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명화를 보는 듯한 영화, ‘포르투갈 여인’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평화로움과 지루함, 그 경계에 선.

김진하 | 기사입력 2019/05/13 [13:37]

한 편의 명화를 보는 듯한 영화, ‘포르투갈 여인’ [Jeonju IFF]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평화로움과 지루함, 그 경계에 선.

김진하 | 입력 : 2019/05/13 [13:37]

포르투갈 여인

<포르투갈 여인> 포스터

<포르투갈 여인>은 로베르트 무질의 고전을 번안한 작품으로, 포르투갈 현대영화를 대표하는 히타 아세베두 고메즈의 2018년작 영화이다. <포르투갈 여인은>은 말 그대로, 한 편의 명화를 보는 듯한 영화이다. 영화가 명화 같다, 함은 영상미가 굉장히 뛰어나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스토리에서 긴박감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포르투갈 여인>은 영화 전반적으로 시각적으로는 정적인 화면을, 청각적으로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나 모닥불이 타는 소리를 제공하는 등 자극적이지 않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자극적인 부분이 있다면 미적 자극을 일으킬 수 있는 보색 대비가 눈에 띄는 색감의 구성이나 전쟁광인 폰 케텐의 특성 상 드러나는 전쟁 혹은 살생에 대한 이야기 정도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해한 것들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흥미로운 스토리나 속도감 있는 전개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뛰어난 영상미와 그 평화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당연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임도 분명하다.

이러한 지루함을 해소시키기 위함인지, <포르투갈 여인>에는 뮤지컬처럼 중간중간 노래가 삽입된다. 이러한 노래들은 군중들이 떼로 부르는 형태로 등장하기도 하고, 주인공이나 등장 인물들이 부를 때도 있으며 극중 등장하는 인물이 아닌 누군가가 부르는 경우도 있다. 독일어기도 하고 포르투갈어기도 한 노래들은, 영화 중간중간 삽입되어 집중을 환기시킴과 동시에 노래하는 장면이 연극이나 뮤지컬의 해설 같은 인상도 준다. 대체적으로 움직임이 없는 시야와 정적인 장면들 사이에서 이러한 요소들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어떠한 그림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임을 상기시켜주는 듯하다.

포르투갈 여인

<포르투갈 여인> 스틸컷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아주 단순하다.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고 어떠한 반전도, 그에 따른 복선도 존재하지 않는 내용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의 폰 케텐은 포르투갈에서 신붓감을 찾고, 그녀와 신혼여행까지 다녀온다. 하지만 엄청난 전쟁광인 그는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주교를 물리치러 전장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 남편을 부인이 10년간 기다리는 내용이다. 본인을 기다리지 말고 고향인 포르투갈로 돌아가라고 포르투갈 여인에게 말하지만, 그녀는 신랑이 없는 성에서 10년 동안 그를 기다린다.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과 대비되는 푸른 방에서, 그리고 그 푸른 방을 포함한 성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부인의 시시콜콜한 삶의 모습들이 영화에 담긴다. 대부분의 시간을 그녀는 시녀와 사촌들과 함께 보내고, 예술 창작에 몰두하며 평화롭게 지낸다. 마지막에는 10년을 기다린 영주와 재회하는 데에 성공하지만, 기력이 쇠하고 정신적으로 강박을 겪는 영주에게 그녀가 10년 전에 느끼던 사랑을 그대로 느끼는지는 의문이 든다. 여인이 사랑으로 키우던 늑대를 죽이고 그 가죽을 벗겨놓은 영주에게 그녀는 저주의 말을 퍼붓기도 한다.

내용만 봤을 때는 사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분명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그 하고 싶은 말을 파악하는 것이 이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10년 동안 전쟁에 미친 배우자를 기다리면 안 된다, 라는 교훈을 주려는 것도 아닌 듯하고, 그저 성 안의 생활은 이렇습니다, 하고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에도 그 생활은 굉장히 단편적이다. 결국 이러한 형태의 영화를 내놓은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136분이나 되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스크린을 하나의 액자처럼 사용하여 뛰어난 영상미를 담아낸 영화가 있다. 이것으로 <포르투갈 여인>의 의미는 충분한 것이 아닐까.

[씨네리와인드 김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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