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치다군의 세계'

[프리뷰] ‘마치다군의 세계’ / 11월 12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1/06 [16:25]

물음표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치다군의 세계'

[프리뷰] ‘마치다군의 세계’ / 11월 12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11/06 [16:25]

▲ '마치다군의 세계' 포스터  © (주)디오시네마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학창시절 우리는 학교에서 도덕을 배운다. 도덕에 의하면 세상을 살아갈 때는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힘든 일을 겪는 사람에게는 나눠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막상 세상에 나와 보면 남을 이용하고 무시하며 살아가는 걸 요령껏 살아간다고 말한다. 학창시절에 배운 세상과 막상 사회로 나와 본 세상이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른 것이다.

 

마치다군의 세계는 이런 세상 속에서 선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들고 의미 있는 일인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본영화 중에는 착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작품이 많다. 대신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 역시 착한 세상이다. 반면 이 작품은 세상은 악으로 가득 차 있다라는 작품 속 작가 요헤이의 글 도입부처럼 악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치다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다는 연구자로 해외로 자주 출장을 가는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의 역할을 대신한다. 어린 시절부터 철이 들은 마치다는 임신을 한 어머니를 대신해 아침식사부터 동생들 등교준비까지 혼자 끝마친다. 버스에서도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학교에서도 곤경에 처한 친구가 있으면 도와주는 마치다는 학교에서 예수님으로 불릴 만큼 성인군자 그 자체다. 이 성인군자에게도 사랑이 다가온다.

 

▲ '마치다군의 세계'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우연히 보건실에서 만난 이노하라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 문제는 마치다가 이 사랑이란 감정을 처음 느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마치다는 사랑을 표현하는 고백을 모른다. 주변에 사랑에 대해 조언해 줄 친구도 없다. 그래서 이노하라가 길거리에서 헌팅을 당할 때 구해주며 말한다. ‘이 아이는 소중한 아이라고. 이 말이 마치다 방식의 사랑고백이다. 이 고백에 이노하라의 마음은 흔들린다.

 

이노하라는 불륜을 저지른 아나운서 어머니 때문에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타인과 친해지는데 거부감을 지닌 이노하라 역시 사랑에 있어 초보다. 마치다에게 마음이 있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른다. 이때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존재가 사랑을 꿈꾸지만 상대는 없는 사카에다. 사카에는 마치다와 이노하라 사이를 연결해주고자 한다. 하지만 두 초보자 사이에서 곤란을 겪는다.

 

마치다는 이노하라의 마음도 모르고 이노하라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들과 대신 만나게 다리 역할을 해준다. 이노하라는 먼저 마음을 고백하는 게 어려워 마치다에게 진심을 내비치지 못한다. 이런 줄거리만 놓고 보면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의 줄다리기로 다소 지루한 느낌을 줄 거 같지만, 다채로운 에피소드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다양한 감정과 교훈을 이끌어낸다. 그 중심에는 세 명의 인물이 있다.

 

▲ '마치다군의 세계'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첫 번째는 요헤이다. 요헤이는 작가를 꿈꾸지만 돈을 벌기 위해 기자 일을 한다. 잡지사에서 그에게 원하는 건 스캔들이다. 요헤이는 스캔들을 잡아내 좋아하지만, 부인 아오이는 염증을 표한다. 타인의 고통으로 돈을 버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요헤이는 착한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는 남을 불행하게 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세상이 악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는 그에게 마치다는 독특한 존재다.

 

요헤이는 마치다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어떻게 하면 마치다처럼 살아갈 수 있는지. 남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 답을 얻고자 한다. 요헤이는 남의 불행을 소비하고,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세상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의 존재는 마치다의 삶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강조한다. ‘마치다군의 세계란 제목은 관찰자 료헤이가 바라본 마치다가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히무로다. 모델 일을 하는 히무로는 좋아하는 일에서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대충 살아가고자 한다. 그는 여자친구 사쿠라를 차갑게 차 버리는 등 주변 모든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알량한 인기로 여자들한테 인기를 얻고자 한다. 마치다는 사쿠라가 선물해준 시계를 히무로에게 내밀며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이 말은 히무로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여기서 말하는 상상은 상대의 입장을 말한다.

 

히무로는 일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좌절을 타인에게 풀었다. 자신이 우선이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했다. 마치다는 사쿠라가 그에게 선물할 시계를 사고, 포장하며 느꼈을 설렘을 상상하게 만든다. 타인에게 친절하다는 건, 상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의미다. 이런 이해심은 나를 사랑해야만 가능하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타인을 향한 사랑을 품을 수 없다. 히무로는 마치다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래서 남도 사랑할 수 있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 '마치다군의 세계'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세 번째는 마치다의 아버지다. 마치다의 아버지는 세상을 여행하는 이유에 대해 모르는 것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아직까지도 어머니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아버지는 모르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말한다. 마치다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이유는 모른다는 점에 있다. 상대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더 알고 싶고, 그래서 더 돕고 싶다. 마치다는 공부도, 운동도 잘하지 못한다. 잘하는 게 없기에 쉽게 무언가를 단정짓지 않는다.

 

가끔 우리는 세상 모든 일을 다 아는 거처럼 생각한다. 상대의 단면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가 하면, 어떤 일에 대해 단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외면과 소외를 쿨하고 시니컬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요헤이처럼 악으로 가득 찬 부정적인 단면만 바라보게 된다. 마치다의 아버지는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선한 열정으로 가득한 마치다군의 세계임을 알려준다.

 

이 작품은 고교생의 설레는 로맨스를 바탕으로 세상이 지닌 아름다움을 말한다. 이시이 유야 감독은 동명의 원작을 실사화 하면서 특유의 담백한 연출을 선보인다. 만화 특유의 과장된 지점과 판타지도 극적인 재미를 살려내는 힘을 보여준다. 마치다군의 세계는 어쩌면 판타지일지 모른다. 마치다의 선한 영향력이 퍼져 나가는 세상이 과장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고, 그 물음표가 아름다움을 가져다준다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삶을 향한 열정과 사랑을 불타게 만드는 힘을 선사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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