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고양이 탐정(6)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1/13 [10:00]

[단편/소설] 고양이 탐정(6)

김준모 | 입력 : 2021/01/13 [10:00]

만약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면, 그 능력이 고양이 말을 알아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라면, 그저 멀리서 대화를 엿듣고 귀여운 고양이를 만지는 데만 쓰라고 말해주고 싶다. 합동수사를 펼친 지 3일이 지났다. 그동안 참치캔 값만 나갔을 뿐 얻은 정보라고는 좁쌀만큼도 없다. 큰형과 작은형은 만날 때마다 하품만 내뱉으며 원래 고양이들은 게으르단 말만 반복한다.

 

-여기까지 와주는 것만 해도 얼마나 고생인데.

-너희가 직접 가면 되잖아. 그 무거운 엉덩이 좀 일으켜 보라고.

-그럼 우리가 귀찮잖아.

-너희들 보면 엄청 날쌔게 움직이잖아. 나비만 날아다녀도 팔팔 뛰어다니는 놈들이 뭐가 귀찮다고 그래? 도와줄 거면 확실하게 도와달라고, .

-그건 필요하니까 날쌔게 움직이는 거고. 나비를 따라가는 건 우리 본능이거든. 너희가 우릴 귀엽게 생각하는 거처럼 우린 나비가 귀엽걸랑.

 

이 교활한 뚱땡이 형제 앞에서 강아지풀을 돌리고 또 돌린다. 이놈들은 본능에 따라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다가 제풀에 지쳐 넘어진다. 가위로 수염을 자르려고 하니 경악하며 말을 더듬는다.

 

-, 잠깐, 잠깐! ... 우리도 나... 나름 고충이 있다고! ... 이 아파트 녀석들은 전부 모른대. 그래서 다른 동네 녀석들한테 정보 좀 캐내려고 했... 했는데 걔들이 우리한테 적대적이라 입을 안 열어.

-뻥치고 앉았네. 같은 고양이끼리 뭘 적대적이야. 자꾸 거짓말하면 꼬리 잘라버린다!

-진짜다옹~ 빌라 사는 놈들은 아파트 사는 고양이 싫어한다고.

-그럼 참치캔을 처먹지 말았어야지!

-네가 하나만 도와주면 된다. 넌 인간이니까 빌라에 갈 수 있지 않나. 가서 빌라 고양이한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빌라를 향하기 전부터 직감적으로 느꼈다. 위기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아파트 고양이는 눈빛부터 나긋하다. 눈꺼풀이 반쯤 잠겨 일자로 되어 있다. 딱 봐도 나 순해요가 얼굴에 쓰여 있다. 반면 빌라 고양이는 눈이 동그랗다. 강한 경계심 때문에 주변을 기웃거리며 인기척만 들려도 도망친다. 입을 쫙 벌리고 갸르릉 거리며 적대감을 표한다. 예상대로 내 모습이 보이자마자 정체를 감춘다. 고양이 언어로 말해도 소용없다. 꼬마들은 내 모습이 우스운지 깔깔거리며 지나간다.

참치캔 몇 개를 따놓고 기다려 봤지만, 결과는 변함없다. 놈들은 멀리서 날 감시하고 있을 거다. 내가 완전히 사라지면 그때야 나타나 목에 기름칠하겠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돌이 날아왔다. 손으로 막았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머리에서 피가 날 뻔했다.

 

-또 고양이 죽이려고 그러는 거지? 이 고양이 살해범아!

 

무릎까지 내려오는 빨간 나시티를 입은 남자아이가 소리 지른다. 이봐, 난 고양이 살해범이 아니라고! 범인을 찾으려는 탐정이란 말이야.

 

-죄송해요. 우리 애가 오해했나 봐요. 얘가 좋아했던 길고양이가 죽어서요.

-고양이가 죽다니요?

-빌라 주민 중에 누가 길고양이를 죽였다나 봐요. 그래서 주민들 사이에서 난리가 난 적이 있어요. 우리 아들이 뚱이라고 불렀던 고양이가 있었는데, 그 고양이도 살해당했거든요.

 

그 사건은 반년 전에 일어났다고 한다. 길고양이가 농약이 들은 참치캔을 먹고 죽었다. 빌라에서는 혹 아이들이 사고를 당할 수 있기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경찰은 동물이 죽은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고 한다. 빌라에서 자체적으로 수색대를 조직했고 한 달이 지나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이 빌라에서 나가는 조건으로 사건이 일단락된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그러시는 거죠?

