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없는 '차인표'를 본 기분

리뷰|넷플릭스 영화 '차인표(2020)' / 1월 1일 공개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1/04 [10:00]

차인표 없는 '차인표'를 본 기분

리뷰|넷플릭스 영화 '차인표(2020)' / 1월 1일 공개

김준모 | 입력 : 2021/01/04 [10:00]

 

▲ '차인표' 포스터  © 넷플릭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2021년 새해를 기념해 11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는 왕년의 톱스타 차인표가 본인을 연기하는 작품이다. 작품 속 차인표는 말 그대로 차인표다. 94<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해 신드롬을 일으키며 톱스타가 되었던 그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전히 손가락 흔들기가 트레이드마크이며, 자신을 톱스타라 생각하는 꼰대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꼰대로 돌아온 차인표는 말이 통하지 않는 남자다. 송강호, 이병헌, 최민식, 설경구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 4인방을 모아 기획하는 예능에 최민식 출연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돌자 매니저 아람에게 자신을 제안하라 말한다. 그들에 비해 커리어가 꿀리지 않는다 생각하는 차인표는 메인 작가가 걸어온 전화에서 나에게는 개인기보다 더한 필살기가 있다며 손가락 흔들기를 말하는 과거에 갇힌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꼰대 마인드는 아람을 힘들게 만든다. 아람은 차인표의 눈치를 보느라 이미 출연이 불발된 영화를 제작이 미뤄지고 있다 거짓말을 하고,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에 후배를 넣어달란 말을 완곡하게 거절한다. 제 코가 석자인 차인표의 상황은 등산을 하던 중 만나는 아주머니들을 통해 잘 표현된다. 아주머니들은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차인표는 기억하지만,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인 그에게 왜 요즘은 연기를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 '차인표' 스틸컷  © 넷플릭스

 

대중의 관심에서는 멀어졌지만, 여전히 자신을 스타라 여기는 그는 예기치 못한 재난 상황에 직면한다. 등산에서 만난 아주머니들로 인해 손에 개똥이 묻고, 진흙탕에 빠진 차인표는 길에서 만난 아저씨의 제안으로 방학으로 텅 빈 학교 강당 안 샤워실에 들어가 샤워를 한다. 샤워 중 철거가 예정되어 있던 강당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차인표는 그 안에 갇히게 된다. 하필 그 샤워실이 여성용이란 걸 알게 된 차인표는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아람에게 몰래 자신을 구하라는 임무를 맡긴다.

 

제작보고회 당시 이 작품에 대해 배우 차인표는 자신의 안티가 쓴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고 한다. 그만큼 현재 차인표란 배우의 상황을 처절하게 묘사한다. 학교 강당이 무너지면서 그 안에 갇히게 되는 차인표의 모습은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꼰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소 답답하게 진행되는 작품의 전개는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하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강당이 무너지면서 차인표의 위에 쌓인 구조물 역시 이런 현실을 나타낸다. 스스로를 최민식 등 대배우들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는 인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시청자들이 아직도 연기를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수준이다. 도입부 차인표를 아느냐는 인터뷰 장면에서 배우보다는 예능인이나 바른생활 사나이로 이야기하는 장면은 이런 측면을 강조한다. 그의 현실은 바닥에 있고, 그 위에는 넘어야 할 산이 가득 쌓여 있지만, 스스로의 이미지에 갇혀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못하는 거처럼 보인다.

 

▲ '차인표' 스틸컷  © 넷플릭스

 

여기에 우주는 차인표의 정신세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차인표와 아람이 대화를 나누는 환상 속 장면의 배경은 우주다. 이 우주에서 차인표는 오토바이에 가죽 재킷을 입고, 색소폰을 들고 있다. 손가락까지 흔드는 그의 모습은 <사랑을 그대 품안에> 당시 그대로다. 차인표가 자신만의 우주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정말 팬인지 안티인지 의문을 품을 만큼 신랄하게 차인표라는 인물을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다룬다.

 

다만 이런 작품의 표현은 굳이 차인표여야 했나는 의문을 지니게 만든다. 작품 초반부터 차인표가 무너진 학교 강당에 갇히고,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는 전개는 왕년의 톱스타라면 누가 나와도 될 만한 구성이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몇 가지 요소를 제외하면 차인표를 나타낼 만한 상징적인 부분이 부족하다. 오히려 차인표를 초반부터 가두다 보니 그의 장점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 '차인표' 스틸컷  © 넷플릭스

 

차인표는 다수의 예능에서 특유의 예능감을 뽐낸 배우다. 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구성하고 자유롭게 풀어주면서 웃음을 사냥할 수 있었음에도 특정 공간에 가두다 보니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재미가 부족하다. 구성이 답답하다 보니 차인표의 캐릭터가 살지 않는다. 그의 꼰대 캐릭터도 티키타카를 주고 받는 캐릭터가 아람만 있다 보니 비슷한 양상이 도드라져 지루함이 느껴진다.

 

배우를 그대로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라면 그 배우의 매력이 도드라져야 하는데 차인표는 그러지 못하다. 누가 주인공이 되어도 상관없을 만큼 정해진 틀이 확고하고, 그 틀 안에 배우를 짜 맞추려 한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특화된 예능인이 본인이 주연인 스페셜 콩트에 나왔지만 본연의 매력을 선보이는 구성이 아니다 보니 웃음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차인표를 메인으로 내세우지만, 메인이 아닌 기분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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