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으로부터의 성장

영화 '우리들'의 우리들 이야기

임다연 | 기사승인 2020/11/19 [14:45]

'선'으로부터의 성장

영화 '우리들'의 우리들 이야기

임다연 | 입력 : 2020/11/19 [14:45]

 

  © 임다연

 

[씨네리와인드ㅣ임다연 리뷰어] '선을 넘는다'는 말이 있다. 주로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말인 즉슨,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지켜야 하고 넘어서는 안될 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어떻게 이 ‘선’을 배우게 되었을까. 영화 ‘우리들’은 선을 그리고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언젠가 아이였던 관객들은 그래서 모두, 영화의 제목대로 ‘우리들’이 된다. 영화는 우리가 그 ‘선’을 배웠던 과정을 보여준다. 

 

선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허락이다. 선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는 보여줄 수 있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그렇지 않은 모습이 있다는 말과 같다. 이선은 등장인물 중 그 경계가 가장 뚜렷하지 않은 인물이다. 숨기는 게 없이 맑고, 자신의 이야기를 새로 사귄 친구에게 공감하는 데 거리낌 없이 꺼내든다. 자신의 집에 지아를 초대하는 데도 망설임이 없다. 반면 지아나 보라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각자 가족과 성적에 스트레스 받아 우는 모습 같이 타인이 넘어서는 안될 선이 있다.

 

선이는 그 자신이 경계가 없기 때문에 그 선을 자주, 쉽게 밟는다. 선이는 다른 아이들이 지키고 싶었던 선 너머를 목격하기도 하고, 그 경계로 문을 열고 들어서기도 한다. 그런 뒤 아이들이 외면하고 싶었을 그 선을 가져와 대화를 시도한다. 영화 시작 피구 경기장에서 선을 밟아 탈락됐던 것처럼, 그래서인지 선이는 아이들과 온전히 어울리지 못하고 자꾸 겉돈다.

 

자신이 선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타인의 선에 익숙한 것은 아니다. 보라는 친구들을 주도하고 싶어서 타인의 이야기를 이용해 조롱하고, 지아는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서 이야기를 왜곡한다. 그 과정에서 와서야 선이에게는 지키고 싶은 선이 생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럴거면 왜 이야기했어’ 혹은 진실만을 이야기했다고 하며 그 선을 밟는다. 

 

서로의 선을 끊임없이 밟던 아이들은 영화의 마지막에 다시 피구 경기로 돌아온다. 팀을 나누는 방식이 아무리 무심하고 잔인할지언정, 체육시간 피구 경기의 본래 목적은 ‘놀이’이다. 팀 나누기는 그들이 영화 내내 선을 밟으며 쌓아 온(혹은 허물어 온) 관계의 가시적인 결과물이다. 선을 밟아 만든 관계가 다시금 피구 경기장에서 하나의 선을 사이에 두고 놀이의 적수로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 모습은 영화 자체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이들이 그토록 선을 밟으며 싸웠던 이유는 결국 함께 놀 친구를 얻기 위함이었다. 

 

이 때 선이의 어린 동생 윤이의 말을 가져올 수 있다. 선을 밟았다고 다시 타인의 선을 밟는다면, 이 아이들은 언제 놀 수 있을까? 윤이의 말을 듣고 벙 찐 표정을 지었던 선이는 자신과 똑같이 괴롭힘을 당하는 지아의 모습을 보며 그 말을 생생하게 체험했을 것이다. 지아가 선을 밟았다고 해서 선이도 똑같이 선을 밟고 외면한다면. 그래서 선이는 지아의 편을 들어준다.

 

영화의 마지막에 피구 경기장의 보이지 않는 선을 사이에 두고, 조금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마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왜 웃어, 넌 왜 웃어, 네가 먼저 웃었잖아, 하는 것 같은 투닥거림이 들리는 것 같다. 한차례 폭풍 같은 싸움이었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서로의 선을 배웠을 것이고, 마지막 장면처럼 이제는 그 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가는 방향으로. 그래서 이 아이들의 모습에 ‘선을 넘는다’가 아니라 ‘선을 밟는다’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다. 그 경계를 알고 넘어간 것이 아니라 모르고 밟았기 때문이고, 다시 뒷걸음질 쳐 충분히 선에서 물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그 선을 밟으면서 자라왔고, 이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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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다연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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