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성에 가려진 잔인한 위선 '파리대왕'

영화 'Lord of the flies'

오승재 | 기사입력 2019/05/13 [10:53]

인간의 이성에 가려진 잔인한 위선 '파리대왕'

영화 'Lord of the flies'

오승재 | 입력 : 2019/05/13 [10:53]

 

▲ 영화 '파리대왕'의 한장면.     © 컬럼비아 픽처스

 

대부분의 현대사회 구성원은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이성적 태도를 유지하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실현하여 다른 집단에 존중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이성적 주체의 숨겨진 이면에는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은 별다른 근거 없이 특정인물을 잔인하게 비난하고 정치적 올바름을 구실삼아 인종 및 종교, 성적 서열화를 고착화하여 차별을 조장한다. 과연 우리가 본성적으로 선하고 이성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영화 <파리대왕>은 문명과 원시의 이항대립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해체한다. 핵전쟁으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 위해 육군사관학교 학생 25명을 태우고 가던 비행기가 추락하여 그들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인물들이 고립된 섬은 기존의 상식과 질서가 통용되지 않는 비상식적 장소이다. 그들이 경험하고 학습했던 과거의 사회적 규범은 적용되지 않는다. 문화와 단절된 원시적 형태의 공간은 인간의 내적 본성을 파악하는 데 이상적이다.

 

 

문명과 야만

무인도에 고립된 상황 속에서 구조를 위해 모든 구성원의 협력을 요구하는 랄프와 새로운 정착지인 섬에서 자립을 추구하는 잭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 이들의 갈등은 단순히 아이들 간의 싸움이 아니다. 문명과 야만의 대립이다. 기존의 규칙, 교육, 질서를 중시하는 랄프와 달리 잭은 기존의 질서를 붕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를 원한다. 초반부 모든 구성원의 목표는 구출이었다. 모든 구성원은 이성적인 랄프를 리더로 선임하고 그를 따른다. 이때 커다란 소라껍질은 랄프의 권력을 상징하며 모든 구성원을 결집시키는 도구이다. 또한 랄프를 지지하는 피기의 안경과 봉화는 그들의 질서이자 구조를 통해 문명세계로의 회귀를 돕는 요소이다. 랄프는 체계적으로 의식주 해결을 고민하고 구조를 위한 신호불을 피우며 무인도 탈출을 도모한다. 이때 섬에는 그들이 충분히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물, 열매, 멧돼지 등의 식량이 존재한다. 기존의 관습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를 부여받는다. 구속, 질서 없는 무인도 생활에 점차 적응하는 구성원들은 점차 삶의 초점을 구출로 두지 않게 된다. 랄프와 전혀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잭은 본인만의 집단을 형성하여 법과 규율을 자의적으로 만든다. 특히 잭에게 야만의 상징인 사냥은 최우선의 가치이다. 그들은 짐승을 사냥하며 남성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직접적인 식량을 제공한다. 무인도의 삶에 만족한 대다수의 구성원들은 구출을 위해 이성적 태도를 유지하는 리더 랄프보다 당장의 욕망인 돼지를 제공한 잭을 선택한다. 원시성을 추구하는 그들은 상의를 탈의하고 빨간색과 검은색을 몸에 덧칠하며 외형적으로 완전한 야먄인이 되어간다. 외형적 원시성은 내재적인 생각과 이념으로까지 전이된다. 그들은 살인과 유사한 잔인한 행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단순한 사냥의 일환으로 여긴다. 원시적 환경에서 문화적 질서가 사라진 후 인간에 내재된 야만적 태도가 표출된 결과이다.

 

 

잭과 그의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야만은 선천적 요소인가?

 

▲ 과거 이성적 존재였으나(좌측), 내제된 야만성을 표출한 잭(우측)     © 컬럼비아 픽처스

 

영화 속 잭이 보여준 야만성은 본래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잭은 기존의 사회적 질서 속 한 가정의 아들이자 육군사관학교의 학생이었다. 그는 기존 형성된 문화, 종교, 관습에 순응하며 삶을 영위했을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에 의하면 그들은 타인 응시(Gaze)의 산물이다. 타인에 의해 부여받은 가치관, 욕망이 무의식적으로 체화되어 마치 우리가 주체적인 시선(See)와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고 착각한다. 자연스레 내제된 욕망은 억제해야하며, 해당 욕망을 표출할 시 타인으로부터 부정적 시선을 받게 된다.

 

따라서 잭이 기존 삶 속에서 멧돼지와 각 종 짐승을 잔인하게 사냥하지 못했던 이유는 착한 본성 때문이 아니다. 단지 사회 속 구성원으로서 그들과 융화되기 위해 질서를 지키며 야만적 본능을 억제했던 것이다. 이후 잭은 원시적 상황에서 기존의 질서가 타파되고 극한의 자유를 부여받자 야만적 성향을 완전히 표출했다.

 

 

권력유지를 위한 선전도구는 괴물

 

▲ 잭에게 완전히 선동된 그의 추종자들     © 컬럼비아 픽처스

 

잭은 권력유지를 위해 본인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미신인 괴물을 이용한다. 괴물로 둔갑된 존재는 비행기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어 사망에 이른 조종사 벤슨이다. 구성원들은 비판적 사고 없이 잭의 주장을 사실로 여긴다. 잭의 말에만 순종적으로 따르는 그들에게 괴물의 존재는 실재이다. 구성원들은 동굴 속 그림자만을 보고 세상을 판단하는 죄수들과 같다. 이성적인 랄프의 구성원이었던 사이먼은 그들이 괴물이라고 여기던 존재가 벤슨임을 확인하고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불빛을 들고 뛰어간다. 이때 잭에 완전히 선동된 구성원들은 뛰어오는 사이먼을 괴물로 착각하고 살해한다. , 잭이 만들어낸 미신이 사실이 되어 희생자가 초래되었고 살해의 주체는 죄책감보다는 괴물을 죽였다는 희열감을 느낀다. 규율이 없는 속에서 살인을 합리화하여 광적인 야만이 극에 달하자 잭과 구성원은 대립관계인 피기 그리고 랄프까지 살해하여 무인도를 지배하려고 한다. 그들을 살해하기 위해 온 숲에 불을 지르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잭은 현대사회인의 은유

우리는 모두 타인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주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만약 자신의 욕망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요소와 부합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며 살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억압된 욕망과 분노는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공간에서 표출된다. 유저들은 의 대상에 무분별한 공격을 펼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객관적 정보가 토대가 된 근거 있는 비판이 아닌 편협한 댓글이 담론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그들은 특정인물과 집단을 괴물로 설정하고 파리떼처럼 괴물을 잡아먹으려고 한다.

 

해당 상황에서 우리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로 둔갑되는 경우가 빈번함을 자각해야한다. 같은 사실이라도 Frame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일명 카더라로 불리는 저급정보들이 사실화되고 있다. 이는 특정 집단이 특정 목적 실현을 위해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러므로 잭이 부패되어 파리가 꼬인 멧돼지 머리를 괴물을 퇴치할 파리대왕으로 신격화한 것과 같이 현대 사회 속 언론, 지배층이 특정 목적을 위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파리대왕은 없는가에 대해 고찰해야할 시점이다.

 

 

[씨네리와인드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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