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이', 빌런 소년은 어째서 얼굴을 공격했는가

[프리뷰] 이것은 슈퍼히어로인가 호러인가, '더 보이' / 5월 23일 개봉 예정

김재령 | 기사입력 2019/05/20 [11:00]

'더 보이', 빌런 소년은 어째서 얼굴을 공격했는가

[프리뷰] 이것은 슈퍼히어로인가 호러인가, '더 보이' / 5월 23일 개봉 예정

김재령 | 입력 : 2019/05/20 [11:00]

 

▲ (좌) 슈퍼맨의 탄생을 그린 영화 '맨 오브 스틸', (우) 빌런의 탄생을 그린 영화 '더 보이'     ©네이버 영화

 

 "흉악범의 가정은 불우했고, 학창 시절에는 교우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론에서 잔혹한 사건이 보도되면 우리는 범인이 어떠한 환경에서 자랐는지 관심을 갖는다. 악한 환경에서 자라면 악인이 될 확률이 높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5월 23일에 한국 개봉을 앞둔 영화 '더 보이'는 세상의 이러한 상식을 뒤집어 놓는다. 영웅의 대명사인 슈퍼맨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브랜든'은 빌런이 되었다.

 

슈퍼맨과 브랜든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가

▲ 영화 '더 보이' 스틸 컷     ©네이버 영화

 

 '농장을 운영하는 부부가 우주에서 내려온 아기를 거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부부는 아들에게 남다른 초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는 널리 알려진 슈퍼맨의 탄생 스토리인데, 브랜든의 출생 역시 이러한 서사를 공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브랜든도 슈퍼맨처럼 강철 같은 신체와 빛처럼 빠른 초고속 비행 능력, 심지어는 두 눈에서 뿜어내는 히트 비전까지 지니고 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슈퍼맨 영화의 공식을 따랐기에 브랜든도 영웅으로 거듭날 여지가 있었으나 그는 빌런이 되었다.

 

 이 영화의 장르가 '호러'로 분류가 된다면 가장 큰 이유는 부모가 사랑을 듬뿍 줬는데도 아들이 악인이 되어 부모마저 위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태생부터 악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면, 자라는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성품이 선한 방향으로 교정될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해 이 영화는 만들어진 걸까.

 

슈퍼맨과 브랜든은 누구와 싸우는가

▲ 영화 '더 보이' 스틸컷     ©네이버 영화

 

 슈퍼맨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악한 존재와 싸운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반면에 무고한 시민을 죽여 나가는 브랜든은 빌런 그 자체다. 브랜든의 첫 범행은 평소에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소녀의 손을 부러뜨리면서 시작된다. 어른들은 그의 정신 상태에 이상이 있다고 말하며, 상담사도 행정 절차에 따라서 상담 내용을 보고해야 하니 빨리 잘못을 뉘우치라고 닦달한다.

 하지만 사실 소녀는 브랜든의 남다른 능력을 알아보고는 그를 변태라고 칭했고, 브랜든은 이에 분개하여 화를 주체하지 못했던 것이다. 브랜든은 열두 살 생일을 맞아 발현되기 시작한 초능력 때문에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어른은 없었다.

 

 브랜든이 단순히 남을 해치는 걸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건 얼굴에 상처를 내는 행위에서도 알 수 있다. 브랜든에게 공격당한 어른들은 얼굴, 특히 눈과 입에 상처를 입는다. 영화는 고어 장르의 연출 요소를 동원해서 처참하게 망가진 눈과 입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얼굴일까. 우리는 누군가의 모습을 생각할 때 머릿속에서 제일 먼저 얼굴을 떠올린다. 얼굴은 사람에게 있어서 정체성으로 통용된다. 브랜든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한 어른들의 정체성을 파괴함으로써 일종의 보복을 하는 것이다. 또, 눈과 입은 타인과 소통을 할 때 쓰이는데, 이러한 요소들을 망가뜨린다는 건 브랜든과 어른들이 소통이 단절되었음을 보여준다.

 

슈퍼맨과 브랜든은 어떤 옷을 입는가

▲ 영화 '더 보이' 스틸컷     ©네이버 영화

 

 슈퍼맨의 원작 만화에서는 부모가 아들에게 직접 슈퍼맨 복장을 만들어준다. 슈퍼맨의 탄생을 그린 영화 '맨 오브 스틸'에서는 부모가 아들에게 능력을 자제하라고 조언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아들에게 특별한 힘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주려고 노력한다.

 

 브랜든의 경우에는 초능력을 쓸 때 입을 복장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었다. 제작진은 누가 봐도 10대 소년의 서툰 솜씨로 만든 느낌이 나와야 했기에 디자인을 단순하게 고안했다고 밝혔다. 또, 슈퍼맨과 달리 브랜든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얼굴을 한 사람의 정체성의 상징으로 본다면, 복면은 남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브랜든의 상황을 대변한다. 브랜든이 직접 만든 복장은 그가 남다른 정체성을 가족의 도움 없이 홀로 고민한 흔적이다.

 

▲ 영화 '더 보이' 스틸컷     ©네이버 영화

 

 물론 브랜든의 부모님은 좋은 사람이다. 특히 엄마 '토리'는 아들이 선하다고 끝까지 믿으며 지극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은 브랜든이 남다른 존재라는 걸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부부는 브랜든의 침대에서 여성의 노출 사진과 인간의 내장 사진을 발견하지만, 여느 부모처럼 틀에 박힌 성교육만을 할 뿐이다.

 브랜든이 자신이 누구냐고 묻자, 토리는 "너는 내 아들이야."라고 말한다. 언뜻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감동적인 장면이지만, 브랜든은 자신에게 남다른 힘이 있다는 걸 깨닫고 혼란에 빠진 상태였기에 이에 대한 대답이 필요했다. '내 아들'이 아닌 '브랜든'이라는 한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던 것이다.

 

 브랜든이 사람을 해친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들이 선하다고 믿는 토리의 모습은 처음에는 감동적으로 보이다가 나중에 가면 답답해지기 시작하며 마지막에는 기괴하게 보인다. 우리 사회는 어머니를 완전한 존재로 보면서 부모라면 자식을 끝까지 믿어야 한다고 강요한다. 그러나 영화는 부모에게 있어서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토리가 되고 싶었던 건 '브랜든의 엄마'가 아닌 '한없는 모성애를 지닌 완벽한 어머니상'이었을 뿐이다.

 

▲ 영화 '더 보이' 스틸컷     ©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의 설정을 공포 영화 플롯에 담은 '슈퍼히어로 호러'로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필자는 이 영화의 장르를 남다른 정체성으로 고민하지만 사회와 가정에서 고립되고 마는 소년의 '성장 영화'로 보고 있다. (사람을 죽이는 빌런으로 성장하니 결코 바람직한 성장 방향은 아니지만) 브랜든에게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은 '호러'였으며, 그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사회의 차가운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슈퍼히어로'가 필요했다.

 

[씨네리와인드 김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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