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흉악', 주변인의 삶을 말하다..주인공이 가족·직장 버린 이유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5/10 [15:13]

'로크'-'흉악', 주변인의 삶을 말하다..주인공이 가족·직장 버린 이유

김준모 | 입력 : 2019/05/10 [15:13]

'주변인'이라는 단어는 파크에 의해 처음 공식화된 후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사회학에서는 이 단어를 기성의 문화에서 배제되고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심리학에서는 어린아이의 집단에도 성인의 집단에도 들지 못하는 불확실성을 지닌 청소년기를 주변인이라 칭한다.

 

어른이 된 후에도 이 주변인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을 다룬 영화가 <로크> 그리고 <흉악 - 어느 사형수의 고발>이다. 

   

한 남자가 직장과 가족 버리면서 고속도로 달리는 이유

 

▲ 영화 <로크>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 <로크>에서 건설현장 감독 로크(톰 하디)는 한밤 중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그는 다음날 아침부터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고, 이날 밤 아들들은 집에서 축구를 관람하며 아빠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도 그가 한밤중에 향하는 곳은 한 여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다. 과거 로크는 출장 나간 공장에서 한 여자를 만났고 그녀는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 그리고 그녀는 출산하기로 결정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둔 전날, 로크는 여자와 아이를 지켜주기 위해 고속도로를 탄다. 고속도로는 한 번 들어오면 핸들을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어렵다.

 

극 중 로크가 고속도로를 달려 나가면 그는 두 가지를 잃게 된다.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를 앞둔 직장, 그리고 아내와 아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가정이다. 직장은 부와 명예를, 가족은 사랑과 안식을 의미한다. 로크는 결국 자신이 이룬 두 가지를 포기하기로 결정한다. 그 이유는 로크의 과거에 있다. 그는 텅 빈 차 뒷좌석을 바라보며 마치 대화를 나누듯이 혼잣말을 한다. 아무도 없는 뒷좌석을 향해 그가 부르는 이름은 '아버지'이다.

 

로크는 단란한 가정을 이뤘고 직장에서 중요한 위치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써 내려갔다. 하지만 정작 탄생의 순간을 축하받지 못한 아버지와의 과거로부터 탈출하지 못했다. 탈출하지 못한 과거는 로크에게 심리적으로 커다란 짐이 된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홀로 모든 고통을 감내할 그녀가, 자신처럼 탄생의 순간을 축복받지 못할 아이가 눈에 밟혀 모든 삶의 기록을 지우기로 결정한다. 영화는 고속도로 위에서 질주하는 로크의 모습으로 시작하고, 차와 로크만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문제를 외면하며 취재에 매달리는 기자

 

▲ <흉악> 스틸컷.     © 영화사 새사람

 

극 중 로크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변인이다. 그는 방황과 고독의 시기를 지워내지 못했고 이 지워지지 못한 과거는 그가 써나간 미래를 지워버린다. 로크는 과거에 갇혀 현재를 잃어버린 것이다. 반면 영화 <흉악 - 어느 사형수의 고발>의 후지는 현재의 삶에서 겪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주변인으로 숨어버리는 인물이다. 그에게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아내가 있다. 

  

후지는 도우미를 쓰자는 아내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의 이런 심리는 돈을 아끼거나 아내에게 정성을 바라는 욕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그는 그저 이 상황에 관여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후지는 아내가 도우미를 고용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후지에게 현실은 자신이 노력한다고 바뀌지 않는 공간이다. 정성을 기울인다고 어머니의 치매는 나아지지 않는다. 또 자신이 일하는 신문사에서 요구한 연예인 스캔들을 취재한다 하더라도 그의 삶은 더 윤택해지거나 개인적인 명성이 올라가지 않는다. 

  

이와 같은 그의 현재는 타인의 삶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 후지는 스도라는 살인범을 찾아가게 된다. 스도는 자신이 처벌받게 될 사건의 배후에 있으며 이에 대한 취재를 후지에게 부탁한다. 형량을 줄이기 위한 스도의 수법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후지는 취재를 결정한다.

 

후지의 심리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망각의 욕망에 있는 듯하다. 게임이나 장르 소설의 중독성은 현실을 잊게 만들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몰두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중독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현실의 고통과 슬픔을 잊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그 원천이며 현실이 본인의 욕구나 능력과 멀다고 여길수록 이 중독에 빠져들어 망각을 꿈꾸게 된다. 

   

인생이 지닌 불확실성과 심리적인 무게감

 

▲ 영화 <흉악> 스틸컷.     © 영화사 새사람



후지에게 스도의 범죄일지는 이와 같은 망각의 도구로 작용한다. 그는 스도가 알려준 사건들을 취재하며 점점 현실을 잊게 된다. 그에게 있어 현실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 이런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는 아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자신의 직업이다.

 

<로크>와 <흉악 - 어느 사형수의 고발>은 주변인의 삶을 택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로크는 과거에 얽매여 현재의 삶을 버림으로, 후지는 현재를 망각하기 위해 스도의 사건을 취재하면서 주변인의 길을 택한다. 하지만 두 영화의 결말은 전혀 다른 길을 안내한다. 

  

<로크>의 주인공이 과거에 묶여 현재의 삶을 포기한 순간, 그의 삶은 무너진다. 하지만 영화는 또 다른 희망을 보여준다. 바로 '이해'이다. 로크는 직장에서도, 부인에게서도 버림을 받는다. 그런 그에게 큰아들이 전화를 건다. 로크가 전화를 받지 않아 부재중으로 녹음된 이 통화의 내용은 아버지에 대한 '믿음'이다.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를 믿는다는 큰아들의 말은 로크의 미래가 모든 걸 잃고 삶의 주체성에서 벗어난 주변인의 삶으로 끝나지 않음을 암시한다.

 

▲ 영화 <로크>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믿음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변인과는 거리가 먼 단어이다. 로크는 아버지에게 믿음을 받지도 느끼지도 못하였고, 이 고통은 그를 주변인의 삶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아들이 보여준 믿음은 결국 로크의 선택이 또 다른 믿음으로 연결될 것을, 그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새롭게 자신의 삶을 써나갈 것을 암시한다. 반면 후지는 자신의 취재로 인해 스도가 감형을 받게 되자 절망한다. 그는 취재 과정에서 스도가 얼마나 잔악하고 무자비한 인간인지를 체감하게 된다. 

  

스도는 사채업자 아래에서 조폭으로 일을 하였고 다른 조직원들을 죽이거나 빌려간 돈을 갚지 못하는 일가족 중 한 명을 보험에 들게 한 후 사고나 질병을 만들어 죽이는 방법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이런 스도의 실체를 알게 된 그는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는 가해자와 피해자, 그 어디에도 감정을 이입시키지 못한 채 그저 일상이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는 걸 말이다. 그는 어느 집단에도 속하지 못한 주변인이 되어버렸고 스도의 편에도, 피해자의 편에도 서지 못하는 애매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시간은 앞으로만 흐르기에 인간은 누구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하지만 과거의 트라우마가 또는 힘겹고 무거운 현실이 앞을 막을 때 스스로 주연의 위치에서 물러나 관객처럼 본인의 삶을 관망하는 주변인이 되기를 택하곤 한다.  두 편의 영화는 주변인의 삶을 택한 두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생이 지닌 불확실성과 심리적인 무게감, 그 속에서 주체성이 지닌 의미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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