-혹시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요?

-그건 힘들 거예요. 어찌나 사정했던지 마을 어른들이 누가 그랬는지 이야기하지 않았거든요. 아마 물어봐도 말 안 해줄 걸요?

-그럼 혹시, 이 사람 본 적 있으세요?

-, 맞아요. 여기 살았어요.

 

범인은 홍석이다. 진석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홍석의 사진을 찍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갖고 있던 사진이 이렇게 쓰일 줄 몰랐다. 모자부터 장발머리, 수염과 슬리퍼까지, 여자는 똑같다고 말했다. 윤주가 그 난리만 치지 않았다면 한밤중에 붙잡아 실토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홍석은 외출하지 않는다. 이러다 또 이사를 가 버린다면, 그곳에서 다시 고양이를 죽일 것이다.

 

-어이, 인간. 빨리 오라고. 네가 원하는 정보, 방금 도착했다고!

 

*

 

큰형과 작은형은 빨리 펜스를 넘어오라고 손짓했다. 귀찮은 놈들 같으니라고. 너희가 넘어오면 되잖아! 둘은 진석을 데리고 5단지 지하를 향했다. 조그마한 창문 사이로 진석은 가까스로 몸을 구겨 넣었고 먼지가 확 올라와 연신 기침을 내뱉었다. 지하실에는 고양이들이 모여 있다. 그들은 한 고양이를 가운데 두고 원형으로 위치해 있다.

 

-이봐, 맥스! 네가 본 거, 이 인간한테 자세히 설명해 봐.

 

회색 털을 지닌 맥스라는 고양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날도 뭐,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어요. 차 위에서 일광욕 하면서 털이나 핥고 있었죠. 알잖아요. 햇볕 쬐면서 늘어져라 누워있는 게 가장 기분 좋은 거. 그런데 망할 차주 놈이 잠자리채를 가져와서 붙잡으려고 하는 거예요. 냅다 달렸는데 녀석도 얼마나 빠르던지. 그래서 그놈 몰래 트렁크가 열려 있는 차에 들어갔어요. 거기 숨어있으니 눈치 채지 못하고 가버리더라고요. 그래서 놈이 사라지고 좋구나~ 하고 화단으로 가려고 했는데, 글쎄 참치 냄새가 진동하지 뭐예요. 그러면 안 됐었는데, 냄새의 유혹이 너무 강했어요. 그래서 참치캔으로 갔다가...

-붙잡힌 거구나.

 

작은형의 말에 맥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필 고개를 파묻고 있던 타이밍이라 잡힐 수밖에 없었어요. 저항한답시고 해봤는데 목장갑을 껴서 쉽지 않더라고요. 그대로 포대 안에 넣고는 입구를 막았어요. 트렁크 안에 갇혔는데 절 가둔 뒤에 한 번 열렸다가 다시 닫힌 기억이 나요. 그 순간이 너무 짧아서, 어떻게 탈출할지 고민하다가 죽은 체 했죠. 죽은 줄 알았는지 포대 밖으로 빼낸 다음에 잠시 내버려 두더라고요. 놈이 인기척을 낼 때 실눈을 떠보니 뒤돌아보고 있어서 재빨리 도망쳤어요.

-그리고 무서워서 아파트 밖을 떠돌다 돌아왔다 이거지?

-네네. 아파트 밖에서 돌아다녔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료도 안 먹고 새랑 쥐새끼 잡아먹으면서 버텼다니까요.

 

진석은 생각에 잠긴다. 아파트 고양이를 잡지 않던 범인이 맥스를 잡았다. 단순히 눈에 보였기 때문일까. 실수가 없던 범인이 왜 맥스를 놓친 걸까. 맥스를 감금했던 사람이 범인이 맞기는 한 걸까.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그 트렁크에 들어갔을 때, 옆에 보였던 게 고양이 사체더라고요. 포대 사이로 봤는데 분명 고양이였어요.

 

혹시. 한 가지 가설을 세운다. 그 가설이 맞다면 범인은 한 사람이다. 그 사람이 범인이기에 맥스를 죽이려고 한 거다.

 

-이봐, 고양이들. 내가 방금 계획을 하나 세웠거든. 이건 내가 범인이라 예측한 녀석을 잡기 위한 함정이야. 다만 이 계획에는 너희 도움이 필요해. 정확히 말하자면 너희가 아니라 이 동네 고양이 전체가 협력해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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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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