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의 머뭇거림에 가려진 부모세대의 어두움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스웨덴 러브 스토리'

김진하 | 기사입력 2019/05/11 [15:47]

사춘기의 머뭇거림에 가려진 부모세대의 어두움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스웨덴 러브 스토리'

김진하 | 입력 : 2019/05/11 [15:47]

 

 

▲<스웨덴 러브 스토리> 포스터 이미지

 

 

여기, 왜소한 몸에 가죽 재킷을 걸치고 복싱 모션을 취하고 있는 한 소년이 있다. 몸의 골격도 채 자라지 않은, 두 뺨의 홍조가 눈에 띄는 어린 소년인 그는 가죽 재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지만 자전거를 탄 성인 남성에게 뒤처진다. 페르는 이처럼 야성미 넘치는 어른이 되기를 원하지만 여전히 소년의 모습을 한 중간의 존재이다. 열다섯 살, 사춘기의 정점에 이른 그는 할아버지를 만나러 간 자리에서 한 소녀를 만난다. 개가 시끄럽게 짖는 집의 금발머리 소녀, 바로 아니카이다. 둘은 둘조차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서로에게 끌리지만, 어느 누구도 먼저 말 한마디 걸어보지 못하고 헤어지게 된다. 그 후로도 아니카와 페르는 마주칠 기회를 갖지만 이상하게도 인사조차 건넬 수 없다. 이렇게 머뭇거리기만 하던 찰나, 둘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먼저 손을 내민 아니카의 용기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스웨덴 러브 스토리

▲<스웨덴 러브 스토리> 스틸컷

 

페르와 아니카는 거침없는 스킨쉽과 가식없는 감정의 표현을 보여준다. 그들은 서로에게 닿고 싶을 때 닿고, 울고 싶을 때 울며 만나고 싶을 때 만난다. 어쩌면 이러한 솔직한 모습들은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그들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둘의 솔직한 사랑을 보며 슬며시 미소 짓게 되면서도 어딘가 씁쓸해지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초록이 무성한 여름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모습이 스크린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웨덴 러브 스토리>는 종종 삽입되는 통기타 선율과 어우러지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토록 평화로운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만 전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사춘기 소년소녀가 열렬히 사랑하는 가운데, 그들의 주변은 사회 속의 고독과 불합리 속에 어두워져 가고 있다. 맨 처음 페르와 아니카가 만나는 장면만 해도 그렇다. 페르의 할아버지는 요양원에 있으면서 퇴원하지 않으려 한다. 그는 그 이유를 세상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맞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하며 계속해서 개인의 고독이 해소되지 않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니카의 이모 또한 눈물을 흘리며 등장하며, 아니카에게는 꿈이 좌절된 현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뒷 부분에서는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그 중에서도 부모세대의 문제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스웨덴 러브 스토리

▲<스웨덴 러브 스토리> 스틸컷

 

페르와 아니카의 관계를 둘의 가족들이 모두 알게 된 후, 페르의 가족은 아니카의 가족을 초대하여 파티를 연다. 시골에 살면서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는 등 자연 친화적으로 살고 있는 페르네 가족에 비해 아니카의 가족은 세일즈맨인 아니카의 아버지 하에 사회적 지위를 중요시하는 등 겉으로 보이는 것에 가치를 두며 살고 있다. 그러한 이념의 차이 하에서 페르네 가족에 냉장고를 선물하려는 아니카의 아버지 욘과 냉장고는 필요없다는 페르의 아버지 라세 간의 갈등은 점점 첨예화된다. 다른 어른들은 둘의 기싸움에 굴하지 않고 노래 부르고 폭죽을 터뜨리며 파티를 즐기고자 하지만, 결국 냉장고에 넣지 못한 유리병들을 집어 던져 깨는 욘의 모습을 보며 굳어간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 페르와 아니카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아버지들이 싸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서로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있다. 결국 파티를 벗어나 고깔을 벗어 던진 욘은 솔직한 마음을 숲에 털어놓는다. 그는 수완 좋은 세일즈맨이지만, 사실은 아니카가 본인처럼 돈을 벌기 위해 굽신거리며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욘이 숲으로 사라진 가운데에 낚시를 하러 나온 라세와 가족들은 욘의 고깔모자가 강에 떠다니는 것을 본다. 욘의 고깔 모자가 강에 떠다니는 것이 욘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되어 벌어지는 해프닝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불러일으키지만 한편으로 느껴지는 씁쓸함은 웃음으로도 지울 수 없다. 영화의 제목이 그저 러브 스토리가 아닌 스웨덴 러브 스토리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스웨덴 러브 스토리>는 사춘기 소년, 소녀의 사랑 그리고 성장을 담음과 동시에 스웨덴의 사회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러브 스토리>는 스웨덴의 로이 안레르손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대상 수상한 바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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