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란 단어에 담긴 감시와 억압의 의미

[프리뷰] '나의 작은 동무' / 1월 1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1/08 [10:00]

'동무'란 단어에 담긴 감시와 억압의 의미

[프리뷰] '나의 작은 동무' / 1월 1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1/01/08 [10:00]

▲ '나의 작은 동무'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에스토니아에는 모욕죄와 명예훼손죄가 없다. 상대를 욕하고 경멸해도 어떤 벌금도 물지 않는다. 여기에는 슬픈 이유가 있다. 1940년 독립국이었던 에스토니아 공화국은 선거를 통해 소비에트 연방에 편입된다. 말만 자발적인 편입을 위한 선거였을 뿐, 에스토니아는 이미 소련군에게 점령된 상태였다. 1941~44년 독일 나치가 점령했던 시기를 제외하고 에스토니아는 1990년 소련에서 탈퇴해 독립하기 전까지 고통을 받아야 했다.

 

나의 작은 동무에서 동무(Comrade)’는 공산당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50년 당시는 수많은 아이들이 이 동무란 호칭에 익숙해지고, 빨간 스카프를 두른 소년단이 되길 꿈꿨다. 반면 어른들은 강압적인 소련의 통치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런 분위기는 에스토니아뿐만 아니라 당시 강제로 소비에트 연방에 속한 모든 국가들에게 공통이었던 아픔이다.

 

여섯 살 렐로는 태어난 순간부터 소비에트 연방에 에스토니아가 속해 있었기 때문에 국가가 처한 상황에 대해 잘 모른다. 때문에 학교 교사인 엄마가 왜 비밀경찰에 끌려갔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아빠는 잔혹한 현실을 딸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기에 렐로가 착한 아이가 되면 엄마가 돌아올 것이라 말한다. 비밀경찰은 렐로의 엄마만 위협하는 게 아니다. 렐로 가족 전체가 비밀경찰의 감시 대상이다.

 

▲ '나의 작은 동무'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특히 아빠 펠릭스는 젊은 시절 에스토니아 국적으로 딴 육상 메달이 문제가 된다. 한 국가를 강제로 점령하기 위해서는 민족의 자긍심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했을 때 우리 말을 배우지 못하게 했고, 민족의 자긍심이라 할 수 있는 왕조를 무너뜨린 걸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비가 주연을 맡은 자전차왕 엄복동역시 스포츠를 통해 우리 민족이 자긍심을 회복한 기미를 보이자 이를 막고자 하는 일본의 공작을 보여준다.

 

펠릭스의 메달은 그가 에스토니아인들에게 자긍심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비밀경찰의 감시대상이 된다. 작품은 이런 시대의 암울함을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각으로 표현한다. 렐로는 검은 옷을 입은 아저씨들이 밖에서 집안을 보고 있다며 겁에 질려한다. 그들의 존재가 비밀경찰이며 펠릭스를 감시한다는 점을 렐로는 모른다. 그리고 펠릭스도 렐로에게 그런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는 학교의 공산화 교육에 렐로가 참여하게 한다. 아내가 잡혀간 상황에서 자신마저 잡혀간다면 딸이 위험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렐로는 당시의 여느 아이들처럼 어린이 공산당인 소년단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독일 나치가 어린 아이들을 모아 소년 나치단을 만들었던 거처럼, 소련 역시 소년단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사상교육을 시켰다. 이런 사상교육은 같은 에스토니아인 사이에서의 분열과 갈등을 가져왔다.

 

▲ '나의 작은 동무'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작품 내에서도 렐로의 고모는 자매로 인해 고통 받는다. 그녀는 공산당원과 함께 일하며 가족에게 돈을 내 놓으라 협박한다. 알코올 중독자인 그녀는 형제를 고발해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내버리기도 했다. 공산당원은 연방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선정해 고발한다. 심할 경우 강추위의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내져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런 위험 속에서도 렐로는 고모가 시베리아로 가면 삼촌을 만날 수 있으니 좋을 것이란 천진난만한 면모를 보인다.

 

나의 작은 동무는 슬로바키아 영화 우리 선생님을 고발합니다’, 라트비아 영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쟁등 소비에트 연방에 속해 고통을 받은 시대를 다룬 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공통적으로 시대의 아픔을 모르는 아이들과, 이런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분투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담았다. 당시 시대가 지닌 억압과 공포가 얼마나 강했는지 이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순응을 시도하지만 쉽지 않은 현실을 담는다.

 

▲ '나의 작은 동무' 스틸컷  © (주)라이크콘텐츠

 

우리 선생님을 고발합니다의 초등학생 부모들은 공산당원인 교사의 부당한 청탁에 두 손을 들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부모들은 이조차 힘이 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쟁의 할아버지는 집단목장 개념에 반하는 개인목장 운영자라는 이유로 억압을 받고 화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나의 작은 동무에서도 렐로의 가족들은 그들의 과거를 이유로 비밀경찰의 감시대상이 된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시대의 아픔을 바라보는 이 영화는 그 온도차가 점점 줄어들수록 슬픔의 정서가 강화되는 전개를 선보인다. 산의 정면만 바라볼 수 있었던 렐로가 그 뒷면도 상상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얼굴에는 미소 대신 점점 그늘이 진다. ‘동무라는 이름으로 우정 대신 감시와 억압을 강요했던 그 당시의 에스토니아를 담아내며 마음을 아리게 만든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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