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아닌 인간 노무현의 정신을 조명하다, '물의 기억'

[프리뷰] 영화 '물의 기억'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5/16 [18:44]

정치인 아닌 인간 노무현의 정신을 조명하다, '물의 기억'

[프리뷰] 영화 '물의 기억'

김준모 | 입력 : 2019/05/16 [18:44]

▲ <물의 기억>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고(故)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 대한민국에 유행했던 말이 있다. 바로 '웰빙'이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뜻하는 웰빙은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닌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이야기한다. 당시 일부 언론과 여론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무능하고 형편없는 대통령'으로 포장하였지만 건강하게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할 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이 높은 생활수준을 영위한 시기였다.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간 고 노무현 대통령은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어릴 때 가재 잡던 마을을 복원시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것"이라 말하며 오랜 숙원인 친환경 생태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고향 봉하마을에서 시작된 친환경 상태 사업 중 대표적인 것이 생명 농법이다. 비료로 인한 토양 산성화와 농약의 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료 대신 퇴비를, 농약 대신 오리나 우렁이 같이 살아있는 생명을 활용해 해충을 없애고 농작물을 길러내는 방식을 택해 깨끗한 흙과 물을 통한 생태계 순환을 도우며 바른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생명 농법이다.

 

2012년 <위대한 비행>으로 관객들과 만났던 진재운 감독은 정치인이 아닌 인간 노무현의 정신이 담긴 초밀착 친환경 다큐멘터리 <물의 기억>을 통해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억한다.

 

봉하마을의 사계절, 생명농법, 그리고 노무현

 

봉하마을의 생명농법과 사계절을 담아낸 <물의 기억>은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된다. 첫째는 50년 전 '소년' 노무현을 연상시키는 아이의 등장이다. 들판 위를 뛰어 놀며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아이의 해맑은 모습을 통해 삼시세끼 먹고 사는 문제는 있었지만 먹거리의 유해성을 고민하지는 않았던 시절을 보여준다.

 

물에 비친 아이의 얼굴 뒤편으로 보이는 밀짚모자를 쓴 남성의 모습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둘째는 봉하마을로 내려간 노 전 대통령이 후손들을 위해 실시한 생명농법이다.

 

▲ <물의 기억>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생명농법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는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촬영한다. 부감샷으로 담아낸 봉하마을의 전경과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논에 사는 생명체, 그러니까 동물과 식물의 모습까지 담아낸 것이다. 싹을 틔우는 씨앗의 모습부터 알을 낳는 우렁이의 모습, 개구리의 커다란 두 눈과 논 안에 사는 물고기의 모습까지 세세하게 담아낸다. 다큐멘터리의 장면 중 주제의식과 연결되는 두 장면이 황새가 등장하는 장면과 거미와 사마귀가 싸우는 장면이다. 

  

천연기념물 제 199호 야생 황새가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장면은 황새가 자주 출몰한다는 곳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초소형 카메라의 레코딩 시간이 60분이라 그 안에 황새가 나타났어야 했는데, 기적 같이 50분이 되는 순간 출몰하였고 덕분에 미꾸라지를 잡아먹는 장면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거미와 사마귀의 결투 장면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다른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집중하던 중 다른 카메라에 찍힌 것이라고 한다. 

  

감독은 이 두 장면에서 자연이 주는 기적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이 장면들이 작품의 주제의식과 연결되는 이유는 '물'에 있다. 물에는 순환성이 있다. 물은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게 아닌 끊임없이 순환하며 자연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 이런 순환은 삶과 죽음, 자연의 섭리와 연결되어 있다. 

  

자연을 통해 '인간 노무현' 담아낸 다큐멘터리

 

어찌 생각하면 잔인할 수 있고 이 작품이 보여주는 생명농법과 거리가 멀어 보일 수 있는 먹고 먹히는 생태계의 모습은 물이 지닌 자연의 섭리인 순환성, 그리고 모든 생명체에 부여하는 생명력과 연관이 있다. 말라버린 논에 물을 부으면 다시 생명체가 살아나듯, 물은 땅에 생명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런 물의 순환 속에서 생명들은 삶을 경험하고 죽음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물은 모든 생명체의 몸에 흐르기에, 탄생과 죽음의 순간에 있어 필연적인 요소다.

 

▲ <물의 기억>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은 물의 순환성에 주목하며, 물이 생명의 모든 기억을 간직한 존재라고 보았다. 물이 흐르기에 모든 생명이 멈추는 겨울을 지나 봄이 온다. 이런 순환은 후손에게 과거의 깨끗한 자연을 물려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물에 간직된 기억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이 작품은 말한다. '작은 것을 크게 찍고 싶었다'는 진재운 감독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연이 지닌 경이로운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런 감독의 자세는 곧 '노무현 정신'과 연결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명농법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는 모든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해 고민하였고 이런 고민은 생명농법으로 연결되었다. 가장 작은 존재인 국민 개인을 크게 바라보며 그들을 위한 정치를 펼쳤던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은 단순히 정치에만 머물러 있지 않은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 작품은 '정치인 노무현'이 아닌 대한민국을 바꾸려고 한 '인간 노무현'의 한 단면을 자연을 통해 담아낸 뜻 깊은 다큐멘터리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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