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층'으로 보는 뒤집힌 시선

드니 빌뇌브의 '다음 층(Next Floor, 2008)'

김유빈 | 기사승인 2020/11/20 [10:30]

'다음 층'으로 보는 뒤집힌 시선

드니 빌뇌브의 '다음 층(Next Floor, 2008)'

김유빈 | 입력 : 2020/11/20 [10:30]

 

  © 김유빈

 

[씨네리와인드|김유빈 리뷰어] '나' 혹은 '우리'가 아닌 '인간'의 삶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우리'의 삶에 대해선 고민하고, 비판하고, 재정비하며, 올바를 수 있도록 온 맘 다해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가 속한 '인간'의 삶에 대해서 우리는 어디까지 고민했을까? '인간은 지구 상 최악의 종이다' 라고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말했다. 인간은 동물이기에 본능과 욕망이 있고, 인간은 인간이기에 이성과 지능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탐욕 또한 압도적이다. 이러한 인간이 최악인 이유는, 그럼에도 인간 전체의 역사를 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대 많은 인간들은 눈 앞에 욕망에 대해 생각할 뿐, 먼 미래에 어떤 역사가 남을지 생각할 능력과 의지가 없어 보인다. 드니 빌뇌브의 '다음 층'은 이러한 인간의 현주소를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앞서 말한 인간 전체의 역사를 지켜볼 수 있는 객관적 시선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 또한 이 시선을 통해 영화를 바라보게 된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관객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끌어들인다. 첫 장면에서 종업원의 얼굴은 천천히 줌아웃되고, 우리는 그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그에 답하듯, 다시 줌인하여 종업원의 시선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특히 이러한 줌아웃은 러닝 타임 내내 반복된다. 빠르게 넓어지는 시야 덕분에, 우리는 식탁의 상황을 좀 더 잘 지켜보고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두 가지 탐욕을 보여준다. 인간의 탐욕으로 다른 종의 동물과 생태계를 파괴되는 것. 그리고 인간의 탐욕으로 만들어진 계급 사회. 영화는 다양한 미장센과 캐릭터들로 이러한 탐욕을 나타낸다. 또한 현재 인간이 탐욕에 의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는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개념을 반대로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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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Floor’. 본래 우리에게 다음 층은 위층이다. 하지만 영화의 다음 층은 아래층이다. 왜 다음 층은 아래층이 되었을까? 탐욕스러운 인간은 대개 위로, 더 위로 올라가길 바란다. 그리고 혹은 이미 올라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상 그들은 탐욕에 의해 추락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그리고 인물들이 아래층으로 추락할 때마다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이들이 추락하는 모습은 항상 와이드한 샷 사이즈로 보여준다. 이때 시점 또한 객관적이다. 추락하는 식탁 위 누군가의 시점은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이를 통해 관객에게 제 3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음식을 먹는 사람과 음식을 대령하는 종업원의 관계 또한 흥미롭다. 이들의 모습은 계급 사회를 나타낸다. 하지만 식탁이 추락했을 때, 오히려 종업원들이 이들을 내려다본다. 이때 종업원을 앙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본래 계급 사회와 달리 뒤집힌 구도이다. 식탁 위 인간들은 부와 신분으로 에 있었을지 몰라도, 누군가의 눈에는 반대로 탐욕으로 인해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먼지투성이가 된다. 영화 초반부에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음식. 먼지는 이 음식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든다. 파괴된 생태계를 상징했던 음식은, 결국 음식 같지 않은 모습으로 뒤바뀐다. 후반부에 식탁이 끝없이 추락하는 장면처럼, 인간은 무한한 탐욕에 지배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자신들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이것이 먼지인지, 음식인지. 지금 자신들이 어떤 짓을 벌이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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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영화의 시선은 뒤집힌다. 첫 장면에 종업원의 시선은 식탁을 향했고, 마지막 장면에 그 시선은 역으로 우리를 향한다. 러닝타임 내내, 우리는 종업원과 같은 시선으로 식탁을 바라보고, 그러면서 어떤 관객은 혐오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또 어떤 관객은 탐욕적인 그들의 모습에 진저리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종업원과 눈을 마주칠 때, 비참한 인간의 현주소를 지켜보던 우리는, 순식간에 다시 개인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앞서 물었지만, 다시 한번 묻겠다. 영화와 함께 묻겠다. 우리가 속한 인간의 삶에 대해서 우리는 어디까지 고민했을까? ‘인간의 삶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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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빈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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