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기 어린, 그러나 무엇보다 뜨거운 겨울 로드 무비 '겨울 비행'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겨울 비행'

김진하 | 기사입력 2019/05/13 [11:11]

치기 어린, 그러나 무엇보다 뜨거운 겨울 로드 무비 '겨울 비행'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겨울 비행'

김진하 | 입력 : 2019/05/13 [11:11]

 

겨울 비행

 <겨울 비행> 포스터

 

서 리뷰했던 <스웨덴 러브 스토리>가 사춘기의 머뭇거림에 대하여 이야기했다면, <겨울비행>은 사춘기의 거침없음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마라와 헤두시는 자유와 성적인 것을 갈망하고, 실제로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행동한다. 마라는 훔친 자동차로 여행을 시작하고, 헤두시는 여행길에 만난 바라에게 성적인 것을 기대한다. <스웨덴 러브 스토리>의 계절적 배경은 여름, 공간적 배경과 분위기 또한 초록이 무성한 공원이나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따뜻한 분위기인 것에 비해 <겨울 비행>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겨울을 계절적 배경으로 하여 가지만 앙상히 남은 산속이나 회색 구름에 싸인 도로를 달린다. 영화를 지배하는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퇴폐적이고 쓸쓸한, 색으로 말하자면 검정이나 회색 등 무채색의 것들이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들이 사춘기를 온몸으로 통과하고 있는 어린 소년들인 만큼, 무채색 속에서도 우리는 톡톡 튀는 발랄함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시니컬한 어른인 척해도 소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천방지축함이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영화 첫 장면, 일명 길리슈트라고 불리는 밀리터리룩을 한 어린 소년이 비비탄 총을 들고 공터를 누빈다. 빈 파이프관을 여러 개 넘고, 본인이 전쟁이라도 하는 양 굴던 소년은 도로까지 나와 차를 겨눈다. 지나가는 차의 바퀴를 쏘거나 운전자를 겨누던 소년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운전자를 마주친다. 그리고 무언가 눈치 챈 듯한 소년은 그 차로 달려가고, 얼굴을 드러낸 운전자는 그 소년의 친구인 마라였음이 밝혀진다. 마라는 본인에게 다가온 소년을 헤두시라고 부르며, 현재 자신은 멀리 떠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여행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헤두시에게 마라는 단호하게 말한다. 안 돼, ?, 넌 헤두시니까. 헤두시는 마라가 단지 너여서 안 돼, 라고 말할 정도로 어리버리하고 철없는 소년이다. 그렇다면 마라는 철이 들었나? 하면 물론 그렇지 않다. 어린 소녀를 임신시켜서 도망친다고 말하는 그는 마치 본인이 어른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헤두시와 쿵짝이 잘 맞는 사춘기 소년이다.

 

겨울 비행

<겨울 비행> 스틸컷

 

렇게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는 순행적 구성을 띄는 듯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헤두시가 경찰서에서 취조 당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타임라인상 현재는 헤두시가 경찰에 붙잡힌 상황이고, 헤두시와 마라가 여행을 시작하여 도로를 달리는 장면은 시간적으로 과거에 해당하는 것이다. <겨울 비행>은 마라의 진술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여 보여주며 마라가 경찰서에 앉아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마라의 진술 속에서 그들의 여행은 마라 혼자만의 여행이 된다. 그리고 마라와 헤두시보다 나이가 많은 '바라'라는 소녀를 만난 이야기도 등장한다. 현실에서 그들은 어처구니 없는 논리로 바라와의 관계를 꿈꾸지만, 관계는 커녕 유대를 쌓기 시작할 즈음 그녀를 화나게 하여 그녀와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마라의 진술 속에서는 다르다.그는 그녀와 깊은 관계로 발전했고, 현실에서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와도 만남을 갖는다.

 

겨울 비행

 <겨울 비행> 스틸컷

 

결국은 마라의 진술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지만, 사실 우리는 모든 진실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거짓이라고 밝혀진 것이 마라의 이야기 속에서는 사실이었을 수도 있고, 사실이라고 밝혀진 것이 어떤 시각에서는 거짓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마라의 진술이, 다시 말해 그들의 여행이 진실이고 거짓이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여행 중 만난 친구 바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녀를 구해주었고, 마라가 경찰서에 잡혀갔을 때 헤두시는 주차된 자들의 경보장치를 울리게 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마라를 꺼내왔다. 이렇게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춘기의 거침없는 모습과 우정, 그리고 의리를 보여준다. 행동이나 생각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치기 어린 모습들이 일렉기타의 락 선율과 잘 어울리는 거침없는 영화, <겨울 비행>이다.

 

[씨네리와인드 김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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