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비극을 품은 현대의 이민자 문제

[프리뷰] ‘안티고네’ / 11월 1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1/16 [15:09]

신화의 비극을 품은 현대의 이민자 문제

[프리뷰] ‘안티고네’ / 11월 1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11/16 [15:09]

 

▲ '안티고네'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주) , (주)키다리이엔티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중 한 명인 소포클레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안티고네는 고대의 비극을 현대의 이민자 문제와 결합한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전부 신화 속 인물로 설정하며 이들 각자의 캐릭터성을 부각시킨다. 안티고네와 폴리네이케, 하이몬 등은 새롭게 설정된 이야기 속에서 신화의 역할을 그대로 맡는다. 그만큼 고대의 비극을 어떻게 현대에 맞게 각색할지에 대한 고민이 진하게 묻은 영화다.

 

캐나다에 정착한 이민자 가족의 막내 안티고네는 어느 날 큰 오빠의 죽음과 둘째 오빠의 수감을 동시에 경험한다. 모범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던 안티고네는 이 급작스러운 사건 속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최초의 일탈을 결심한다. 그 일탈은 둘째 오빠 폴리네이케를 대신해 수감되는 것이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팔에 문신을 한 안티고네는 면회 중 오빠와 옷을 바꿔 입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근친상간을 했다는 걸 알게 되고 스스로 눈을 파서 장님이 된다. 안티고네의 가족이 조국을 떠난 건 내전 때문이다. 이는 부모 세대의 잘못으로 자식 세대가 고통을 겪는 걸 보여준다. 왕인 오이디푸스가 국가를 떠나면서 테바이는 두 형제의 내전으로 얼룩진다. 이 두 형제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는 왕위를 두고 다투던 중 둘 다 사망한다.

 

▲ '안티고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 (주)키다리이엔티

 

이후 라오다마스를 대신해 섭정을 하게 된 숙부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를 위해서는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주지만, 플리네이케스는 매장을 불허한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외국의 군대를 동원한 게 이유다.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에테오클레스는 SNS 상에서 추모의 분위기로 존중을 받지만, 폴리네이케스는 비난의 대상이 된다. 동생을 구하려다 재수 없게 죽은 형 에테오클레스와 자신의 잘못으로 형을 죽인 폴리네이케스의 설정으로 신화를 재구성한다.

 

신화의 안티고네는 눈이 안 보이는 오이디푸스를 돕기 위해 방랑길에 동반자가 된다. 아버지가 아티카의 콜로노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안티고네는 테바이의 상황을 모른다. 이는 안티고네가 두 오빠에 대해 잘 모른다는 설정으로 영화에 나타난다. 안티고네는 학생인 작은 오빠는 물론 지역 축구선수로 가장 역할을 하던 큰 오빠까지 갱단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다.

 

각색의 하이라이트는 하이몬이다. 신화 속 하이몬은 크레온의 아들로 안티고네의 약혼자다. 그는 안티고네가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러줬다는 이유로 벌을 받고 결국 목숨을 잃자 따라 죽는다. 하이몬이 캐나다 사람에 백인이란 점은 크레온이 권력을 잡은 테바이처럼 캐나다의 주 권력층으로 설정을 한다. 하이몬이 안티고네에게 느끼는 동정과 이민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함께 저항한다는 점은 기막힌 표현이라 할 수 있다.

 

▲ '안티고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 (주)키다리이엔티

 

아쉬운 점은 안티고네의 선택과 그 후의 반응이 지닌 의미다. 신화 속 안티고네는 폴리네이케스의 존엄을 위해 장례식을 결정한다. 안티고네의 선택 역시 이민자를 위한 존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이 위법이라는 점과 그 가족이 조국으로 추방될 경우 당할 수 있는 명예살인 역시 조국의 명예를 위한 방법이란 점은 의아함을 지니게 만든다. 안티고네는 자신들의 존엄을 위해서는 법을 어길 수도 있다고 말하는데 이런 연결로 볼 때 다소 위험한 발상이다.

 

이민자를 향한 차별과 폭력에 대한 해답을 위법과 저항으로 설정했다는 점은 신화의 내용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오는 오류이기도 하다. 비극의 절정을 위해 명예살인을 설정한 점도 그렇다. 이민자 문제는 이질적인 문화에서 오는 차이와 이민자가 빈민층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구조에 있다. 이에 대한 이해가 더 확장되어 있었다면 위법과 명예살인을 통해 비극성을 강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지닌 힘은 상당하다. 신화의 비극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힘을 지녔다. 신화의 효율적인 각색은 전개에 있어서도 리드미컬한 흐름을 보여준다. 예측 가능한 전개임에도 뒤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민자 문제를 다룬 수많은 영화들 사이에서 이 작품이 지닌 독창성은 신화의 비극을 고스란히 품은 감정에 있다. 이 감정의 늪에 빠진다면 헤어날 수 없는 먹먹함을 느낄 것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팀
rlqpsfkxm@cinerewind.com

Read More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