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고양이 탐정(5)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1/11 [10:00]

[단편/소설] 고양이 탐정(5)

김준모 | 입력 : 2021/01/11 [10:00]

-~ 참 아름다운 이야기구만. 역시 인간의 이야기에는 사랑이 꼭 들어가네.

-사랑이 아니라니까, 이 뚱땡이 고양이야.

-? 뚱땡이? 나 그냥 간다. 어디서 외모로 지적질이야.

 

진석은 재빨리 주머니에서 츄르를 꺼내며 손을 모아 사정한다.

 

-이거 먹고 화 풀어. 그 귀여운 몸을 표현할 인간의 언어가 없어서 그런 거야.

-, 좀 의심스럽지만 받아주지. 그런데 그 윤주라는 애가 우리에 대해 아는 건 아닌 거 같고 대체 누가 알려준 거야?

 

큰형의 말에 진석은 고개로 뒤를 가리킨다. 큰형과 작은형 뒤편에 모여 있는 고양이 사이로 누런 털의 고양이가 손을 든다.

 

-저 누리란 녀석이 알려주더라고. ‘이름 없는 고양이두 분이 계시는데 이 근방에 호사가라고 하더라.

 

진석이 누리를 다시 만난 건 택배를 찾으러 관리사무소로 갔을 때였다. 누리는 관리사무소 앞에 앉아 멍을 때리던 중이었다. 진석은 도망치려는 누리를 가까스로 불러 세웠다.

 

-뭐야, . 어떻게 고양이 말을 하는 거야?

-세상에는 별별 종류의 인간이 다 있거든. 나도 그중에 하나고 말이지. 인간이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너희 고양이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어. 너도 요즘 일어나는 고양이 살해 사건 알지? 그 범인을 잡는데 협조를 구하고 싶어서. 너희는 밤에 많이 돌아다니니까, 혹시 이 사건에 대한 정보를 아는 고양이가 없을까 해서.

-, 들은 적은 있어. 그런데 번지수를 잘못 찾아왔네. 난 아는 게 없거든. 나 먹고살기도 바빠서 남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저기 5단지 뒤뜰에 가면 큰형과 작은형이 있어. 걔들한테 물어봐봐.

-이름이 큰형, 작은형이야? 걔들은 어떻게 생겼는데?

-가서 보면 알아. 덩치가 엄청나고 매일 둘이 붙어 다니거든. 그놈들은 이름이 없어. 보통 길고양이는 이름이 세 개는 있어. 적어도 밥 주고 챙겨주는 사람이 세 명은 되니까. 우리가 쓰는 이름도 그중 가장 좋아하는 이름이고. 그런데 그놈들은 사람한테 얼굴을 잘 안 드러내지. 그러면서 먹이 냄새는 잘 맡아서 두고 가면 꼭꼭 챙겨 먹어서 살이 뒤룩뒤룩 쪘다니까. 우리 중 가장 오래 살았고, 남의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니 그놈들은 아마 알 거야.

 

큰형과 작은형은 누리의 머리를 쓰다듬듯 쥐어박는다.

 

-너 때문에 귀찮은 일이 생겨버렸잖아. , 하필 인간이랑 엮이다니.

-그래, 인간. 그래서 우리한테 원하는 게 정확하게 뭐지?

-이번 사건에 대해 너희가 알고 있는 정보 전부랑 앞으로의 수사 협조. 너희는 밤중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밤눈도 밝잖아. 그리고 너희 종족 일이니까...

 

작은형은 앞발을 들어 진석의 말을 자른다.

 

-, 종족이란 말은 패스. 우리는 개인플레이야. 너희 인간처럼 단체로 뭉쳐서 난동부리지 않는다고. 좋아, 우리가 도와주겠어.

 

고맙다 인사하려는 진석의 입을 또 작은 형이 앞발을 들어 막는다.

 

-다만! 인간과의 거래인만큼 우리도 너희처럼 기브 앤 테이크로 계약을 해야겠지? 우리 도움으로 범인을 잡으면 매일 츄르와 참치캔을 사와. 사료 먹는 것도 이제 질렸어. 우리 숫자 맞춰서 한 고양이 당 한 캔씩! 알겠어?

-, 나 작가지망생이야. 돈도 못 번다고. 그리고 너희 캣맘한테 만날 받아먹잖아. 인간과 고양이 관계에 무슨 기브 앤 테이크야?

-우린 귀여움을 주잖아! 인간 앞에서 고양이 세수하고 꼬리 흔드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야옹~ 하면 야옹~ 하고 반응해주는 팬 서비스도 잊지 않는다고. 돈이 있고 없고는 우리가 알 바 아니니까 싫음 말아!

 

- 한숨을 내쉰 진석은 앉아서 손을 내민다.

 

-그래, 우선 정보부터 듣자.

-오케이, !

 

큰형은 앞발로 진석의 손을 잡는다.

 

-먼저 녀석의 생김새. 모자랑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확인이 쉽지 않았다고 해. 옷차림? 그것까진 잘 기억나지 않는다네. 우리가 하루에 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어떻게 일일이 다 기억하겠어. 일단 남자 같다네. 덩치를 보니 여자는 아니었다고. , 덩치가 큰 여자일지도 모르지. 얼굴을 못 봤으니. 아니, 쫓아가 본 고양이는 없어. 사체가 확 던져졌는데 다들 당황해서 그 상태로 얼음이 되었다나 봐.

