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역사 영화 모음

[오늘의 영화] 3탄

유지민 | 기사입력 2019/05/15 [09:53]

[오늘의 영화] 역사 영화 모음

[오늘의 영화] 3탄

유지민 | 입력 : 2019/05/15 [09:53]

한국에서 아직도 ‘역사’라 하면, 년도를 외우거나 전쟁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위대한 영웅들을 추앙하는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역사는 과거의 사람들이 살아간 삶을 특정한 역사적 사건만을 위해 수단으로써 맞춰보는 일이 아니라, 존엄한 인간 한명으로 인정받기 위해 내외적으로 의미를 찾았던 치열한 과정을 살펴보는 일이다. 이를 알고 내 안에 있을 잠재성의 실마리를 찾을 때, 역사가 우리의 삶에 들어오게 되고 그때야 비로소 ‘역사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수많은 감독들과 각본가들은 역사적 사건을 이용해 영화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저마다 가졌을 각기 다른 사정들은 무시한 채, 승리자와 희생자로만 나누어 이분법적으로 구조를 짠 후 희생자의 서사를 통해 눈물을 짜내는 신파극은 역사극에 있어 최악의 독이다. 이번 오늘의 영화에서 소개할 4개의 역사 영화는 역사를 단순히 국가의 정치와 동일시하지 않고, 그 시대 안에서 살아갔던 인간에 집중해 다각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보게 해주는 수작들이다. 4개의 작품들은 구조 속에서 ‘특정한 일’을 하도록 선택되거나 혹은 버려진 개인들의 모습을 담담히 따라가는 방식으로 역사를 담아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 영화 '퍼스트 맨' 포스터     © 네이버 영화

 

1. 퍼스트 맨 (2018) / 장르 : 드라마, 역사
<위플래쉬>와 <라라랜드>의 감독으로 유명한 데미안 셔젤의 세 번째 작품이다. 겉으론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대작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닐 암스트롱’의 자전적 경험이 담긴 휴머니즘 영화이다. 따라서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같은 우주적 체험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퍼스트 맨'은 냉전이라는 거대한 울타리 속에서 달착륙에 집착했던 미국 역사의 단면을 감각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그 중심에 있던 ‘닐 암스트롱’이라는 한 인간을 조명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닐 암스트롱은 ‘달에 간 최초의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미국 역사의 영웅이었지만 실제 삶은 훈련과 실전에서 친한 동료를 다수 잃었고, 딸까지 어린 나이에 자신 곁을 떠난 비극의 연속이었다. ‘퍼스트 맨’은 우주라는 새로운 공간을 통해 떠나간 누군가를 마음에서 비로소 놓아준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데미안은 전작 <위플래쉬>,<라라랜드>에서 빠른 템포로 이야기를 전개해낸 것과는 달리 ‘퍼스트 맨’은 비교적 정적이고, 느린 호흡으로 표현해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최초로 달에 간 인간인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 그 이상을 보여주는 퍼스트 맨. 무언가를 상실한 당신의 마음 한 켠을 위로해 줄 역사영화라 자부할 수 있다.

 

▲ 영화 '패왕별희' 포스터     © 네이버 영화


2. 패왕별희 (1993) / 장르 : 로맨스, 드라마, 역사
중국 경극을 소재로 한 예술영화로, 격변의 중국 현대사를 주인공들과 함께 써 내려간다. 본래 '패왕별희'는 "초나라 패왕 항우가 우희와 이별하다."라는 뜻으로, 영화 '패왕별희' 또한 항우와 우희의 비극적인 죽음을 담고 있는 고사를 바탕으로 하는 경극 작품이며, 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이자 곧 영화의 제목이다. 한 줄의 역사 서술을 이용해 3시간의 풍부한 서사를 풀어낸 명작으로, 1993년 제 46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다. 장국영은 그 전까지 여러 홍콩 액션영화 배역을 통해 굳혀진 열혈 청년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가, ‘패왕별희’ 속 데이 그 자체였던 연기를 통해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고 홍콩을 대표하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우뚝 올라서게 되었다. 우희와 패왕의 역할이 곧 자신의 인생이 되어 서로를 사랑하기까지 하게 된 두 남자의 이야기도 이 영화의 큰 감상요소이지만, 패왕별희의 진가는 중국 문화대혁명을 통해 고통받던 당시 경극, 즉 예술에 대한 탄압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는 데에 있다. 거대한 역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개인들은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 폭력과 선동으로 얼룩졌던 중국 질곡의 역사 속에서 자신보다 자신의 배역을 더 사랑했던 참예술가들을 장대하고 비극적으로 그려낸 영화, ‘패왕별희’다.

 

▲ 영화 '몽상가들' 포스터     © 네이버 영화


3. 몽상가들 (2003) / 장르 : 드라마

대학 교수와 정부의 권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정치무대에 처음으로 페미니즘을 거론하며 성 해방을 외치던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했던 1968년의 프랑스 파리. ‘몽상가들’은 이를 배경으로, ‘6·8 혁명’에 가담하던 이사벨과 테오라는 한 남매를 우연히 만나게 된 미국인 유학생 매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부모가 휴가를 떠난 이사벨과 테오의 집에서 한 달간 지내게 된 매튜는 영화와 음악, 책, 혁명 등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며 특별한 추억을 쌓는다. 발칙하고 자신의 취향에 있어 솔직한 남매의 영향을 받아 숫기없던 매튜는 점점 열정적인 청년으로 변해가게 되고, 이사벨과의 사랑도 싹트게 된다. 몽상가들은 큰 교훈을 전하는 영화는 아니다. 감동을 바라고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과 파격적인 연출로 인해 당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몽상가들’의 감독인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는 6·8 혁명 시기의 청년들이 자유를 맘껏 분출하던 행동을 가감없이 표현하고자 했고, 그를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데에만 집중했다.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와 함께 등장하는 마지막 엔딩은 젊음의 광기를 ‘후회하지 않았던’ 당시 프랑스 청년들을 잘 표현해낸 결말로써, 영화 전체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 영화 '쉰들러 리스트' 포스터     © 네이버 영화

 

4. 쉰들러 리스트 (1993) / 장르 : 드라마, 역사, 전쟁
마지막 영화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이다. 제목 ‘쉰들러 리스트’는 주인공 쉰들러가 유대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기 위해서 작성했다는 명단 9개에서 따왔고, 자기 이익을 위해 유대인들을 고용했던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가 1,100여명의 유대인들을 구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다룬, 러닝타임 3시간에 달하는 대작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빨간 코트를 입은 소녀’ 장면은 2019년이 된 현재에도 최고의 연출로 회자되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이다. 고통받던 유대인들에 대한 세심한 연출과 흑백영화를 이행한 모험, 그리고 긴 러닝타임을 끌고가는 묵중한 몰입감을 인정받아 당시 199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상격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쉰들러 리스트’는 나치 독일의 악행과는 반대되는 오스카 쉰들러라는 인물을 내세워 권력이 올바르게 작용할 때를 부각함으로써, 냉혹하고 어두운 현실을 끝내 밝혀내는 작은 촛불을 통해 성선설에 대한 스필버그의 믿음을 보여주었다. 참혹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희생당해야 했던 이들에 대한 추모로서, '쉰들러 리스트'는 역사 영화계의 모범답안으로 여전히 살아있다.

[씨네리와인드 유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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