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경이롭고도 압도적인 이미지를 마주하라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금을 실은 양과 신성한 산'/ 리담 잔베 감독

강준혁 | 기사입력 2019/05/10 [12:52]

히말라야의 경이롭고도 압도적인 이미지를 마주하라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금을 실은 양과 신성한 산'/ 리담 잔베 감독

강준혁 | 입력 : 2019/05/10 [12:52]

 

▲ 영화 '금을 실은 양과 신성한 산' 스틸컷.     © 영화 공식 페이스북

 

⁕ 주의! 본 영화의 리뷰에는 다소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얀 눈과 거친 풀로 뒤덮인 거대한 산은 엄숙하게 솟아있고, 한없이 작은 인간은 미신에 떨면서도 그 안으로 들어가고자 끊임없이 길을 걷는다. 이들의 목적은 각기 다르다. 어떤 이는 추락한 전투기를 찾아내어 그에 합당한 보상금을 노리고, 어떤 이는 평생의 궁극적인 목표의 중심에 도달하기 위해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인간에게 산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다. 산은 다만 무한한 풍경을 펼쳐낼 뿐이다.

 

제 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을 한 개 고르라 한다면, 나는 진심을 다하여 ‘금을 실은 양과 신성한 산’을 추천하지 않을까 싶다. 리담 잔베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인 본 영화는 2018년 뭄바이 필름 페스티벌에서 ‘실버 게이트웨이(Silver Gateway)’ 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홍콩 국제 영화제에서도 국제비평가협회(FIPRESCI) 상을 거머쥐었다. 곧, ‘금을 실은 양과 신성한 산’은 상당한 기대작으로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 상륙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보자면, 그만큼 기대치가 매우 높은 상태에서 본 영화를 접했을 때 오히려 실망이 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도 하였다. 하지만 ‘금을 실은 양과 신성한 산’을 확인한 관객들은, 본 영화가 작년 이래 두 차례의 영예를 안은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금을 실은 양과 신성한 산’의 흥미로운 특징은 본 영화에 출연한 모든 등장인물이 실제 히말라야를 터전으로 하고 있는 가디족(Gaddi) 주민이라는 것이다. 리담 잔베 감독은 이에 대해  “(실제 주민을 섭외하여 배우로 쓰는 것이)가장 자연스럽고, 오히려 외부 배우들이 현지에 들어와 연기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랬기에 영화를 상상하고 이끌어 가는 이들로써 가장 진정성이 많이 묻어나는 사람들, 즉 ‘산에 대한 문화를 이행하는 주민들’이영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캐스팅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특별한 워크샵을 하지 않은 대신 주민들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고, 대사 역시 씬에 대한 설명을 해줄 뿐 참여자들 본인이 머릿속에 그린 대로 활용할 수 있는 선에서 영화를 제작했다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실제주의적인 연기 디렉팅은 영화가 다큐멘터리의 성격으로 무게가 쏠리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어 지루하거나 느슨함을 야기할 수 있기에 위험할 수 있다지만, 본 영화에서는 이들 가디족 주민들의 연기가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져 우려가 불식된 편이었다.

 

▲ 영화 '금을 실은 양과 신성한 산' 스틸컷.     © 전주국제영화제

 

