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평범하게 사는 게 스파이의 임무라면?리뷰|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2006)
거북이가 느리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사실 거북이는 원래 빨리 헤엄치는 존재이다. 우리가 의식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도 거북이와 같은 것은 아닐까. 타인이 보기에는 무언가를 하는 둥 마는 둥 보여도, 사실은 치열하게 나아가고 있는 것이 거북이와 닮은 것 같다.
‘스즈메’는 스파이 교육을 받기 위해 쿠기타니 부부와 함께 식당에 간다. 그곳에서 하는 교육은 바로 ‘종업원이 쉽게 까먹을 만한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었다. ‘스즈메’는 고민 끝에 라자냐를 주문하지만, 종업원은 쿠기타니 씨의 메뉴를 까먹어 버린다. 그 장면에서 ‘스즈메’는 거의 처음으로 다른 사람이 그의 존재를 인식하고, 처음 경험한 일에 그는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그는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친구인 ‘쿠자쿠’는 다른 사람들에게 늘 눈에 띄고 앞서나가는 사람이었다. 그 둘이 고등학교 시절 가방에 붙인 스티커에서부터 둘은 달랐다. 분명 같은 나이에, 같은 동네에 살았음에도 ‘쿠자쿠’에 비해 너무도 어중간한 자신을 비교한다. 우리는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는 이상 내가 그렇게 튀지 않는지, 우수하지 않은지 모른다. 나와 다른 속도로 나아가는 누군가를 보면서 내가 뒤처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비범한 것이라고 이야기해준다.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스파이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단순 반복되던 일상도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앞질러 가고 있다고 해서 내가 나아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는 천천히 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나만의 속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은 어떨까? 남이 아닌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내 일상도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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