 

완전 당했다. 진석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큰형과 작은형을 노려본다. 저 악랄한 고양이들 같으니라고! 처음부터 별다른 정보가 없다는 걸 알고 불공평한 계약을 체결한 게 분명하다. , 그런 정보는 남한테 듣지 않아도 알겠다. 진석은 화를 억누르고 자기 집 주소를 알려준다.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앞으로 와 울어 달라 말한다. 허탈한 마음을 품고 발걸음을 돌린 순간, 큰형이 또 다른 정보를 말한다.

 

-그리고 살해당한 고양이들, 이 동네 애들 아니야. 그러니까 이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애들이 아니라고. 우리는 영역동물이라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않아. 그러니까 얼굴만 보면 누가 누군지 다 안다고.

 

*

 

매일 동네를 돌며 고양이를 본다 하더라도 모든 고양이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고양이에 따라 경계심이 심한 녀석은 인기척만 나도 숨어버린다. 사료나 간식으로 유혹해도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모두들 죽은 고양이가 이 동네 녀석들인 줄로만 알았다. 큰형과 작은형은 정보가 더 들어오는 대로 알려주겠다고 했다. 녀석들의 협조를 받으면 좋겠지만, 문제는 이후에 들어갈 츄르와 참치캔 금액이다. 7마리 가까이 되는 녀석들을 먹여 살리자니 주머니 사정이 걱정이다. 약속을 어기자니 저것들이 어떤 보복을 할지도 모르고. , 고양이 보복이래 봤자 귀여운 수준이겠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머리맡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드륵드륵 긁는 소리에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누리 녀석, 앞발로 방충망을 긁어 대서 다 망가뜨려 놨다.

 

-! 뭐하는 짓이야? 울음소리 내기로 했잖아.

-내가 오늘 목이 아파서. 그나저나 이럴 때가 아니라고! 3단지에서 누가 새끼고양이를 납치하려고 하고 있어. 암만 봐도 그놈 같아.

 

방충망을 열고 슬리퍼 차림으로 뛰쳐나갔다. 홍석이란 남자가 다시 나타난 게 분명하다. 지난번에 하지 못했던 계획을 오늘 시행하려 하는 거겠지. 윤주가 다신 이 동네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일부러 연기하고 말이다.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보였다. 이번에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달려들었다. 남자의 팔을 잡고 몸을 돌리는 순간, 그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 지금 뭐하는 거야?

-진우 너는 여기서 뭐 하는 건데?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진우는 고양이 울음을 들었다고 한다. 가서 보니 바위 위에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바위 아래로 떨어진 형제 한 마리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였다. 진우는 새끼 고양이를 잡아서 바위 위로 올려주고 싶었지만, 어찌나 경계심이 강하고 날쌘지 자기가 다가가면 수풀 사이로 숨어버리고, 뒤로 물러나면 또 나타나고, 그러다 다가가면 또 숨어버리고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형이 없으니까 고양이 상대하기 정말 힘들더라.

 

아래에 떨어진 놈을 보니 지난번에 봤던 그놈이다. 녀석은 몸을 움츠리며 바위 뒤로 숨으려 하지만 막다른 길이다.

 

-, 너 지난번에도 너 혼자 까불다가 떨어진 거지?

 

녀석은 고개를 숙이고 침울한 얼굴로 끄덕인다. 다시 바위 위에 올려주고 다시는 까불지 말라고 경고한다. 새끼 고양이는 새 또는 다른 고양이의 표적이 되기 쉽다. 그래서 어미 고양이는 안전한 장소에 새끼를 낳고자 한다. 장소는 잘 골랐지만, 이놈들 중 하나가 까불이라는 걸 그 어미 고양이는 몰랐을 거다.

 

-그 능력은 여전하네. 형이 없었으면 얘는 계속 바위 아래에 있었겠지?

-자기 엄마가 챙겨줬을 거야. 근데 의외네. 여전히 고양이 좋아하는구나.

-당연하지. 학교에서 길고양이 밥 챙겨주는 모임도 했었는걸.

-그러냐. , 이제 집에 가자.

-형은 몰랐지? 우리가 대화 안 한 지 한참 되었으니까.

-네가 날... 싫어하잖아.

-맞아, 형이 싫어. 형이 내편 안 들어준 것도 싫고, 의욕 없는 것도 싫고, 백수인 것도 싫어.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싫은 건 형이 불행한 거야.

 

진우는 새끼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고양이는 진우 손에 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린다.

 

-학교 다니면서 느낀 게, 돈 버는 것보다 힘든 게 행복한 거더라. 돈은 죽었다 생각하면 벌 수 있는데, 행복은 살아야 하는 거잖아. 취업한 선배들 이야기 들어보니 꿈 아닌 돈 따라가면 후회한대. 다들 그러잖아. 현실적으로 살라고. 그런데 현실적으로 살아서 행복하지 않으면 그걸 현실이라 할 수 있을까. 불행한 게 현실이라면 세상이 너무 슬프잖아.

-그래도 돈을 벌어야지. 그래야 사는데.

-난 형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해. 남들보다 시간이 더 걸릴 뿐이야. 형이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현실이라 생각한 길로 접어들면 눈앞에 행복을 놓치게 될 거야.

 

진우가 웃는다. 어린 시절, 함께 고양이를 보던 그때처럼.

 

-그러니까 형, 부탁이야. 고양이를 지켜줘. 고양이가 주는 행복을 형이 지켜줘야 해. 형한테는 그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까.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부
rlqpsfkxm@cinerewind.com

Read More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