무엇보다도, ‘금을 실은 양과 신성한 산’이 함유하고 있는 핵심적인 키워드이자 논쟁의 주제는 물론 ‘산’이라 할 수 있다. 히말라야 현지에서 촬영을 감행하여 그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본 영화는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갑작스레 다가오는 거대한 이미지를 관객에게 선사하며 여러 가지 해석을 곱씹어 볼 수 있게 하는 여운을 선사한다. 롱테이크 기법을 심도 있게 사용하여 그 감정을 최대한 길게 남기고자 하는 본 영화의 노력에 힘입어, 압도적인 감각이 97분의 시간동안 점진적으로 전달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본 영화는 산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의도적으로 조각을 내어 위압적인 모습을 한층 강조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절경에만 초점을 맞추어 황홀함을 그려내기 보다는 산의 성스러움과 위압감, 그리고 그 안에 근근이 살아가는 조그마한 인간의 이야기를 확인하는데 더욱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한 예로, 추락한 전투기를 찾고 돈을 벌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수색꾼들은 한편으로 신성한 산의 ‘나그(뱀 신)’가 자신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잡아먹지는 않을까 두려움에 떤다. 수색꾼들이 그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의 중턱으로, 그것도 매우 어두운 밤이다. 이전까지 산의 전체적인 윤곽을 볼 수 있던 관객들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걱정의 공간을 맞이하여 산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에 있어 전설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며 그들의 실제적 삶에 깊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인간이 산을 마주하여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산은 어떠한 존재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물음은 분명 영화에 대한 해석을 분분하게 하는 즐거운 논쟁거리이다. 가장 유력한 대답은 ‘인과응보의 법칙을 실행하는 주체’라 할 수 있다. 영화 도입부 주인공의 위치에 놓여있는 늙은 목자에게, 그를 보조하는 우둔한 하인은 자신이 꿈에서 금과 은을 가득 실은 양을 보았노라고 말한다. 추락한 전투기는 보상금을 약속하는 ‘금을 실은 양’의 이미지와 일치한다. 이 막대한 존재는 일평생 양과 염소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늙은 목자마저도 혹하게 하는 탐욕의 상징이다. 그리하여 목자는 간단한 음식과 손전등 몇 개만을 가지고 양을 등진다. 그러나 다른 목자들과의 소담과 수색꾼들의 우려대로, 산은 흑심을 가지고 침입한 자를 좌시하지 않는다. 그 벌로써 목자가 포기한 양은 흉포한 육식 동물의 습격을 받아 피해를 입게 되고, 하인 역시 공포에 질려 도망치다 큰 부상을 입고 쓰러진다. 결국 목자 자신마저 종래에는 더 이상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인과응보의 법칙에 따라 마땅한 벌을 받게 된 것이다. 

 

▲ 영화 '금을 실은 양과 신성한 산' 스틸컷.     © 전주국제영화제

 

재미있게도, 영화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5월 4일) 리담 잔베 감독은 “산이 가진 도덕성과 인간이 가진 도덕성이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산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무조건 나쁜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목자의 탐험이 반드시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산이 주는 신성함을 직접 만나기 위해, 그러함으로써 정신적인 경험을 추구하기 위해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추구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리담 잔베 감독의 코멘트를 참고하여 영화를 다시 확인해 본다면, 결국 영화 내에서 목자 외에 결정적인 피해를 입은 이는 한 명도 없음을 깨달을 수 있다. 나그의 분노를 살까 걱정했던 수색꾼들은 결국 전투기의 잔해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상처입은 하인을 발견하고 그를 살려내는 데 성공한다. 이로 미루어봤을 때, 산이란 시련도 수혜도 내리지 않으며 다만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인 정신적 주체이자 완전한 초월적 주체라고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금을 실은 양과 신성한 산’에 등장하는 산이라는 존재는 신비로우면서도 두렵고, 익숙하면서도 미지의 공간이다.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도출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영화에 대한 되새김과 탐구를 지속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혹자는 ‘금을 실은 양과 신성한 산’을 두고 지루했거나, 졸립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다. 97분의 러닝타임은 결코 짧지 않으며, 초반부 다소 느슨한 전개가 그러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중반부 이후 산의 압도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감정선을 휘몰아치는 빠른 전개는 눈을 감았던 이들도 다시 앞으로 다가오게 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흥미와 몰입을 유도한다. 이에 더불어, 지금까지 언급한 이야기의 해석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면 본 영화에 대한 애정이 다시 한 번 솟아날 것이다. 한편, 리담 잔베 감독은 자신의 성공적인 첫 번째 연출작인 이번 영화에 협업한 제작진과 다시 한 번 뭉쳐 향후 로드 무비/코미디 영화를 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말하였다. 그의 다음 영화 역시 놀라움과 경외감을 함께 갖출 수 있음을 자신한다. 향후 국내 영화제에서 언젠가 다시 한 번 그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씨네리와인드 강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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