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배경의 여름에서 내일이 없을 것 같은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면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드라마 '위 아 후 위 아'
[씨네리와인드|김세은 리뷰어] 12월 왓챠가 ‘#헐왓챠에’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들여왔다. 차후 <1917>, <나이브스 아웃> 등 극장가를 강타했던 강력한 영화들을 프로젝트에 들여올 것으로 예고하면서, 왓챠는 현재 몸집을 키우려 노력 중이다. 그런 그들이 최근 HBO와 독점 계약을 맺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첫 드라마 <위 아 후 위 아(We are who we are)>를 11월 25일 공개했다. 제작부터 큰 관심을 받은 <위 아 후 위 아>를 한국에서 정식으로 볼 수 있는 창구가 드디어 생긴 것이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2018년 국내 극장가에 등장해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며 2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감독이다. <위 아 후 위 아>가 바로 그 후속작이니, 이에 관한 관심은 지대할 수밖에. 이런 기대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는 같은 결을 유지하면서도,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며 자연스레 충족되었다. 이번엔 어떤 독특함으로 무장되어 있을까, 그 관전 포인트를 한번 짚어봤다.
“푸릇한 이탈리아의 여름과 신비로운 피아노 선율”
향긋한 풀 냄새가 전해져 오는 듯한 이탈리아의 여름을 느끼고 싶을 땐 언제나 ‘루카 구아다니노’의 작품을 찾는다. 이탈리아 태생인 그는 고향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가장 잘 담아내는 감독이 아닐까 싶다. 이번 작품 <위 아 후 위 아>는 이탈리아의 미군 기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 카메라에 담기는 대부분의 문화는 미국의 것이지만, 곳곳에서 보이는 이탈리아의 자연과 항구, 형형색색의 건물들과 쨍한 햇살은 마치 그곳에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그의 작품 하면 생각나는 것은 어디로 튈지 모르게 자유롭고 신비로운 피아노 사운드트랙이다. 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는 ‘류이치 사카모토’와 ‘수프얀 스티븐스’의 선율을 빌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감정선을 이끌어 갔다면, 이번엔 밴드 ‘블러드 오렌지’의 ‘데브 헤인즈’의 손을 잡았다. 그는 자유로운 피아노 선율 위에 점점 증폭되는 듯한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덧붙여 마치 여린 잎이 속삭이는 듯한 몽환적 느낌을 줬다.
그러한 음악은 또한 등장인물들의 혼란스러운 심정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두 주연 ‘프레이저’와 ‘케이트’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10대 청소년들이다. 아직 뭐가 좋은지, 뭐가 되고 싶은지 알 수 없고, 부딪혀 봐야 하는 때이다. 이러한 그들의 심리적 혼란기를 묘사하는 데 음악이 큰 역할을 주도했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나를 찾아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 등 그가 연출했던 영화 속 캐릭터들은 모두 혼란스러운 감정선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선 ‘엘리오’가 ‘올리버’를 보고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엘리오’는 이전에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고, 게다가 상대가 남자라는 이유로 더욱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것이 그의 표정으로, 엉뚱한 행동들로 영화에서 나타난다.
드라마 <위 아 후 위 아>는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이를 특정하게 정의하고 싶지 않은 틴에이저 성장기이다. “나는 바로 나 자신이다”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것이 캐릭터들이 가진 전제이자, 그들이 찾고 싶어 하는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미군 기지 내 틴에이저가 아닌 성인들은 과연 본인이 누구인지 찾았을까? 아마 정체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평생 찾아가야 할 숙제와 같은 것이다. 혹은 굳이 정의내리지 않더라도, 나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그걸 지키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이탈리아 내 미군기지로 축약한 미국 사회의 민낯”
<위 아 후 위 아>는 정치, 군사, 동성애, 여성혐오 등 미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 관계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트럼프와 힐러리의 2016년 대선, 아프가니스탄 파병, 다양하게 등장하는 소수자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등을 대치하여 미국의 현주소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놓고 있다.
“월리를 찾아라”
<위 아 후 위 아>에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끔 하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우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팬들이 기다리던 ‘티모시 샬라메’와 ‘아미 해머’의 카메오 출연. ‘티모시 샬라메’는 지나가는 학생 중 한 명으로, ‘아미 해머’는 급식 배식원으로 나온다고 한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 지나친다고 하니,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한다.
또 다른 즐거움은 ‘티모시 샬라메’의 우상, 래퍼 ‘키드 커디’가 비중 있는 조연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여주인공 ‘케이트’의 아버지 역할로 나오며, 극 중 긴장감을 유도하는 역할 중 하나이다.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딸, ‘프란체스카 스콜세지’도 출연한다. 그녀는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상을 받을 때, 아버지가 상을 탄 것보다 기쁘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국내에서 유명하다. 그동안 아버지의 여러 영화에 출연하면서 연기 경력을 쌓아온 그녀는 여기서도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남주인공 ‘프레이저’ 역할은 <그것(it)>과 <샤잠!>으로 유명세를 탄 ‘잭 딜런 그레이저’가 맡았으며, ‘티모시 샬라메’와 비슷한 마스크를 지녔지만 그와는 결이 다른 연기로 극을 제대로 이끌어 갔다. 여주인공 '케이트' 역할을 맡은 ‘조던 크리스틴 시먼’은 이번이 첫 연기 데뷔이지만, 신비로운 분위기의 마스크로 극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다. 이 두 주인공이 입고 나오는 패션 또한 단연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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