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의 경계에 선 누군가의 이야기

[프리뷰] '걸' / 1월 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1/05 [10:00]

남자와 여자의 경계에 선 누군가의 이야기

[프리뷰] '걸' / 1월 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1/01/05 [10:00]

 

▲ '걸'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아빠는 태어날 때부터 남자였어?”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는 16살 라라의 이야기를 다룬 은 이 대사 하나에 라라가 지닌 모든 고민과 아픔을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대사와 장면을 통해 은유적인 표현을 선보이는 이 작품은 표면적인 갈등에 집중하기 보다는 라라의 외적 변화가 어떻게 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지, 이 내적 변화로 인해 겪는 세상과의 충돌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주목한다.

 

라라는 독일에서 유명한 무용학교에 진학한다. 호르몬 주사를 통한 성전환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발레 연습에 매진한다. 성전환을 소재로 한 작품이 보여주는 가족 사이의 갈등이나 주변 사람들의 괴롭힘이나 편견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과, 라라의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피어난다는 점에서 작품은 희망찬 미래를 그리거나 갈등이 있더라도 약한 강도로 금세 해소될 것이란 희망을 품게 만든다.

 

허나 작품은 그 기대감을 무너뜨릴 것이란 걸 도입부 학교에서의 몇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 수업 첫 날, 담임교사는 라라에게 눈을 감으라 하고, 라라가 탈의실을 같이 쓰는 게 불편한 학생은 손을 들라고 말한다. 손을 든 학생은 없으나 이때의 쎄한 분위기는 라라를 향한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걸 암시한다. 학생식당에서 라라는 식탁 모서리에 앉아 식사를 한다.

 

▲ '걸'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이 애매한 위치는 라라의 현재를 말한다. 빨리 시작하지 않아 무용을 배우기 애매해진 라라의 나이처럼,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 남자도, 여자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음을 의미한다. 무용학교의 여교사는 발끝으로 서는 기본 동작을 가르치며 남들은 어린 시절부터 배우는 것이며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는 보통 8~10세 때 기본동작을 배우는 학생들에 비해 라라가 늦게 시작한 만큼 어려움이 따른다는 의미지만, 성전환을 시도하는 라라를 생각할 때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라라의 성적인 고민은 그 가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라라의 가정은 택시 기사인 아버지 마티아스와 남동생으로 이뤄져 있다. 마티아스는 라라의 성정체성에 대해 반감을 보이지 않는다. 전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라라를 위해 이사를 결정한 건 물론, 매번 함께 병원을 찾아가 수술과정과 상담을 돕는다. 허나 마티아스는 그 과정을 도와주기만 할 뿐, 라라를 이해해주지는 않는다.

 

이는 어머니가 보여줄 수 있는 공감이 라라에게는 없음을 보여준다. 라라가 성전환 문제로 고민을 겪을 때 마티아스는 다 순조롭게 진행 중인데 뭐가 문제니?’라고 말한다. 그는 라라의 눈물을 닦아주기 보다는 용기만 주려고 한다. 든든한 기둥은 되어줄 수 있지만,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진 못한다. 이 점은 라라가 친구들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을 겪을 때 그 아픔을 제대로 치유해주지 못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향하게 만든다.

 

▲ '걸'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무용학교 친구들이 괴롭히는 장면은 감정선을 섬세하게 연결하면서 은유적이다. 학생들은 처음부터 라라의 정체성을 이유로 괴롭히지 않는다. 시작은 눈빛이다. 라라가 남성의 힘과 여성의 섬세함을 동시에 갖춘 동작으로 주목을 받자 슬슬 시기와 질투의 눈빛들이 보낸다. 다음은 샤워실이다. 한 학생은 라라에게 같이 샤워실을 써도 된다며 들어가 샤워하라 한다. 여성의 가슴에 대한 동경이 있는 라라는 함께 샤워를 하고 수영장을 쓰며 부러움과 동질감을 느낀다.

 

라라가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하자 바로 다음 단계를 향한다. 우리의 알몸을 보여줬으니 네 알몸을 보여 달라 나오는 것이다. 이 지점은 라라에게 큰 상처로 다가온다. 함께 무용을 하면서 호의를 베풀었던 학생들의 마음이 사실은 자신에 대한 호기심과 특수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좌절로 바뀐다. 이 순간부터 가식이더라도 항상 미소를 보였던 라라는 처음으로 눈물을 보인다.

 

▲ '걸'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사랑은 라라의 마음에 조급함을 불러온다. 청소년기는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다며 이 순간을 즐기라는 마티아스의 말에도 완벽한 여성이 된 후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라라는 모든 일정을 성전환 수술 이후로 미룬다. 허나 눈앞에 사랑이 다가오자 라라의 마음은 조급해진다. 이 조급함은 호르몬 투여량을 늘리고자 하는 모습과 발레에 지나치게 열중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스스로의 몸을 망치고, 꿈과 사랑 양쪽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은 표현에 있어 섬세함이 인상적인 영화다. 마치 피아노의 건반을 하나씩 올라가듯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라라의 심리와 높은 음으로 갈수록 커지는 소리처럼 새어나오는 비명의 고통을 보여준다. 이는 특정 인물이나 사회가 아닌 스스로와 맞서 싸워야만 하는 라라의 현재를 통해 깊은 슬픔을 자아낸다 외적인 변화를 내적인 사유의 확장으로 표현하며 감상의 폭을 더하며 풍미를 자아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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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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