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금지를 말하는 이 영화, 시대착오적인 걸까

[프리뷰] '언플랜드' / 12월 1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2/04 [17:48]

낙태 금지를 말하는 이 영화, 시대착오적인 걸까

[프리뷰] '언플랜드' / 12월 1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12/04 [17:48]

 

▲ '언플랜드' 포스터  © (주)영화사 오원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지난 번 기사를 쓴 '머리카락'은 굉장히 진보적인 영화였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억압을 넘어서 화장과 머리카락 길이까지 모두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한 억압의 상징이라 보고 이를 거부하는 내용을 다뤘다. 페미니즘, 동성애, 흑인 인권 등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런 이슈들을 하나로 합쳐 PC주의라 부른다. PC주의는 Political Correctness의 약자로 정치적 올바름을 의미한다. 모든 차별에 반대하자는 주장에서 쓰이는 말이다.

 

PC는 미국과 같은 다민족국가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PC가 유행하게 된 후 미국 사회는 곳곳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이 진통을 긍정적으로 보자면 올바른 변화라 할 수 있겠지만, 나쁘게 보자면 또 다른 전체주의의 시작이다. 인터넷을 통해 PC의 가치만을 우선으로 내세우며 이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면 그 논리와 상관없이 공격의 대상이 된다. 이는 영화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언플랜드의 미국 영화 사이트 평점을 보면 정말 낮다. 이 영화의 단조로운 구성과 주인공 애비의 시점을 지나치게 빌리면서 호기심을 떨어뜨리는 전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낮은 평점을 받을 이유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그 이유는 평에서 찾을 수 있다. 낮은 평점과 함께 이 영화는 프로파간다 영화다라는 평이 많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생명운동가 애비 존슨의 동명의 회고록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 '언플랜드' 스틸컷  © (주)영화사 오원

 

애비 존슨은 8년을 미국 최대 낙태 클리닉 가족계획연맹에서 활동했다. 우수직원상을 수상할 만큼 성실하게 상담업무를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진로가 서지 않았던 애비 존슨은 위기에 처한 여성들을 돕는다는 말에 가족계획연맹에서 일을 시작한다. 낙태가 여성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그녀 역시 두 번의 낙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애비는 학부시절 건실하지 못한 남자와 어울리다 두 번이나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남자는 아이를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았고, 그와의 악연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기에 애비는 낙태를 선택해야 했다. 그녀가 기억하는 낙태는 고통이다. 그 쉽지 않은 과정을 알기에 이곳을 향한 여성들에게 용기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인원부족으로 수술실에 들어간 그녀는 끔찍한 경험을 한다. 초음파로 보이는 아이의 형상이 낙태수술로 서서히 잘리는 모습을 보면서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

 

애비의 변화를 이끈 건 그녀의 가족과 매번 센터 밖에서 기도를 드리던 생명운동가 메릴리사와 숀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애비의 가족들과 죽은 태아들을 위해 기도하며 애비를 설득하는 숀과 메릴리사는 변화를 이끌어낸다. 작품은 태아 역시 생명이기에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낙태의 핵심은 생명권의 문제다. 태아를 생명으로 보느냐 마느냐에 따라 낙태죄로 인한 처벌이 결정된다.

 

▲ '언플랜드' 스틸컷  © (주)영화사 오원

 

우리나라 법의 경우 강간 또는 산모가 위험한 경우가 아니라면 낙태를 불법으로 보고 있다. 최근 여성계의 낙태죄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헌법재판소는 법을 개정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몇 주 내의 낙태만 허용할지, 아니면 전면폐지를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남아있다. 낙태 문제에 있어 여성계는 진보적인 입장이고 기독교계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보수적인 입장을 다룬 영화가 된다. 기존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황정민 주연의 국제시장이 보수적인 색체를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평론가들에게 비판을 당한 거처럼, ‘언플랜드역시 프로파간다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 OECD 35개국 중 낙태를 허용한 국가는 25개 국가다. 그럼에도 낙태는 여전히 사회적인 화두다. 태아를 생명으로 보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걸려 있다. 아직 무엇이 옳고 그른지 결정되지 않은 문제를 무조건적인 프로파간다로 몰아가는 것이 더 문제라는 생각이다.

 

머리카락처럼 언플랜드역시 모두에게 환영받을 영화는 아니다. 논쟁이 되는 문제를 다뤘고 한쪽의 주장이 담긴 회고록을 기반으로 했기에 편향된 주장이 담겼다. 차우셰스쿠 독재 하에 낙태가 금지되었던 루마니아의 이야기를 다룬 ‘4개월 3.. 그리고 2을 생각할 때 이 작품의 주장이 시대착오적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페미니즘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간극이 느껴지는 영화가 다수 등장하지 않을까 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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