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과 시선을 통해 청소년기를 말하다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김예지 | 기사입력 2019/05/22 [10:30]

행동과 시선을 통해 청소년기를 말하다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김예지 | 입력 : 2019/05/22 [10:30]

 

▲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포스터     © (주)마운틴픽쳐스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라는 영화 제목은 ‘키리시마’라는 인물이 주인공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등장인물들은 모두 ‘키리시마’라는 학생을 언급한다. 키리시마는 내내 등장인물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을 그만둔다.’는 소식으로부터 모든 인물들의 행동과 영화 전체의 스토리라인이 파생된다. 키리시마의 소식을 들은 학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반응하고, 행동하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한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까지 키리시마는 등장하지 않는다. 끝나기 직전까지도 키리시마는 등장하지 않다가 종반에 가서야 “키리시마가 학교에 왔대!”라는 말, 그리고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는 실루엣을 통해 등장할 뿐이다. 관객은 끝까지 키리시마의 얼굴을 볼 수도 없고, 그가 동아리 활동을 그만둔 명확한 이유를 본인의 입으로 듣지도 못 한다. 결국 마지막까지 주인공은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에서는 명확하게 설명되는 감정이나 의도가 없다. 모든 것은 미묘한 시선, 사소한 행동,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만 드러난다. 진로에 대한 고민, 짝사랑하는 남학생의 눈에 한 번이라도 띄기 위한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지만 눈길을 끄는 행동, 꿈을 진지하게 쫓는 아이들을 비웃는 적당히 친한 친구를 향한 분노, 비밀연애 등. 학창시절에 한 번쯤은 겪어보았지만 남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들을 감독은 섬세하고 미묘하게 그러나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스틸컷     © (주)마운틴픽쳐스

 

 

 생각이나 의도를 나레이션으로 직접적으로 설명하거나 말로 풀어내는 것은 쉽다. 그러나 감정에 대한 한마디 말도 없이, 언어를 극도로 자제한 채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영화의 감독인 요시다 다이하치는 주의 깊은 관찰과 변화하는 시점을 통해 직접적인 설명이나 행동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사소한 시선과 일상적인 말로만 전달할 수 있는 청소년기의 감정들을 풀어낸다. 영화는 여러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다른 인물들을 보여준다. A라는 인물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B와 C를 보여주다가도, B의 시선에서 보는 A와 C를 다시 보여준다. 각각의 인물들에 자신을 투영해서 바라보다 보면,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 관객은 이 모든 인물군상을 합치면 자신의 학창시절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무엇을 해야할까, 라는 근본적인 고민부터 재능이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는 상황, 짝사랑하는 상대의 눈에 들기 위해 소심하게 노력하는 상황, 하고 싶은 일을 진지하게 쫓는 아이들을 비웃는 아이들, 잘 맞지 않지만 함께 다니는 친구 무리까지. 영화는 성인이 되어 생각해보면 작게 보이지만 당시에는 세상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였던 청소년기의 감성과 고민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일종의 ‘관찰’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는 마치 나의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관찰 일기 같은 인상을 준다. 이름과 얼굴, 성별은 다르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각각의 인물들과 연결시킬 수 있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떠오른다. 혹은 그 모든 인물들에게서 청소년기의 ‘나’를 보기도 한다.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는 관객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아주 뛰어난 연기나 극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승부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 어떤 영화보다도 뛰어난 관찰력과 묘사, 그리고 현실적인 표현을 통해 관객들의 고등학교 시절을 재현하고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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