같지 않듯이 지금의 나도 영원하지 못하니 영원이나 먼 미래에 목매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해서 살아가고자 한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무언갈 더 배울수록 또 이런저런 일을 경험할수록 나는 변하고 내 생각도 계획도 변할 거니까. 또 혹시 모른다. 그사이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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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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